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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1.05 17:04:5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최근 읽은 한 기사는 필자를 슬프게 했다. 내용은 이렇다.


"2012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최연소 합격생이 이공계 학과를 포기하고 연세대 치대에 진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고 수준의 영재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의대와 치대로 몰리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 입학처는 1일 "서울과학고 3학년 배형규 군(16)이 연세대 치의예과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배 군은 서울대가 지난해 12월 9일 발표한 '2012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결과'에서 최연소로 합격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당시 배 군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와 연세대 치의예과에 수시모집으로 모두 합격한 상태였다. 언론 인터뷰에서 배 군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 진학한다면 원래 좋아했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것이고, 연세대 치대에 간다면 더 안정적인 미래를 택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배 군은 중학교 1학년이던 2008년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중등부 금상을 받았다. 배 군은 중학교 1학년 과정만 마쳐도 서울과학고에 입학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시험 삼아 입학시험에 응시했다 합격하는 등 어려서부터 과학영재로 주목받았다. 배 군은 서울대 최연소 합격 사실이 발표된 후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처럼 진지한 연구를 하면서도 재미있는 인생을 사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파인먼은 아인슈타인 이후 미국 최고의 천재로 평가받는 물리학자로 1988년 타계했다.

배 군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부모님과 상의해 진로를 결정했다"고만 밝혔을 뿐 자세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우일 서울대 공대 학장은 "배 군 같은 인재가 이공계 분야에서 사회적 부가가치가 큰 성과를 내주길 바랐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서울대 등록률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올해 서울대 수시모집 미충원 현황에 따르면 자연대와 공대의 미충원율이 높았다. 서울대 인문대 사회대 경영대와 의예과는 모든 합격생이 등록을 했고 자유전공학부도 합격생 110명 중 5명만 등록을 포기했다. 반면 자연대는 합격생 200명 중 33명(16.5%)이 등록을 포기했고 공대도 합격생 581명 중 54명(9.29%)이 등록하지 않았다. <출처:동아일보 1월 2일자>"


만약 이 칼럼을 읽는 이가 젊은이라면 "별 걸 가지고 다 글을 쓰네"라며 필자를 고리타분한 중년층이라고 힐난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주의 사회라도,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게 바로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다.

입시제도가 요즘과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필자가 대학에 입학하던 1970년대 후반만 해도 이런 현상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최상위 1~2개 학과씩을 제외하고,전국의 우수 고교 졸업생들이 1등부터 순서대로 서울대에 지원하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었다. 이에 대해 "간판만 따려고 공명심에서 서울대에 간다 "라든가 "모든 학과를 특정대학이 독식한다"라는 비난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인기학과든,비인기학과든 서울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저마다 "이 분야 학생 중에선 내가 국내 최고"라는 프라이드를 갖고 공부했다. 그것이 결국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다수 학문이 국제적 수준에 오르고,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예컨대 필자가 학부에서 전공한 지리학 같은 학문은 연세대를 비롯한 국내 대다수 사립대학에서는 전공 과정을 두지 않고 있다.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운 이른바 '비인기 학과'로는 학생을 충원하기 어려운 게 주된 이유다. 인류학이나 고고학·천문학 같은 학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 학문은 그나마 서울대에서 전공을 두고 박사 과정을 양성했기 때문에학문의 대가 끊기지 않았다. 하지만 대다수 졸업생은 경제적으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우수한 인재가 의료계로 몰리는 현상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직업 선택의 자유도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국민이 낸 세금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과학고교나 서울공대·카이스트 등의 우수 졸업생이 나라나 인류를 위해 해야 할 '더 큰 일'을 포기한 채 의학계로만 몰리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혹시 '제 2의 안철수'를 꿈꾸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 나라에서 더 이상의 '안철수'는 필요없다. 의사이며 과학자 출신인 안철수가 정치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 이 시대의 비극이다.

특정 분야의 능력이 충분한 데도 일을 포기한 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한다는 건 아무리 수입이 높다 한들 개인적으로도 불행이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가 너도나도 의사가 된다고 치자. 그럼 우스갯 소리로 '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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