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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9.06 19:48:4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요즘 청주시와 청주시의회의 모습을 보면 '염치'(廉恥)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위·아랫사람 할 것 없이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권한'(權限)만 행사할 줄 알지 책임 있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공직자의 의무가 무엇이며, 지방의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망각한 것 같은 느낌이다. 개개인의 학벌과 경력을 살펴보면 필자보다 못한 분들이 없어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존경할 만한 구석이 없다. 위로는 1천800여명의 공무원을 이끄는 한범덕 시장부터 그렇다. 군사를 이끄는 장군은 부하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줘야 한다. 그래야 전쟁에서 승리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신뢰와 믿음은 정직한 마음과 솔선수범에서 비롯된다. 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이 한범덕 시장에겐 수학의 미적분처럼 어렵게 여겨지는 듯하다. 얼마 전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우리나라 전역을 연이어 강타할 때 한 시장은 유유히 몽골로 떠났다. 전시에 부하들만 남겨 놓고 자리를 장시간 비운 것이다. 국제우호도시로 결연한 몽골로 떠난 과정도 참으로 유치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한 시장은 태풍이 상륙한 지난달 27일 몽골 자브항 방문일정을 취소했다. 태풍 때문이었다. 직원들에게는 "단 한 건의 피해도 없어야 한다"며 태풍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전 직원 비상근무령(시장특별지시 제1호)을 내렸다. 대신 외교적 결례를 감안, 다른 방문단은 일정대로 출국시켰다. 믿음직스러웠다.

그러나 이후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한 시장은 태풍 영향권에 든 28일 오전 재난취약시설을 점검한 뒤 오후 3시 인천공항으로 출발, 기상악화로 당초보다 5시간 늦은 0시50분에 몽골행 비행기를 탔다. 여론의 뭇매가 무서웠던지 몇몇 참모에게만 슬쩍 출국 사실을 알렸다. 한 시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역대 5위급 태풍 볼라벤은 전국을 강타했다. 전국 곳곳에서 25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청주에서는 3명이 다쳤다. 재산 피해도 126건이나 발생했다. 30일 새벽 볼라벤에 이어 14호 태풍 덴빈이 한반도를 덮쳤다. 청주에 120여㎜의 집중호우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때도 한 시장은 없었다. 31일 새벽에서야 돌아왔다. 같은 시기 청주시의원들도 해외연수를 명분삼아 유럽으로 날아갔다. 복지환경위원회는 스위스·독일·오스트리아로, 재정경제위원회는 프랑스 등 서유럽으로 각각 세금으로 조성된 1인당 180만원짜리 연수를 떠났다. 몇몇 의원들은 태풍을 의식해 일정을 조정하려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아마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청주시의원들은 낙과 사주기 운동과 장병들의 태풍피해 복구작업 등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어느 겨울 아침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아이가 밤새 눈이 내린지 모르고 창문을 열었다가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것처럼 말이다. 시민을 제대로 받드는지 집행부를 감시하라고 뽑아놓은 청주시의원들이 밤새 눈, 비가 왔는지 세상모르고 잠을 자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앙증맞은 아이처럼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서야 되겠는가. 자연재해로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나 않은지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주위를 살피는 것이 옳은 행동 아닌가 말이다. 청주시의회의 모습이 이런데 어떻게 집행부를 감시하고 그들에게 옳은 행동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일부 청주시 직원들의 공직기강해이, 토착비리, 금전거래 행위 등도 수많은 정직한 공직자들을 욕 먹이게 하고 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자신의 가족이 자연재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가로이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지, 자신이 땀 흘려 번 돈으로 외유성 연수를 갈 수 있는지, 자신의 가족에게 성희롱을, 금품요구를, 뇌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말이다. 타인에게 원칙대로 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본인부터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공생'(共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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