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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남주공2단지, 그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 우리도 웃고 싶다

46% 우울증세… 51% 알코올 의존
피폐해진 심신, 자살·범죄 '악순환'
이웃 도움으로 조금씩 웃음 되찾아

  • 웹출고시간2013.11.03 18:25:56
  • 최종수정2013.11.03 19:23:17
지역 복지계의 어떤 관계자는 청주시 흥덕구 수곡2동 산남주공2단지 영구임대아파트의 색깔을 '잿빛'이라고 표현한다. 건물 색이 회색에 가깝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입주민들의 표정이 어둡고 단지 내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는 뜻이다.

올해 초 청주복지재단과 산남종합사회복지관 조사에서도 '잿빛' 색채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입주민의 46.2%(고도우울 24.7%, 중간우울 21.5%)가 의료적 치료를 요할 정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7.9%도 가벼운 우울증상을 보였고, 정상 입주민은 36%에 그쳤다.

알코올 의존도도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알코올 남용 및 의존자가 30.4%나 됐다. 남용, 즉 중독자로 언제든지 발전할 수 있는 문제 음주자도 21.1%를 차지했다.

피폐해진 심신(心身)을 매일 같이 술로 달래는 입주민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1991년 아파트 입주 후 지금까지 1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엔 무려 11명이 투신하거나 목을 맸다.

이듬해에는 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60대 여성의 시신을 역시 같은 아파트에 사는 고등학생이 성폭행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들이 이곳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최근 1~2년 사이에는 뚜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아파트를 관할하고 있는 산남종합사회복지관과 수곡2동주민센터 등 민·관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 결과다.

수곡2동 주민들은 지난해 주민센터, 의료기관 등 24곳의 기관·시설을 한데 묶어 '건강한 마을 만들기 수호천사'라는 주민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산남주공2단지의 문제점을 모든 주민들이 함께 공유하고 해결하자는 취지에서다.

100여명의 수호천사단은 아동청소년과 노인, 장애인, 알코올 중독 분과로 나뉘어 입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돌보며 희망의 날개 짓을 함께하고 있다.

올해부터 선보인 수곡2동주민센터의 '안부 콜'도 눈길을 끄는 시책이다.

김우혁 동장을 비롯한 직원 16명은 지난 1월부터 매일 개인 당 독거노인 10여명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데 독거노인의 고독사(孤獨死)와 안전사고 예방,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이 기간 고독사와 자살 건수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물림된 가난에 몸서리치던 아이들도 '웃음'을 되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봄 산남종합사회복지관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초·중학생 20여명은 '악기'라는 친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브람스의 왈츠를 들려줄 정도로 제법 실력을 갖추게 됐다.

이순희 산남종합사회복지관장은 "슬픔과 기쁨은 종이 한 장 차이에서 출발한다"며 "지역사회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산남주공2단지 입주민들도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여 년간 각종 사회적 병폐를 낳으며 잿빛으로 변색돼버린 산남주공2단지. 이곳에 하얀 물감을 덧칠한 뒤 파란 구름과 녹색 나무를 새롭게 그려 넣는 건 지역 사회의 몫이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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