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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중심주의가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법정구속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이 같은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청주지법에 따르면 불구속 사건 중 법정구속의 비율은 △2007년 10월1~2008년 9월30일 5.6% △2008년 10월1~2009년 9월30일 9.3% △2009년 10월1~2010년 9월30일 9.5% △2010년 10월1~2011년 9월30일 9.9% 등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은 법정구속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유무죄를 수사 과정이 아닌 법정에서 가리고 형사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와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화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부 변호사들도 이 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판중심주의와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은 사법개혁의 핵심내용이다. 과거 암울했던 시절 검사의 판단에 따라 사건당사자의 신병처리가 정해진 게 사실이다.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예외 없이 발부됐고 검사의 구형은 판사의 선고 형량과도 같았다. 1988년 탈주범 지강헌이 경찰과 대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세상에 외친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말은 당시 부패한 사법부를 꼬집는 상징적인 표현으로 지금까지 유사한 경우에 인용되고 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사법부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국민적 요구와 자체성찰로 상식이 통하는 사법부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정말 그럴까. 얼마 전 충북변호사회가 사상 처음으로 법관평가를 실시해 발표한 일이 있다. 충북변협은 지난 한 해 동안 청주지법과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소속 39명의 법관들을 평가했다. 예상과 달리 법관평가에 도내 93명의 변호사 중 49명(53%)이 참여했다. 전체 법관들의 평균점수는 81.33점. 이중 부장급에서는 청주지법 김정운 부장판사, 평판사에서는 이형걸 판사가 각각 최우수평가법관으로 뽑혔다. 최하위평가법관은 3인으로 평균점수가 50.30점에 그쳤다. 충북변협은 하위점수를 받은 법관에 대해서는 명예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발표하지 않고 법원장에 전달했다.

변협은 법관평가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법관은 재판을 통해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사법부의 주체인 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법관으로서 품위와 자질, 능력을 검증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공무원으로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공정하고 친절하며 신속한 사법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점증하는 시대에 법관도 그 예외일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법관평가를 하게 됐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권력형 비리 등이 터져 나올 때 마다 사법부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게 사실이다. 최근엔 일명 '석궁 사건'의 재판을 영화화한 '부러진 화살'이 인기를 타며 영화의 허구적 사실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난해 상영된 영화 '도가니'에서부터 이어져 온 사법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는 느낌이다. 재판이라는 것은 이해관계인들이 대립하는 마당이다. 재판 당사자들은 서로 자기 입장에서만 사건을 바라보기 때문에 재판이라는 것은 숙명적으로 누군가에게는 오해받을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는 엄격한 자격 요건 하에 선발되고 선발 후에도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요구된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사회풍조도 잘못된 일이다. 그렇다고 사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고 철저한 분석과 자기반성을 하지 않는다면 더 큰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충북변협의 법관평가에서도 나왔듯이 재판부의 고압적 태도와 일방적 재판 진행은 더 이상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한다. 재판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과정에서 막힘이 있다면 판결이 아무리 훌륭하여도 누군가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사건당사자의 방어권을 존중하는 공판중심주의가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허나 그 속에 '소통'(疏通)이 없다면 그 역시 불신을 가리려는 거짓으로 포장된 사법부의 모습으로 평가절하 될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같은 국민적 불신을 인식해서인지 법원이 직접 나서 지난 6일 '소통 2012 국민 속으로'이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사법부가 진정으로 막힌 것을 트고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고성이 오가는 법정이 아닌 소통의 모습이 연출되는 2012년 법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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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