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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2.20 15:21:5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오늘은 본보 창간 9주년이다. 창간호 칼럼을 생각하면서 불현 듯 지난해 10월6일자 경향신문 1면 편집이 생각났다. 파격적이었다. 1면에 대문짝만하게 광고가 내걸렸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겐 생소했다. 광고 문안은 한국기자협회가 공표한 '기자윤리강령'이었다. 기자윤리강령은 일종의 기자 십계명이다. 기자들이 들고 다니는 기자수첩 첫 장에도 선명하게 인쇄돼 있다. 기자가 해야 될 일과 안 될 일을 적시하고 있다.

***돈이 귀신도 부리는 시대

기자들은 누구나 기자윤리강령을 잘 안다. 기자가 해서는 안 될 일과 해야 할 일 등도 잘 안다. 그러나 세상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이전에 기자 스스로는 과연 얼마나 조리에 맞을까.

오늘 이 구닥다리 강령을 굳이 들먹이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기자와 언론이 과연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를 묻기 위해서다. 특히 지역 언론에 묻는 질문이다.

기자라는 직업은 분명히 쉽지 않다. 사명감이나 보람 없이는 하루 한 날도 버텨내기 어렵다. 하지만 독자 1명 1명의 눈이 매일 내 글에 맞춰져 있음을 느끼면 다르다. 내 글로 인해 사회가 달라진다면 심장이 요동칠 일이다.

기자의 사명은 뭔가. 언론이 해야 할 일은 과연 뭔가. 1차 목표는 취재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을 원칙에 입각해 전달하는 일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일이다. 그게 기자의 사명과 책무다. 곧 독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기자는 개인적 욕심을 버려야 한다. 개인감정에 상관없이 정론직필 해야 한다. 또한 권력과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비판자이어야 한다. 그런 기자들이 소속된 언론사가 언론의 필수적 사명을 완수할 수 있다.

공공단체나 공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자주 나오는 반응이 있다. 왜, 조용한 지역사회에 분란을 일으키느냐는 식이다.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그런다고 쉽게들 단정하고 폄하하려 한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게 있다. 왜 언론이 언론사의 피해를 무릅쓰고 진실을 밝히려 애를 쓸까. 권력과 공공기관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걸까. 궁극적으로 우리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회가 정화돼야 삶의 질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 춤' 속엔 기자윤리강령보다 더 현실적으로 새겨야 할 표현들이 많다. 어쩌면 현직 기자에게 더 금과옥조(金科玉條)일 수 있다. 역설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소설은 재계 제1순위가 되고 싶어 하는 한 기업이 정관계와 언론을 상대로 벌이는 로비백태를 소개하고 있다. 불법을 합법으로 만드는 힘은 '돈'이다. 돈만 주면 그 누구도 넘어오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이 두 가지를 요지로 하고 있다.

기자를 묘사하는 소설 속 한 대목은 적나라하다. "기자들은 갖다 바치는 대상이 아니라 자기네 발로 와서 받아가야 하는 최하급이라는 것 몰라" "어느 한 신문에 괘씸죄를 씌어 1년 동안 광고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기자들은 서열만 최하위가 아니고 금액도 최하위라니까. 얼만데· 보통 50이고 특별한 경우가 생겨야 100. 아주 특별한 경우는 2-3백이면 다 해결돼."

이런 식의 비꼼이 많다. 황당무계한가. 그렇지만은 않다. 감춰진 진실이 있다. 어쩌면 현장에 있는 우리 기자들의 자화상이다. 기자는 불의를 비판하고 불의에 저항한다. 기자라면 대부분 그렇다.

그러나 금전적 권력에는 약하다. 학연이나 지연, 라인, 접대문화에도 쉽게 빠져든다. 한두 번쯤 골프 접대 안 받고 촌지 한번 안 받아 본 기자가 얼마나 될까. 그러나 물질의 양으로 삶의 질을 판단할 수는 없다. 기자의 질도 마찬가지다.

***정론직필 해결책은 없다

기자윤리강령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지방지 기자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아니 암울하다. 그러다 보니 '돈은 귀신도 부린다.'라는 말이 사실이 되고 있다.

직필정론이 외면되면서 뉴스가치도 상대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다. 개탄스러울 뿐이다. 일부 신문들은 이미 공신력을 잃었다. 먹고 사는데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각종 언론매체는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치지도 않는다. 정말 이대론 안 된다.

그러나 오늘도 정론직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기자들이 더 많다. 숱한 유혹을 뿌리치고 진실 찾기에 나선 수많은 현장기자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 할 일이 뭘까. 해결책은 나와 있다. 언론사의 경제적 건전성이다.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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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