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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9.10 15:51:51
  • 최종수정2013.09.10 15:51:51
요란하다. 정치권 유력 인사들의 출판기념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에는 격조 높은 대화를 찾아 볼 수 없다. 각계에서 보낸 화환만이 행사장을 가득 채운다.

출간 된 책을 사기위한 돈 봉투도 두껍다. 한데 책 내용은 정치철학이나 비전 제시보다는 자기자랑의 나열이 주류를 이룬다. 우연일까. 내년 예산 심의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행사가 진행됐다. 세인들로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이유다.

정치인의 퇴행적 문화

몇몇 국회의원은 이미 거창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는 소식이다. 이달에 하겠다는 의원도 여럿이다. 얼마 전 새누리당 유력 정치인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대기업 임원 등 수천여명이 이날 행사에 다녀갔다고 한다.

지방정치권도 꿈틀댄다. 선출직인 기초단체장과 출마예상자들이 출판기념회 채비에 분주하다. 내년 6ㆍ4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 90일 전까지 출판기념회가 가능하다. 내년 3월까지는 출판기념회가 줄을 이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소통강화, 성과홍보 효과는 물론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모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권력과 금력이 함께 춤추는 퇴행적 정치문화의 한 단면이다. 권력이 있는 자들이 특정한 시점을 맞춰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갑'의 횡포에 해당한다. 명백한 도덕적 해이다.

사실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 모금 수단으로 변색된 지 오래됐다. 돈이 궁하면 출판기념회를 여는 정치인들도 없지 않다. 자리를 내세워 대놓고 손을 벌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치인이 내는 책은 대개 대필 작가가 쓴다고 출판업계는 말한다. 원고료 1천500만~3천만원 포함해 책 한 권 만드는 데 5천여만원이 든다고 한다. 출판기념회에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200만원 가까이 납부하고 가져온 이런 책들은 곧장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

철만 되면 "의원님들 출판기념회에 봉투 갖다 바치기 바쁘다"는 중견기업 간부의 말이 현주소를 가늠케 한다.

순수문학을 지향했던 글쟁이들의 옛 출판기념회는 소박했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그들은 늘 배고프다.

1955년 첫 시집을 낸 박인환 시인은 문인들이 드나들던 명동 동방싸롱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시집 출간이 귀하던 시절이라 많은 예술인이 정장을 하고 모였다. 축사와 시 낭독이 끝나자 가수 현인이 감미롭게 샹송을 불렀다. "브라보, 오늘의 시인 박인환을 위하여"라며 술잔이 오갔다. 그 시절 출판기념회는 주머니 가벼운 문인들이 모처럼 신나게 먹고 마시는 축제였다고 한다.

1988년 20~30대 시인이 모인 '시운동'동인들은 독특한 출판기념회를 꾸몄다. 새로 시집 낸 시인을 인사동 카페 '평화 만들기'에 불렀다. 시집 주제부터 시인 사생활까지 캐묻는 청문회였다고 한다. 무더웠던 지난달엔 산문집을 낸 류근 시인이 치킨 집으로 문인과 독자를 초대했다. 책값 포함해 회비 2만원을 걷는다고 페이스 북으로 알렸더니 250여명이 몰렸다고 한다.

영리 목적으로 책을 발간하던 시기도 아니고 저자는 이름난 학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는 격조 높은 대화가 오갔다.

글인지 선전인지 모를 정치인의 잡문 모음집을 축하하는 출판기념회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관행과 제도 개선해야

출판기념회를 통해 편법으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정계의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출판기념회가 편법으로 후원금을 더 걷는 창구로 활용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선관위는 '사적(私的) 축하금'이어서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모금 한도도 없고 회계보고 의무도 없다. 오래 전부터 개선 방안이 거론됐으나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치권은 자신들만을 위한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시대적 기류다. 더 늦기 전에 출판기념회 모금도 정치자금에 포함시키는 등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의 출판기념회 관행과 인식을 바꿀 때가 됐다. 유권자들의 요구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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