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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호

직지불교대학 교무처장

얼마 전 대통령직속인 감사원에서 4대강사업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는 충격적이다. 임기 내에 4대강공사를 완공하여 치적으로 남기려는 발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기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결과가 총체적부실로 들어났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면밀히 검토하여 하나씩 해나가도 될 국가대사임에도 '빨리 빨리'하는 식으로 추진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한국인의 기질을 대변하는 단어가 '은근과 끈기'였는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빠름 빠름'으로 부추기고 익숙해지는 것은 아닐까.

요즈음 힐링의 열풍을 대변하듯이 명상의 대가인 호주의 '아잔브람'스님이 방한하여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스님은 현대인들을 머리에 당근을 매단 당나귀에 비유한다. "당나귀는 계속 당근을 따라가지만 아무리 빨리 가도 당근은 머리 앞에서만 맴돌게 됩니다. 인생의 성공과 쾌락을 좇는 우리의 삶도 이와 같은 모습일 것입니다. 아무리 쾌락을 갈구해도 그것은 우리 눈앞에서 조금도 가까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나귀가 달리던 것을 갑자기 멈추면 그 반동 때문에 당근이 입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아잔브람스님은 " 현대인들의 가장 큰 문제인 조급증을 해결하는 방안도 명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현대인들은 '빨리빨리'만 있고 '천천히'가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이고, 서둘러 일을 하려다 보면 실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멈춤과 느림을 강조한다. 빠름과 속도에 길들여져가는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젊은이들의 멘토를 명성을 얻고 있는 정목스님도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라는 저서에서 "모두 빠르게,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 느릿느릿 걸음을 떼는 사람은 도태되기 십상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빠르게, 빠르게, 그리고 돈은 많게, 많게, 명예는 더 높게 더 높게 하고 원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행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지요. 늘 더 가지지 못해 안달하고, 늘 더 높이 오르지 못해 안달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가 보면 그보다 더 높은 자리와 그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순간 욕망은 다시 '더 빨리,빨리'와 '더 높이, 높이' 그리고 '더 많게,많게'를 외치며 달려가지요. 그렇게 달리고 그렇게 모으다가 제대로 한번 써 보지도 못하거나 제대로 높은 자리에서 세상을 위해 뜻을 펴 보지도 못한 채 삶을 바치는 것이 인생입니다."라면서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기다리기도 하고 느리지만 더불어 가는 삶을 제시하고 있다.

1999년부터 시작된 슬로시티운동은 기술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의 한 형태로 빠름이 주는 편리함을 손에 넣기 위해 값비싼 느림의 즐거움과 행복을 희생시키고 말았다고 주장하면서 성장에서 성숙, 삶의 양에서 삶의 질로, 속도에서 깊이와 품위를 존중하는 것이다. 느림의 기술은 느림, 작음, 지속성에 둔다. 빠름과 느림, 농촌과 도시, 로컬과 글로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조화로운 삶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다. 운동이 출범된 이래 25개국 150개 도시로 확대되었으며 우리나라도 전남의 신안, 완도, 장흥과 담양 10개의 슬로시티가 가입되어 있다. 이 운동의 구현을 위한 5가지 지침은 ①철저한 자연 생태의 보호 ②전통문화의 자부심 ③슬로푸드(제철ㆍ제때의 식재료와 유기농법) ④특산품, 공예품 지킴이 ⑤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태도(정직한 진정성 유지)라고 한다. 여유로운 삶의 질을 추구하는 슬로시티운동이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은근'은 한국의 미요, '끈기'는 한국의 힘이다. 머지않아 새로운 정부가 자리 잡을 것이고 그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속도에 치우칠 수 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너무 서두르지 말고 때로는 멈추기도 하고 때로는 느리지만 꾸준하게 정책을 추진해주었으면 한다. 우리들의 삶도 때로는 멈춰서 뒤돌아보고 둘러보는 여유를 찾고, 빠름보다는 느림으로 더불어 갈 때 행복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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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