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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3.24 14:59:2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몇 년 전 인도네시아 부퉁섬(부론섬)의 6만명밖에 되지 않는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자신들의 토착어를 표기할 공식 문자로 한글을 도입했다.

그들은 고유한 언어는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표기할 문자를 갖고 있지 못해 고유어를 잃을 위기에 처하자 한글을 공식문자로 사용키로 한 것이다. 한민족 외에 한글을 공식문자로 받아들인 첫 민족이 나오게 되면서 한글의 우수성이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됐다.

한 언어학자는 24개의 문자조합으로 약 8천음의 소리를 낼 수 있는 한글이야말로 소리 나는 것은 다 쓸 수 있는 문자라고 했다. 표음문자로서의 한글이 우수하다는 것은 영어가 따로 발음기호를 둬야 하는 것과 대조하면 역력히 비교가 된다.

현재 역사적으로 발굴된 세계문자는 100여개 내외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문자는 한글을 비롯해 28개 문자에 그치고 있다.

세계에는 6천900개 이상의 언어가 있지만 2주에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강대 언어의 영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언어가 표기할 문자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주어가 곧 사라질 운명을 맞았다. 지금 중국 만주에 남은 얼마 되지 않는 원어민 세대가 사라지면 만주 땅에서도 만주어를 쓰는 사람들이 사라지리라는 얘기다. 만주어는 퉁구스어의 한 갈래로 여진이라 불린 민족이 써온 언어다. 만주어는 만주문자로 표기되는데, 만주문자는 청초기 17세기에 몽골 문자를 약간 개량한 음소문자다. 만주문자는 청의 공식 언어로 300년 동안 널리 쓰였다. 그처럼 번창했던 언어가 이제 사라지는 것이다.

청조의 멸망으로 만주어가 중국의 공식 언어의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1912년인데 한 세기가 채 안 된 지금 그것을 쓰는 만주족 젊은이는 없다.

우리나라도 제주방언을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하고 유네스코에 등록했다.

사람들이 언어를 가볍게 바꾸는 까닭은 간단하다. 언어는 효용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사람들은 효용이 큰 언어를 쓰게 된다. 그런 합리적 선택을 마다하는 사람들은 경쟁에 지게 마련이다. 누구도 경쟁에서 지는 길을 고르지 않으므로 언어 사이의 경쟁은 단 몇 세대 안에 결판이 난다.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면 인간의 사고와 이해하는 도구를 영원히 잃게 된다. 그래서 언어학자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문자와 언어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보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충북도가 이때를 같이 해 세계의 문자와 언어를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국비 1천500억~2천억원을 들여 2014년까지 세계 각국의 문자와 언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문자·언어박물관'과 언어 비교·연구센터 건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이를 구상한 이시종 지사와 도 실무진에 찬사를 보낸다.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자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지심체요절'이 청주에서 인쇄됐다. 세종대왕은 청원 초정약수에서 한글을 창제했다.

박물관이 건립되면 이같이 충북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지역문화 이미지 가치창출과 문화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를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새로운 문화 창조지역으로 도의 발전을 견인하는 매체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충북을 뛰어 넘어 대한민국이 경제적 위상에 걸 맞는 세계적 문화가치 공유로 국격과 국가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향상될 것이 자명하다.

물론 세계문자·언어박물관 건립까지는 넘어서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단위 프로젝트이니 만큼 체계적인 로드맵부터 마련해야 한다. 일괄 보다는 단계별로 추진하길 바란다.

중앙부처와 관련 유관기관 협의를 걸쳐 기본계획 수립 및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 내야 한다. 박물관건립 추진위원회 구성도 필요하다. 브라질 상파울루 루즈 광장 내 '포루투갈 언어박물관'과 중국 허난성 안양시 소재 '중국문자박물관' 등 국내외 문자·언어 박물관 건립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도민과 지자체, 지역 정치·경제계 모두가 역량을 결집해 건립에 따른 예산확보에 나서야 한다.

사라진 언어와 사라져가는 언어를 보존, 연구하고 복원하기 위한 세계문자·언어박물관 건립하겠다는 도의 발상 자체부터가 값지다. 이것은 여러 기대효과를 떠나 우리가 약소민족으로 식민지를 경험했기 때문에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소민족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문화의 보고인 언어를 보존 복원하는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충북에서 인도네시아 부퉁섬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의 토착어를 찾아볼 수 있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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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