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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남주공2단지, 그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정치권 선거 때마다 '반짝 관심'
도내 최대 기초수급세대 밀집지역
1991년 건립 후 100명 가량 자살
생활고·정신질환 등 사회적 병폐 심각

  • 웹출고시간2013.10.28 20:30:39
  • 최종수정2013.10.29 18:17:16

편집자

지난 9월 청주시에 주민서명지 1만152장이 전달됐다. 흥덕구 수곡동 주민들이 '공공보건시설'을 설치해달라며 전체 주민 3분의 1에 달하는 서명을 받은 거다. 특정 사안을 놓고 한 지역 주민이 이렇게 똘똘 뭉친 일은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그들은 간절하다. 도내 최대 기초수급세대 밀집지역으로서 오랫동안 각종 사회적 병폐에 시달려 왔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이 지역에 '반짝 관심'을 갖는다. 내년 6·4지방선거에서도 '수곡동 공공보건시설 설치'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본보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그들만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산남주공2단지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생활 실태를 다섯 차례에 걸쳐 낱낱이 살펴본다.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그 중에서도 2동은 도내 최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세대 밀집지역이다.

전체 7천64가구의 19.5%인 1천374가구, 1천868명이 4인 가구 기준 월 최저생계비 154만6천399원(정부보조 현금급여액 124만6천89원)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기초수급세대만 놓고 보더라도 청주시 30개 동(洞) 중 수곡2동에 15.3%가 몰려 있다.

주된 원인은 산남주공2단지 영구임대아파트다. 영구(永久) 임대(賃貸), 말 그대로 특정 조건만 충족하면 평생을 살 수 있는 주택으로서 임대아파트 종류 중 보증금과 임대료, 관리비가 가장 저렴하다.

지난 1989년 노태우 정권 때 처음 도입된 뒤 도내에서도 1991년 청주 산남주공2단지 1천985가구, 1992년 충주 연수주공2단지 1천582가구, 1994년 제천 하소주공4단지 1천74가구, 1995년 청주 용암주공2단지 1천140가구, 1995년 증평주공3단지 358가구가 차례로 건립됐다.

그 후 2000년대 들어 '도심 속 빈민촌' 형성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더 이상 영구임대아파트를 짓지 않게 됐다.

지금까지 보급돼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의 입주 자격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31조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차상위계층, 국가유공자, 보호대상 한부모가족,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북한이탈주민, 장애인등록증이 교부된 자 중 무주택세대주다.

산남주공2단지의 임대 조건은 전용면적기준 39.85㎡(11평, 8개동)~43.92㎡(13평, 1개동)에 따라 나뉜다. 그나마 넓은 43.92㎡가 10월 현재 보증금 238만원, 월 임대료 4만8천843원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산남주공2단지는 입주 후 20여 년간 '신빈곤 집성촌' 형성에 따른 많은 사회적 병폐현상을 낳았다. 특히 생활고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0월 현재 전체 1천985가구 중 기초수급세대(1천259가구)와 차상위 계층(111가구) 비율이 무려 69%에 달하는데 최근 조사 결과 한 달 수입 30만원 이하가 전체 가구의 21.6%를 차지했다. 30만원~50만원 이하가 12.6%, 50~100만원 이하가 17.6%로 뒤를 이었다.

더 큰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 '정신적 피폐 현상'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에서 입주민의 절반에 가까운 46.2%가 우울증세를 보였고, 알코올 남용 또는 의존자가 30.4%, 문제음주가 21.5%에 달했다.

빈곤과 정신 질환을 이기지 못한 상당수 입주자들은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1991년 아파트 입주 후 지금까지 1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들어 그 수가 줄긴 했으나 아직도 연 평균 4~5명이 투신을 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정신·알코올 질환을 앓았던 만큼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공공보건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게 산남주공2단지의 오랜 하소연이나,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만 남발하고 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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