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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21 15:46:4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기자'란 직업 탓인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그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뿌리깊은 '연(緣)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쓰거나, 발언을 해 왔다.

예컨대 큰 선거 때만 되면 "경상도나 전라도는 똘똘 뭉치는데 충청도는 안 뭉치니까 핫바지 얘기를 듣는다"란 억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에 대해 필자는 "충청도까지 뭉치면 대한민국은 망한다"란 논리를 편다. 참고로 기자는 충청도 영동 출신이다. 그리고,아직은 호남당 색채가 강한 모 야당 후보가 첫 국회의원이 된 세종시에 산다.

필자의 주장은 외지인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에 살던 2년전까지는 상당히 먹혀 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충청도 땅의 극히 일부'인 조치원으로 이사온 뒤에는,먹혀 들기가 너무 힘들다. 거짓말 좀 보태면,지역 언론계 선후배나 동창들 사이에서 이런 주장을 하려면 '맞아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보편성이 중시돼야 할 세종시 출범을 앞둔 마당에 학연·지연을 따지는 풍토가 못마땅해 얼마 전에는 조치원에서 만난 지인 몇 명과 뜻을 모아 '세사모(세종시를 사랑하는 모임)'를 발족시켰다.

이 모임은 회원 자격부터가 특이하다. 연기군 출신은 안 된다. 비연기군 출신으로,세종시에 살고 있거나 세종시에서 생업을 영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앞으로 세종시민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준회원 자격이 있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 모임에 대한 소문이 나자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이 그다지 곱지는 않다. 필자의 진정성을 오해한 연기군 출신 한 후배는,비록 농담이겠지만 "(나를 회원으로 가입시켜 주지 않으면)모임을 폭파시켜 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해 왔다.

다음에 소개하는 사례들은 필자가 최근 겪었거나,반복적으로 겪고 있는 100% '리얼스토리'다.

#.지난 16일 오후 3시쯤 조치원역앞 모 파닭집. 조치원으로 이사온 뒤 전국적으로 유명한 '**파닭'을 찾던 기자가 색다른 치킨맛에 반해 가끔 들르는 집이다.

영업하기가 애매한 시간대여서 그런지 여주인은 없었다. 대신 남편인 듯한 중년 남자가,매우 귀찮다는 표정으로 필자의 전신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음식점에 온 손님에게 하는 질문치고는 너무 황당했다. "영업해요?"라고 물었지만 상대편 대답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목소리를 높여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그러자 그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영업 한다니까요."

#.기분을 잡친 필자는 집으로 가기 위해 인근 정류장으로 가서 택시를 탔다. "*** 갑시다."

손님이 이렇게 말하면 "예 손님,***로 모시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택시기사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에티켓이다. 하지만 60대로 보이는 그 기사는 무표정에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조금 전 치킨집에서 겪은 화를 되풀이해서 당하곤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정신 바짝 차리고 택시가 가는 길을 관찰했다. 그 동안 행선지를 재확인하지 않아 엉뚱한 곳에 도착한 경우가 여러 번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목적지엔 잘 도착했다. 대부분의 연기군 택시는 세종시 출범을 앞두고 '스마트택시'로 브랜드가 바뀌었다.

#.대중교통 형편이 좋지 않은 조치원에 2년째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곳에서 운전하면서 경험하는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방향 지시등이다. 복잡하지 않은 도로에 길들여진 운전자가 많기 때문인 듯,대도시와 달리 지시등을 켜지 않고 방향을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록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이는 다른 차량 운전자에 대한 큰 결례다.

충청도인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우스갯 소리 하나 소개한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충청도 시골 장터에서 채소 행상을 하는 여인에게 서울손님이 다가왔다.
손님:아주머니,이거 파나요?
여인:그럼 구경 시킬라고 나왔겄슈?
손님:(무안해하며)그럼 얼마예요?
여인:알아서 주세유.
손님:천원 드릴게요.
여인:(얼굴표정이 확 바뀌며)냅둬~유,가져다가 소나 맥일게유.

외지인들이 들어와서 기업하기 힘든 대표적 지역이 충청도라고 한다. 충청도인의 일반적 기질이 자본주의에는 부적합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는 7월 탄생하는 세종시를 중심으로 충청도는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이다. 중앙공무원을 비롯한 많은 외지인이 충청도로 몰려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충청도인들이 지금 해야 할 시급한 일은 '의식이 선진화된 인간'이 되는 게 아닐까. 따라서 필자는 세종시장 당선자를 비롯한 충청권 4개 시·도지사에게 '의식 개조 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19세기 일본의 메이치유신(明治維新)이나,1970년대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과 비슷한 지역사회 개조 운동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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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