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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1.18 18:31:5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환

충북대 교수

본인은 공적(公的)인 이유로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사직하고자 합니다. 먼저 불초한 저를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임명해 주신 이시종 지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저를 추천해 주신 충북예총, 충북민예총 그리고 충북문화원연합회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기대와 사랑으로 질정을 해 주신 충북의 언론과 애정과 염려로 함께 해 주신 충청북도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2001년 1월 1일, 이원종 지사께서 천년대종(千年大鐘)을 만드시고 2012년 1월 1일 이시종 지사께서 천년대종을 치시면서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임을 천상천하에 고하신 바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예술은 정책의 상징을 넘어서지 못했고 표면적 구호 이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문화의 세기를 알리던 2001년 충북의 문화예술예산은 1.61%였는데 2012년은 1.35%입니다. 5%가 적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인데 이것이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저는 졸저 『향부론(鄕部論)』에 입각하여 지역이 잘살아야 국가와 민족이 잘살 수 있다는 지방자치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향부숙의 숙장(塾長)으로 지방자치의 가치를 전파해 왔습니다. 또한 지방과 지역이 잘사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안은 문화예술의 진흥이라고 믿었습니다. 충북을 하나의 소국가로 생각하던 저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문화재단 대표직을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하는 일은 충북민예진흥기금의 진행 관리와 사무실 서쪽 책상을 동쪽으로 옮겨놓는 것뿐이었습니다.

그간 저는 풍전등화의 국난에 임하던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심정과 '그래도 13척은 있지 않겠는가·'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필사즉사 필생즉사(必死則死 必生則死)로 죽도록 하여도 죽을 뿐이고, 살고자 하여도 죽을 뿐이며 13척은커녕 단 한 척의 배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충북의 대표도민인 이시종 지사님께 여러 가지 정책과 각종 기획을 건의한 바 있으나, 그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문화와 예술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논리가 아닌 시장실패를 보정하고 도민에게 희망을 제작해 주는 공공영역입니다. 비유하건대 먹고사는 것을 식이라고 하여 이식위천(以食爲天)이라고 하고 생각하는 것을 문이라고 하여 이문위천(以文爲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당연하게 이식위천과 이문위천의 균형이 필요하고 문화경영과 문화복지의 평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충청북도는 경제우선주의, 경제결정론, 자본주의절대론, 성장발전주의, 필사적인 경쟁론, 경제환원론 등 유물론(唯物論)에 속박당해 있고 정신과 영혼의 유심론(唯心論)은 망각하고 있습니다.

아, 인문(人文)의 문화와 천문(天文)의 예술로 충청북도를 문화사회(Cultural Society)로 만들고자 했던 저의 기획은 완벽한 환상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그 기대와 환상에서 깨어 참담한 심정으로 사직서를 올리니 지혜로운 마음으로 혜량해 주실 것을 앙망하옵니다. 향후 이시종지사께서는 '회홍지사지기 불의망자비박(恢弘志士之氣 不宜妄自菲薄)' 즉 뜻있는 인사의 기개를 펴도록 해 주시고 스스로 비하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고 충북문화사에 반석을 놓아 존명(尊名)을 거룩하게 새겨 주십시오. 그것은 우암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무심천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 이 시작의 종(鐘)이 희망 천년에 울려퍼지는 그날일 것입니다.

부디 이런 사직서가 충북사회를 격랑과 격앙으로 물결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전국 최하위이고, 문화의 의제도 없으며,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는 충북문화와 충북예술은 천하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 다. 존경하는 이시종 지사께서 충북문화예술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문화예술 정책에 우선을 두실 것을 강강(强剛)히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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