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1.06.23 16:22:1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작가 공지영씨가 정치판 기사를 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금부터 16년전 바로 이맘때였다. 전국 동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지기 전,모 중앙언론사의 객원기자로 서울 송파구청장 후보 유세현장을 취재했다. 당시 그 신문 사회부 기자였던 필자는 연출을 맡았다. 1995년 6월 18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서울의 한 구에서 국회의원은 보통 2~3명 나오지만 구청장은 단 한명을 뽑는다. 그 의미의 심장함을 나는 요즘에서야 어렴풋하게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 후미진 밤 길목의 가로등,길가의 벤치와 작은 공원들-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구체적인 일상들의 책임을 내가 원하는 그 누군가에게 맡길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대통령을 뽑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중략) 유세는 무사히 끝났지만 이번 선거의 전반적인 문제점이기도 한 젊은층의 무관심이 가장 아쉬워 보였다.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이번 선거는 젊은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한 일이 아닐까. 왜냐하면 그들은 밤거리의 뒷골목을 나이든 사람들보다 더 오래,잘 심어진 가로수 아래를 나이든 사람들보다 더 오래,잘 기획된 문화공간들을 나이든 사람들보다 더 오래 걸어 다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대작가답게 역시 예리했다. 유권자들에게 생소한 지방선거의 의미를 잘 풀이했다. 마침내 그해 6월 27일 선거 결과 전국에서 240여명의 '작은 나라 대통령(단체장)'이 등장했다. 단체장 선거는 그 후 98년,2002년,2006년,2010년에도 치러졌다. 지난해 4년 임기를 시작한 단체장들은 다음달 1일이면 취임 1주년을 맞는다고 최근 각종 언론에 인터뷰가 잇달아 실리고 있다. 그런데 인터뷰 내용을 보면 한결같이 자화자찬이다. "복지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억원 투자유치를 했다." "지역 현안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쉴 틈없이 시간을 보냈다." 양심고백이나 반성문 류의 기사는 '눈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임기가 끝난 민선 4기 전국 기초단체장 230명 중 43.9%인 101명이 각종 비리로 기소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임기 도중 하차했다. 특히 각종 개발이 많아 전국에서 가장 부자 도시 중 한 곳인 성남시는 역대 민선 시장 전원(3명)이 재직 중 비리로 재판을 받았다. 재선으로 지난해까지 8년간 성남시장을 지낸 이대엽 씨(76)의 경우 정치인이 돼 결국 인생 말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됐다. 그는 판교신도시 부동산 개발과 관련,개발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댓가로 돈을 받는 등 특가법상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9일 법원에서 징역 7년,벌금 1억5천만원,추징금 8천12만원을 선고받았다. 1987년 백상예술대상을 받는 등 만인의 사랑을 받던 스타의 '비참한 추락'이었다.

기자는 그 동안 서울시·대전시·충남도 등 지자체들을 주로 출입하며 지방자치 현장을 체험했다. 그 과정에서 95년 6월 이전의 관선과,그 후 민선 단체장체제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자를 슬프게 하는 사실은,본격 민선자치 시대가 시작된 지 16년이나 지났지만 지방 발전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대다수 농촌 지자체는 공무원 숫자만 늘어날 뿐 인구는 계속 줄어든다. 아까운 세금을 들여 '주민등록 인구 늘리기' 같은 전시행정을 펴면서 정작 자신은 수도권 아파트를 사고,자식을 서울이나 외국으로 유학 보내는 단체장을 여러 명 봤다. 특히 언론에 대한 단체장들의 '당당한 태도'는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관선 단체장 시대에는 언론이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대부분 즉각 시정됐다. 하지만 요즘엔 속된 말로 '배 째라'라며 버티는 단체장이 적지 않다. 주민의 표만 떨어지지 않으면,대통령이든 장관이든 전혀 무서울 사람이 없다는 투다.

 지자체의 주인은 주민이다. 단체장을 포함한 공무원은 주민의 심부름을 해 주는 대신 주민이 낸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다. 그래서 예부터 '공복(公僕)'이라 불렸다. 따라서 주인은 심부름꾼을 잘 뽑아 관리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진다. 지방자치를 흔히 '풀뿌리민주주의'라고 부른다. 따라서 "당장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민주주의를 포기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파트는 중소형,기업이나 농업도 '강소형(强小型) '이 요즘 대세다. 서울이나 중앙보다는 우리 동네,지역에 더욱 관심을 갖자. 앞으로 3년후,당신이 사는 지역의 단체장이 비리로 기소된다면 당신은 결국 '비리 방조 혐의자'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