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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다. 그때 그 시절 설 명절은.

그때 그 시절 설은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두 모여 조상과 친지들과 유대감을 나누는 거룩하고도 고결한 시간이었다. 설날이면, 차례를 모시고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신명나게 놀았다. 부모형제와 친지, 이웃들과 두루 못다 나눈 정담을 주고받았다. 그간의 소원했던 사이를 한층 다잡기도 했다.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설 즈음의 세시풍습에 따라 즐겁게 어울렸다. 설은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의 한때였다.

서민들의 팍팍한 설 민심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됐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 사촌은 남이 됐고 형제들까지 덤덤해졌다. 누구 탓이 아니다.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다. 세태를 역류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 서있다.

올해는 갑오년이다. 돌아본 갑오년은 120년 전을 떠오르게 한다. 1894년 한반도는 격동이었다. 동학농민운동과 갑오개혁, 청일전쟁이 이때 일어났다. 안으로는 낡은 제도를 혁파하려는 근대화 물결이 일었다. 밖에서는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일본과 청나라가 패권 싸움을 본격화했다.

이때 외세 압력에 준비 없이 맞은 개항은 가장 먼저 농촌을 뒤흔들었다. 불평등 무역구조 속에서 지주와 부농이 주도한 대일 미곡수출은 농촌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농민봉기를 촉발했다. 농업은 '쇄국과 개국' '전근대와 근대'의 소용돌이에 의도하지 않은 개방을 겪어야 했다. 열강 다툼에 나라는 흔들렸고 갑오년 농민과 사대부의 개혁요구는 좌절됐다.

그리고 다시 2014년 갑오년을 맞는다. 사정은 다르지만, 온 나라가 비상이다. 우리 농업을 둘러싼 여건은 지난 세기 갑오년과 비견된다. 우리 농업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속도를 낼 조짐이다. 시장 개방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시장 개방은 가장 먼저 농업과 농촌을 타격할 태세다. 준비하지 않고 대비하지 않으면 좌절은 되풀이된다고 역사는 말한다.

연초부터 철새가 옮긴 조류인플루엔자(AI)로 축산농가나 경종농가 가릴 것 없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여느 때 같으면 설 대목에 여념이 없을 텐데, 올해 농촌은 방역에 눈코 뜰 새 없다.

청년들도 설 명절이라고 다 즐겁지 않다. 청년실업자가 30만 명을 넘는다. 지난해 12월 기준 33만여명이다. 8.0%의 청년 실업률을 나타냈다. 전년과 비교하면 1만8천여명이 증가한 셈이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0년 이래 최저다.

올해 취업시장도 밝지 않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경영악화와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채용계획을 축소하는 기류다. 채용계획을 확정한 243개사의 채용 예정 인원은 3만902명이었다. 지난해 3만1천372명보다 1.5% 감소한 수치다. 중소기업은 10곳 중 4곳 만이 올해 직원 채용계획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올해도 어김없이 임금체불 이야기가 나온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에만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26만6천여명에 이른다. 체불금액이 2조2천억원에 달한다. 가족들을 포함한다면 100여만명이 차례상은 커녕 아침 밥상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더욱 슬픈 일이다.

임금 체불은 개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가족, 그가 속한 사회문제로 파급되기 마련이다.

국민행복 우선 챙겨야

정부는 '행복'을 꺼내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다. 말뿐이 아니길 소망해 본다.

올해는 경기침체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6·4지방선거도 치러야 한다. 민생과 국민행복을 우선 챙겨야 한다. 국민과 수시로 대화하며 넓고 깊은 소통에 나섰으면 한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

그때 그 시절의 정겨움과 '새 꿈'이 묻어나는 갑오년 설을 모두가 맞았으면 좋겠다.

설을 맞을 때쯤 돌아보는 얼굴이나 내다보는 얼굴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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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