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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프랑스 인류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우리나라를 '아파트공화국'이라 칭한 바 있다. 국민의 60%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그녀의 명명에 일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아파트공화국

그녀는 당시 한국의 아파트 단지가 권위주의 산업화의 구조와 특성, 여기서 비롯된 계층적 차별구조와 획일화된 문화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자 그 산물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레리 줄레조는 '아파트공화국'을 통해 편리함을 추구하다 소중한 것들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우리네 주거문화에 대한 통찰과 각성을 주문한 것이다.

택지부족을 해결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목표로 단지 개념의 아파트를 건설하게 된 1975년부터 2000년까지 아파트 거주 가구 수가 무려 55배 증가했다는 통계다.

몇 년 뒤인 지금도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주택 형태는 여전하다.

지난 2010년 기준 아파트 수는 818만5천63가구로 전체주택 1천388만3천571가구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 거주가구수는 1980년 전체가구의 4.9%인 39만 가구에서 2010년 전체가구의 47.1%인 816만여 가구로 증가했다.

충북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도는 최근 도내 주택현황을 총조사했다. 현재의 공급과 수요 그래프를 그려 앞으로의 공급량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다. 기준은 2010년으로 5년마다 시행되는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랐다.

조사년도 기준 충북의 세대수는 59만8천798가구로 2.12%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 해 주택수는 59만9천500가구로 보급률 107.3을 달성했다. 전국 평균 101.9를 웃도는 수치다. 충북의 경우 2010년 기준 아파트 수는 27만2천55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주택수 50만9천968가구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아파트가 한국 중산층의 대표적인 주거양식이 된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는 근대 이후 가장 한국적인 현상인 셈인데 한국 근대성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아파트 공급 확대는 생활 위생환경의 개선과 집단난방으로 인한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 불필요한 가사의 간소화 등에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IT발전을 위한 사회적 기반 형성에도 기여했다.

그런데 오늘날 아파트의 대중화는 중산층의 기호를 퇴색시킨다. 민영건설사들이 지은 분양 아파트가 일반화되면서 임대 아파트가 가난의 기호로 전락한 것은 오래다. 2000년대 들어 초고층 고가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일반 아파트는 행복한 중산층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에 시달리는 불행한 중산층의 기호로 바뀌고 있다. 김윤영의 소설 '철가방 추적작전'은 1980년대 임대아파트에 사는 소시민 계층의 애환과 사회적 격리 문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아파트는 획일적이고 분명한 구획화가 가능한 건축적, 공간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거주민들은 함께 살기를 거부하며 구별 짓기를 고수한다. 아파트단지의 특성은 계층간 사회통합(소셜 믹스)의 실패를 초래하면서 마을 공동체의 형성에도 어려움을 초래한다.

脫아파트문화 고민할 때

우리네 아파트는 이미 고착된 사회구조의 산물이다. 단독주택의 보급과 확산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아파트의 구조만이라도 친밀한 인간관계가 가능한 자연과 보다 가까워지는 공간으로의 전환이 이뤄졌으면 한다.

대량공급보다는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주택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탈(脫)아파트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주택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서구 사회의 부르주아가 선호하는 주거양식은 교외의 단독주택이다. 그들에게 아파트라는 집합적 주거형태는 빈곤층을 위한 사회주택에 가깝다.

한국의 아파트는, 예를 들어 프랑스의 아파트와 전혀 다른 사회학적 의미를 가진다.

프랑스에선 고층아파트단지가 밀집한 파리의 외곽도시인 '방리류(Banlieue)'를 '영혼이 없는 거리'로 지칭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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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