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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9.26 18:18:22
  • 최종수정2013.09.26 18:18:22
춘추시대가 깊어갈 무렵 중국 양자강 기슭의 오나라에 임금 수몽의 막내아들 계찰(季札)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계찰은 임금의 명을 받아 사신으로 이웃나라들을 순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북쪽으로 향하는 도중 서나라라는 작은 나라에 들러 군주를 알현했다. 서나라 군주는 계찰이 차고 있는 보검을 보고 탐냈으나 감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하지만 현명하기로 소문난 계찰은 이미 군주의 탐심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는 여러 나라 사신으로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당장에 보검을 풀어줄 수 없었다. 대신 사신 임무를 마치면 돌아오는 길에 그 보검을 왕에게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오랫동안의 사신 임무를 마치고 오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서나라를 잊지 않고 들렀다. 그러나 그 군주는 죽고 없었다. 계찰은 군주의 무덤을 찾아 자신의 보검을 나무에 걸어놓고 길을 떠났다. 계찰을 따르던 이가 물었다. "서나라 군주는 이미 죽었는데, 무엇하러 보검을 남겨두시는 겁니까?"

계찰이 말했다.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그에게 보검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가 죽었다고 내가 어찌 나의 뜻을 바꿀 수 있겠는가?"

계찰이 여러 나라 제후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던 것은 그가 신의를 지키는 데 철저했기 때문이었다. 말로 한 약속도 져버리는 세상에 마음속으로 한 약속까지 지키려는 계찰이고 보니 그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기(史記) '오태백세가편(吳太伯世家篇)'에 나오는 '계찰괘검(季札掛劍)'이라는 이야기의 한 대목이다.

계찰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청주, 청원이 통합을 이룰 당시 우리지역민들과 한 약속을 져버리려는 박근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행정구역 통합을 이룬 청주, 청원을 지지하며 통합시 건립에 소요되는 상당부분의 예산을 정부지원으로 하겠다고 약속(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후 1년도 채 안 돼 당시 약속이 변질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도 정부예산에 통합 관련 예산이 단 한건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합청주시를 건강한 도시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9천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이중 상생발전방안에 명시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비용은 1조5천억여원. 내년 7월 출범하는 통합청주시의 1년 예산 1조8천억원(청주시 1조2천억원, 청원군 6천억원)과 맞먹는 수준으로 청원군과 청주시의 자체 재원으로는 사실상 감당하기 어렵다. 당장 내년에만 행정정보시스템 구축, 통합시청사 건립 설계, 임시청사 건립, 도로 표지판 설치 등에 581억원의 통합비용이 필요하다. 이후 통합청주시청과 구청사 건립비 2천500억원, 시내버스 적자보존금 80억원, 복지예산 150억원, 상수도요금 단일화 비용 62억원, 보건소 건립비 180억원 등 통합에 따른 비용 3천억원 가량이 예상된다. 모두 상생발전방안에 포함된 사업들이다. 주민주도로 이룩한 상생의 통합청주시가 정부지원 없이 '꼼수(쪽지예산)'로 출범할 처지에 놓였다고 생각하니 개탄스럽기만 하다. 정부지원 없이 지방재정으로 이 모든 사업을 진행하려면 사회간접자본(SOC)이나 복지예산 등을 불가피하게 삭감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먹는 무상급식비용도 깎일게 뻔하다. 마산·창원·진해처럼 엄청난 혼란 속에서 출범하는 통합청주시를 보고 싶은 게 아닌지 의문스럽다.

당연히 국비확보가 될 것으로 전제하고 통합을 준비한 우리의 잘못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는 더 잘못된 일이다. 올바른 정치실현은 국민의 믿음에서 비롯된다.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얻어내지 못한 정치는 죽은 정치나 다름없다. 박근혜 정부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60~70%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박 대통령의 모습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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