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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3.14 16:38:4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환

충북대 교수

'국회노동위 국정감사에서 평민당 이해찬 의원은 노동부장관에게 청주 택시 노동쟁의에 안기부가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참가한 것에 항의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청주 지역의 택시회사 관리자와 깡패 40여 명은 7월 22~23일 정진동 목사 자택으로 가 썩은 계란·생선 내장과 인분을 투척하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그리고 보도블록과 돌멩이를 던져 대문과 슬레이트 지붕 등 가옥을 파괴했다. 이들은 "정진동이 나와, 짓밟아 죽이겠다. 왜 순진한 기사들을 선동해서 사회를 시끄럽게 만드냐"고 고함을 치며 난동을 부렸다.' 이것은 1988년 7월 26일 한 전국 일간지에 보도된 내용이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일이다.

그때 테러를 당한 정진동 목사께서는 영면(永眠)하셔서 지금 이 땅에 계시지 않다. 그런데 테러를 가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국가를 보위하는 애국적 행위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보는 정진동은 불순분자일 뿐 아니라 친북좌파이자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선전선동가였을 것이다. 이처럼 보수진영 인사들은 민주화운동을,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진보진영과 같은 하늘 아래 산다는 것을 무척 불편해 했다. 이런 분들이 자주 하던 말이 있다. '저런 것들은 모두 삼청교육대로 보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비난했다. '그렇게 이 나라가 싫으면 북한으로 가지 왜 여기 사느냐?'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택시노동자들의 애원과 그에 대한 동조가 친북좌파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없다. 다만 1980년대 보수의 시대정신인 에피스테메(episteme)는 친미반공과 성장발전이기에 진보의 에피스테메인 민주화나 민족통일과 자동적으로 대립되었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백색테러의 난동자들은 역사의 희생자인 것이고 레드컬픔렉스의 최면에 취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역사는 치열한 기억투쟁이므로 사건이나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를 토대로 한 기억과 기록이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 기억을 위한 통과예식(通過禮式)이 있었다.

2012년 2월 29일,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는 기억(記憶)의 예식이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앞에서 예로 든 택시노동자의 임금투쟁 당시에도 고통을 당했던 조순형 전도사께서 타계한 정진동 목사를 비롯한 여러분들과 김재수 우진교통 사장을 비롯한 민주화 동지들에게 『충북민주화운동사』를 헌정하는 예식이었다. 비장하지만 유쾌했고 조촐하지만 화려했던 보기 드문 행사였다. 앞에서 예로 든 노동민주화운동을 쓴 박만순 충북민주화운동사 편찬위원의 진행에 따라, 조순형 전도사가 대표로 책을 헌정했고, 노영우 목사가 후배에게 드리는 당부의 말을 했으며, 25세의 김현희 청주노동인권센터 사무차장이 고난의 장정에 찬사를 드렸다. 그리고 매우 힘차고 다소 비감하게 이런 노래를 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그렇다. 그날 희망했던 새날은 왔다. 2012년의 오늘이 아무리 압제가 심하다고 해도 1988년과 비교할 수 없으며, 오늘날 인간의 권리가 침해된다고 해도 그날보다는 낫고, 그날의 민족·민중·민주의 민주화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 것이다. 이 노래처럼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아는 것, 민주화의 그 고난은 결코 헛된 희생이 아니었다. 따라서『충북민주화운동사』의 헌정은 참으로 의미있는 또 하나의 사건사(事件史)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충북 민주화운동의 과정을 책으로 담아 역사에 기록하고 머리에 기억했으며 그토록 원했던 새날은 왔으므로 이제, 은원은 모두 잊어야 한다. 따라서 과거 반민주(反民主)의 대열에 섰던 분들이나 민주화에 헌신했던 분들 모두 역사학자 카(E.H. Carr)의 말대로 과거의 거울로 미래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바라건대는, 공존과 상생의 정신으로 보수와 진보가『충북민주화운동사』헌정을 함께 기억해 주실 것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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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