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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5.21 16:38:5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6년 전이다. 충북도청을 출입했던 필자는 당시 이원종 충북지사가 도지사 선거 불출마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는 기사를 다뤘다.

이 지사는 이 때 "꿈꾸고 계획했던 일들을 거의 다 이루었다"면서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새 인생을 살겠다"고 말했다.

# 이원종-이시종의 아름다운 조우

8년간 민선지사를 맡아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당시 여론조사에서도 50% 이상 지지를 받아 3선(選)이 유력시돼 온 인물이었다. 당시 나이(64세)로 보더라도 한창 능력과 경륜을 펼칠 시기였다. 그의 은퇴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지역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온 도백(道伯)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에 지역민들은 놀라움과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도 공직생활의 정점에서 미련 없이 물러나는 그의 용기를 격려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이후 이 전 지사는 약속을 지켰다. 입신영달과 기득권에만 집착하는 이 시대의 낡은 리더들과는 달리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배려와 겸손의 삶을 지향해 왔다.

은퇴 후 지역 공식행사 참석도 꺼려했다. 자칫 도정 간섭과 자신의 행보에 따른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하기 위한 이유에서다.

그랬던 그가 지난 17일 이례적으로 충북도가 주최한 '2013 오송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행사장을 찾았다. 부인과 함께 뷰티산업관 등을 둘러본 이 전 지사는 이시종 지사와 따로 만나 30분간 환담했다. 미리 정한 건 아니었지만 두 사람의 '공통분모'라 할 수 있는 '오송 바이오'에 관한 얘기가 주제였다고 한다.

이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바이오산업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화장품을 주제로 국제행사를 연 것은 매우 적절하고 잘한 일이다. 박람회장을 둘러보니 '시종'이 '원종'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으뜸(元·이원종 지사 이름의 으뜸 원)보다 시작(始·이시종 지사 이름의 비로소 시)이 더 훌륭하다'고 현 지사를 치켜세운 것이다.

그러자 이 지사는 "뷰티박람회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것은 선배(이 전 지사)께서 바이오를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잘 닦아 주셨기 때문"이라며 "저는 밭만 갈았을 뿐이고 씨앗을 뿌리고 정성껏 가꾸신 분은 선배님"이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선공후사의 공직 처신과 따뜻한 인간애로 충북도정 발전을 위해 밀고 당기는 모습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선다. 무엇보다 전직 도지사가 후배 도지사에게 격려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행보 그 자체였다.

따뜻한 격려는 기적을 낳는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성악가가 오랜 해외 순회공연을 마치고 귀국해 독창회를 열기로 했다. 많은 팬들은 그의 금의환향을 반가워하며 소문으로만 듣던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사회자가 반색이 돼 뛰어나와 당황한 목소리로 비행기가 연착돼 좀 늦을 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최측과 사회자는 기다리는 동안 신인 성악가 한명으로 하여금 무대에 서게 했다. 청중은 매우 실망했다. 공연장은 아쉬움과 섭섭함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사회자의 소개로 나온 신인 성악가가 노래를 마쳤으나 박수를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로 그때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 건전한 비판과 격려가 먼저다

"아빠 정말 최고 였어요" 그 소리를 들은 신인 성악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조명에 비친 그의 눈에는 그렁그렁 고인 눈물이 반짝였다. 몇 초가 지났을까. 얼음처럼 차가웠던 청중들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오랫동안 극장 안에 울려 퍼졌다. 그가 바로 루치아노 파바로티였다. 훗날 파바로티는 그날의 청중들의 격려와 우리 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없었다면 오늘날 내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전 지사가 오송화장품박람회 행사장에서 보여준 격려의 행보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버림으로써 얻는다'는 예지를 깨우치지 못한 채 입신영달과 기득권에만 집착하는 이 시대의 낡은 지역 리더들은 이 전 지사의 이번 행보가 의미하는 바를 깊이 새겨 봤으면 한다.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가 이번 주말이면 막을 내린다. 건전한 비판과 그간 성공개최를 위해 수고한 행사 관계자들에게 격려의 말 한마디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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