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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12.01 18:18:5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글 쓰는 사람들의 꿈은 한결같다. 긴 세월 자신의 영혼을 불태워 낸 책이 불티나게 팔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현실은 모진 법이다. 책을 내본 사람은 10만부는커녕 1판 2쇄(1쇄 2천~3천부)찍기도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책에 대한 평가와 판매 모두 순수 독자에게 맡기려는 저자에게 출판기념회는 부질없는 짓이요 사치다. 행사장 임대와 초청장 발송 등 번거로운 일이 따르는데다 주위에 민폐를 끼칠까 저어하는 마음에 그만두는 게 보통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다른 세상이다. 책만 냈다 하면, 아니 자신의 정치일정에 발맞춰 억지로라도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연다.

매년 국정감사와 예산 심의 전에 부쩍 많아진다. 올해처럼 내년 총선(4월 11일)을 앞둔 시점엔 더더욱 늘어난다.

지역에서도 그렇다. 요즘 내년 총선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룬다.

노영민 의원(청주 흥덕을)은 지난 10월 국회에서 '현대사의 비극들'이란 제목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라는 자리에 어울리게 1천500명이 넘는 인사들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의원은 이 달 중에 지역구인 청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중부4군 정범구 국회의원도 지난 10월에 국회의원회관에서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의 세 번째 저서 '이 땅에서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또 이달에 음성에서 같은 출판기념회를 연다.

괴산 출신으로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도 지난달에 의원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국회의원, 치과의사, 시인, 전기기술자 등 인생 굽이굽이 마주친 크고 작은 고난과 실패, 고통과 절망의 두레박에서 끌어올린 희망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고 밝혔다.

남부3군 출마예정자인 박덕흠 전문건설협회장은 지난달 28일 영동실내체육관에서 '늘 푸른 소나무 박덕흠의 희망에세이'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앞서 청원지역 출마예정인 이승훈 전 충북도정무부지사도 지난 8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자서전 '특명, 청원경제를 살려라'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어 9월에는 청주 제빵왕김탁구 드라마 전시관에서 동일한 출판기념회를 진행했다.

중부4군 출마를 밝힌 김영호 음성 한일중학교 이사장(전 청주의료원장)의 '서울약국 큰아들'출판기념회가 지난 9월에 열리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요즘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출판기념회는 '정치행사'에 다름 아니다.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걷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 제한을 받지 않아 금액한도와 모금액수, 횟수에 제한이 없는데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필요도 없다. 선거일 90일 전부터 금지되지만 그 이전엔 어디서 몇 번을 하든 상관없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간혹 정성 들여 펴낸 듯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역과 대한민국, 자신의 이름에 삶, 정치역정, 철학, 비전, 희망 등의 단어를 더한 제목 아래 신문 잡지에 기고했던 자화자찬 에세이나 의정보고서를 담은 것들이다. 애당초 읽으라고 펴내는 게 아니란 얘기다.

출판기념회가 정치행사인 만큼 책을 평가하는 기준도 다르다. 책이 얼마나 많이 팔렸느냐, 평가가 어떠한지는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기념회에 온 사람들의 얼마나 되느냐, 행사장에 직접 오거나 화환을 보내 축하한 유명 인사들이 누구누구냐가 오히려 중요하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사람 역시 왔다갔음을 알리는 게 목적인만큼 책엔 관심도 없다. 그저 방명록에 서명하고 봉투를 전달한다. 책값만 넣는 게 아니어서 3천만원 가량 들여 출판하면 1억원에서 3억원까지 거둔다는 후문이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시(詩)도 많이 지었다. 그러나 폐족이 돼 곤궁한 그가 자신의 손으로 책을 낼 수는 없었다. 누군가가 책으로 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다산은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섰다. "내가 죽은 뒤에 아무리 정결한 고기와 풍성한 안주를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준다고 해도 내가 흠향하고 기뻐할 것은 내 책 한 편을 읽어주고 내 책 한 장(章)을 베껴주는 것만 못할 것이다."

다산이 요즘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 모습을 지켜봤다면 부러워했을 것이다. 제사 지내주는 것보다 자신의 책 한편 읽어주는 사람이 고맙겠다는 그였으니 수 천명이 몰리는 출판기념회가 어찌 부럽지 않겠는가.

유물유명(有物有名). 사물이 있으면 그 이름이 있으면 그 이름이 있는 법이다. 이름은 물건의 성질에 알맞게 붙여져야 한다. 하지만 본래의 뜻이 바뀐 이름들이 꽤 있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도 이에 해당된다. 부러움보다는 씁쓸한 마음을 갖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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