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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7.21 18:13:2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1970년대 중반 추풍령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조그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 가운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심훈의 소설 '상록수'다. 특히 수원고등농림학교(현 서울대농대) 학생 신분으로 고향으로 내려가 농촌운동을 하면서 신학교 학생 여주인공(채영신)과 사랑을 싹 틔우는 남주인공 박동혁을 한 때 롤모델로 삼기도 했다.

기자는 지난해 8월부터 연기군 조치원읍 고려대 세종캠퍼스와 홍익대 조치원분교 사이의 마을에 살고 있다. 그런데 마을 곳곳 공터나 도로변 등에 쓰레기가 많다. 이 가운데는 소비력이 왕성한 대학생들이 배출한 것도 상당량이다. 하지만 넓은 마을 면적에 비해 군청의 청소 행정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매달 1회 새벽 대청소를 한다.

그러나 청소 봉사를 나오는 사람은 60~70대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대학생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수백 명의 대학생이 마을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는 데도 말이다. 그래서 지난해 겨울방학 초기 평소 안면이 있는 모 대학 관계자에게 제안했다. "제가 단장을 할 테니까 학생들로 구성된 마을청소봉사단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요? 학교나 학생 이미지가 많이 좋아질 텐데…" 그가 대답했다. "우리 대학생들은 해외봉사 열심히 해요." 그래서 학교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정말 그 대학 부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수십 명의 대학생 해외봉사단 출정식 장면 뉴스가 커다란 사진과 함께 올라 있었다.

우리 동네 마을회관에서는 지난해말까지 '현대판 야학'이 열려 마을 초·중학생 20여명이 많은 혜택을 봤다. 전국 최초의 '대학교수 이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50)가 자신의 고려대생 제자 20여명과 함께 무료 공부방을 열어 지식 나눔 봉사를 한 것이다. 매주 월~목요일(저녁 7시~8시30분) 열리는 공부방에서는 강 교수와 대학생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글쓰기·영어·수학 등을 무료로 지도하고,인생 멘토 역할도 했다. 운영비가 부족하면 강 교수가 사비를 보탰다. 하지만 강 교수는 교수 안식년을 맞아 1년 기한으로 올해 2월 캐나다로 떠났다.

공부방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기자는 후임 이장과 대학생 대표에게 "불씨를 살리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마을회관에서는 올해부터 야학 대신 월 1회 주민들을 위한 영화가 무료로 상영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대부분 개봉된 지 오래 된 작품이라 관객은 매회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 마을에서 대학생 봉사는 사라졌다. 마을회관에서는 더 이상 공부하는 초·중학생을 볼 수 없게 됐다.

여름방학을 맞아 해외 봉사 활동을 떠나는 대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이다. 반면 대학생들의 농활을 포함한 국내 봉사는 갈수록 줄어드는 느낌이다. 몸만으로도 때울 수 있는 대다수 국내봉사와 달리,해외 봉사를 하려면 항공료만 해도 1인당 최소한 수십 만원이 들어간다.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며 "국민 세금으로 도와 달라"고 하소연하는 상당수 대학생이 자비로 해외 봉사를 다녀오는 것을 보면 기자는 "능력이 참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선진국 그룹에 속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인 한국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말처럼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국가 경제력 향상에 걸맞게 유엔 분담금을 늘려야 하고,굶주림에 허덕이는 가난한 나라 국민을 돕는 데 모범을 보여야 한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많은 나라들로부터 받은 도움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봉사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해야 한다. 대다수 농촌 지역에서는 지금 최근 발생한 폭우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봉사의 손길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우리 마을과 지역,나라부터 돌본 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게 순리다. 물론 지구촌 가족의 일원으로서,보편적 사랑을 실천하려는 상당수 대학생과 봉사단체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요즘 대학생들의 해외 봉사활동은 하나의 '스펙(spec)'처럼 돼 버린 게 사실이다. 심각한 취업난을 타파하려는 '절박함'과 '이기심'에서 해외봉사를 떠나는 대학생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기자는 2년전까지 모 중앙언론사에서 '대학생NGO기자단'을 운영하면서 지원서의 화려한 해외봉사 경력과 달리 실제 행동에서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대학생을 여러 명 봤다.

혹자는 "해외봉사로 영어도 배우고 견문도 넓히니 일거양득"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이웃,우리 고장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우리사회의 미래 지도자가 될 꿈을 꿀 수 있을까. 따라서 이제 기업이나 공무원 조직에서 인재를 뽑을 때도 내실있는 국내봉사를 열심히 한 사람을 우대하는 사회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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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