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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8.02 19:07:0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법'(法)처럼 재미없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다. 그러나 평화롭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법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법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약속이다. 법은 결정에 따라 우리사회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면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최근 지자체와 대형마트간 법정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관련한 다툼이다.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할 것이다.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사법부의 판단에 쏠려있다. 그런데 실망스러운 점이 있다. 양 기관 모두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을 너무 가볍게 처리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청주지법 행정부(최병준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청주시의 대형마트 7곳이 영업규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시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대형마트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청주시의 처분으로 대형마트 측에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며 "청주시가 지난달 20일 내린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의 효력을 본안판결 선고 시까지 정지한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지난 1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지난 4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둘째·넷째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평일에는 자정부터 이튿날 오전 8시까지 영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이 지난달 16일 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리자 시는 조례의 몇 가지 문구만 고쳐 나흘 뒤인 20일 영업규제 처분을 다시 내렸다. 이에 대해 7개 대형마트는 시의 처분이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뤄졌다며 지난 24일 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취지로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이날 법원으로부터 인용결정을 받아냈다. 다시 말해 시의 조례는 지자체장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무 휴업 일을 규정한데 이어 바뀐 조례 역시 의회의 기능을 망각하고 지자체장에게 모든 권한을 주도록 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가 대형마트의 의견수렴 등 적법 절차를 생략했다는 점도 위법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그동안 시 조례에 의해 영업제한을 받아 온 대형마트들은 이번 결정으로 현재 영업을 재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주시 외에도 지자체 9곳에서 유사소송이 진행 중에 있어 이번 결정은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월 유통산업발전법이 헌법상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낸 대형유통업체들도 이번 판결이 헌재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며 법적대응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청주시는 재판부에서 지적했듯이 대형마트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새로운 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안소송을 염두에 둘 때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청주시와 시의회는 졸속입법으로 지역 영세상인들의 피해를 막지 못한 책임은 면키 어렵다. 상위법이나 먼저 조례를 제정한 전주 등의 타 지역 사례를 그대로 베껴 조례를 만든 청주시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자체는 법률에 정통한 전문위원과 고문변호사를 두게 돼 있다. 그런대도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데에는 지자체의 권위적인 자세, 국민을 섬기지 않는 자세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러한 나쁜 습관이나 관행도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이번 판결의 취지가 왜곡돼 그동안 우리사회가 노력해온 상생발전,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법부는 본안소송 결정에 앞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한 이유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개정인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판사는 전인격으로 재판한다고 믿는다. 판사의 전인격이란 그의 법률 지식, 직업적 양심, 인생의 경험, 인간과 사회 그리고 역사에 대한 관념과 태도 이 모든 것을 포함한다. 아니 그 이상일 것이다.

판례에 의한 재판, 과학적인 논리에 입각한 머리로 결정하는 재판이 아닌 가슴으로 하는 재판이기를 바란다. 이런 재판의 결과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믿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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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