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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3.03 18:50:2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올해 3·1절은 예년보다 조용히 지나갔다. 전국에 만연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후유증으로 '아우내봉화제'나 독립기념관 기념식 같은 큰 행사가 취소된 게 주원인이었다.

하지만 '충절의 고장' 충청도가 낳은 유관순 열사만은 꼭 마음에 되새겨야 한다. 공공의 이익(公益)을 먼저 생각한 유 열사의 자세를 우리 후손이 본받아야 한다. 3·1운동이 나던 해,유 열사는 불과 16세의 꽃다운 이화학당 학생이었다. 일본의 침략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고향인 천안 병천으로 내려간 열사는 아우내(병천)장터에서 태극기를 나눠주며 시위운동을 주도하다 일본 헌병대에 체포됐다. 당시 열사의 부모는 일본 헌병에게 피살됐고,집마저 불탔다. 충남 공주 검사국으로 이송된 뒤에도 영명학교 만세시위를 주도한 열사는 5년형을 선고받고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심한 고문에 의한 방광 파열로 옥사했다. 사익(私益)을 추구했으면 평탄했을 집안이,딸이 공익(公益)을 위해 일어서는 바람에 결국 풍비박산이 난 것이다. 요즘같은 때 당시와 같은 국가적 위기가 닥치면 과연 '제2의 유관순 열사'가 나올 수 있을까.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중략)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중략)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 정신을 드높인다. (중략)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일 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국민으로서,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1968. 12. 5.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은 박정희 외에는 없는 줄만 알았던 까까머리 시골 학생들에게 "사익보다는 공익 이데올로기를 우선시하는" 국민교육헌장 외우기는 연중 주요 일과였다. 공명심이 투철한 일부 교사는 암기를 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벌을 주거나,방과 후 변소(화장실) 청소를 시켰다. 심지어 도덕 시간에 "헌장의 글자수가 몇 개인가"를 묻는 교사도 있었다. 암송대회를 열어 교장·교감이 상을 주는 학교도 있었다. 학생들은 봄이면 벌거숭이 산에 나무를 심고,여름이면 산의 송충이를 잡았다. 가을이면 들판의 벼알을 주워 학교에 갖다 바쳤다. 이런 다양한 공부와 행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체득했다. 그러나 그 후 이 땅에는 왜곡된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경제 제1주의'의 기치 아래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확산됐다.

지난 겨울에는 예년에 볼 수 없었을 정도로 국가적 재앙이 심했다. 구제역에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만연,멀쩡한 생명을 생매장하는 비극이 속출했다. 그런가 하면 삼한사온이 실종된 가운데,사흘이 멀다하고 내린 폭설로 대다수 정형외과병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하지만 사상 유례가 드문 전염병 창궐 현장에서,순수하게 '공익'을 위해 일하는 민간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애꿎은 공무원만,국민이 주는 세금으로 먹고 산다는 이유로 매몰 현장에 동원됐다가 정신장애 후유증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번 사태에서 필자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를 구경하기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상당수 민간인 봉사자가 검역소에서 밤샘하거나,고생하는 공무원 등에게 위문품을 제공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들이 매몰 인력이나 검역소 근무자가 크게 부족해 '파김치' 상태가 됐는 데도 도시민을 비롯한 상당수 국민은 '강건너 물보듯' 한 게 사실이다.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에 국민들의 세금 지원으로 운영되는 자원봉사센터가 있는 데도 말이다.

흔히 국내 자원봉사계에서는 '1천만 봉사자'라고 표현한다. 국민 5명 중 한 명 꼴로 봉사자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혹시 '전염병'이라는 특수성 때문이었을까.

폭설도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이 얼마나 자기집 앞 눈도 안 치웠으면 대다수 자치단체가 몇 년전부터 '내 짚 앞 눈치우기 조례'를 만들었을까. 그런데도 이번 겨울에 도로 등 공공장소는 물론,자기집 앞 눈을 쓰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옛날 농사 지으며 상부상조 잘 하던 우리 민족이,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최근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현상도 따지고 보면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시한 집단 때문에 나타난 후유증이다. '인류 전체가 함께 사는 지구'라는 생각보다는 '우리끼리만 잘 먹고 잘 살자'는 이기심을 가진 집단이나 국가가 환경을 훼손하는 등의 결과 나타난 부작용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인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됐다. 따라서 국가는 '세계인',개인은 '국민'을 위한 공익적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그런 나라가 바로 선진국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대한민국의 공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필자는 나무심기를 추천하고 싶다. 많은 국민이 주말이나 휴일이면 산에 오르면서도 정작 숲의 고마움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대기 정화,휴양,야생동물 보호 등을 통한 우리나라 숲의 공익적 가치는 2008년 기준으로 73조 1천799억원으로,국내총생산액의 7.1%에 달한다. 국민 1인당 151만원의 혜택을 입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산림의 해'이면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 총회가 오는 10월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우리 모두 나무를 심자. 4월말까지가 최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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