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중국, 몽골 등지를 오가며 무역을 하는 사업가 J씨는 사업접근방식이 독특하다. 그는 현지인을 만날 때, 처음 며칠간은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는다.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는 딜러와 만나 그 나라의 역사 이야기나 문화예술에 관한 이야기로 협상의 물꼬를 튼다. 그렇게 하여 친밀도를 다진 후, 사업 이야기를 꺼내면 성사되는 예가 아주 많다고 한다. 역사란 인류경험의 축적이기 때문에 화제꺼리가 무궁무진하다. 작가 K씨는 글을 쓰다 글줄이 막히면 역사책이나 고전을 읽는다. 그러다 보면 막혔던 글줄이 술술 뚫려나간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여 년의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 교과과정에서 역사교육을 비중있게 다룬다. 4학년 때는 주(州)의 역사를, 5,8,11학년 때는 미국사를, 7,10학년 때는 세계사를 배운다. 혼성국민으로 돼있는 아메리카 합중국에서 역사교육은 국민통합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실용주의답게 고고학이나 역사마저도 상품화하여 큰돈을 벌어들이다. 영화 '쥐라기 공원'이나 '인디아나 존스' '박물관이 살아있다' '미이라' 등은 역사를 소재로 한 스릴러이다. '인디아나 존스'는 최근 4편까지 나왔다. '쥐라기 공원'이 유럽무대에 소개될 때, 유럽 영화계에서는 "2차대전 이후 최대 폭격'이라고 엄살을 떨었다.

러시아에서는 역사가 필수과목으로 교육현장에서 러시아어, 수학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교육과정은 초·중·고를 합친 이른바 '쉬콜라'라는 통합과정으로 운영되는데 역사는 5학년 때부터 배운다. 중등과정인 5~9학년 때는 주 2시간, 고등과정인 10~11학년 때는 주 2~4시간을 역사시간으로 배정한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을 둘러보면 초등생을 인솔하여 현장교육을 시키는 장면을 흔히 목격하게 된다. 역사교육과 예술교육을 한꺼번에 시키는 것이다.

고려, 조선시대에도 역사교육이 있었다. 비록 중국의 역사책이지만 통감(通鑑)이나 사략(史略) 등을 가르쳤다. 조선시대에 실학자 이덕무는 아동 역사교육서인 기년아람(紀年兒覽)을 펴냈다.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는 역사교육이 무시되고 있다. 중학교에서는 사회과목 안에 국사를 통합시켜 가르치고 있고 고등학교에서는 역사를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입시에서 역사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다루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역사공부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외울 것이 많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게 학생들의 반응이다. 역사는 대입 뿐 만이 아니라 공무원시험과목에도 없다.

사정이 이러니까 굳이 역사공부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며칠 전, KBS-TV를 시청하다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질문을 하자 학생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은 물론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 대답을 못했다. 요즘 상당수 학생들은 자기 부모 이름을 한자로 쓸 줄 모른다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정체성 있는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에 자기나라의 역사를 모르고 세계무대에 오르는 것은 전쟁터에 총을 안가지고 나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우리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심각한 역사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은 만주일대에 남아있는 고구려, 발해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는 동북공정에 나서고 있고 일본은 3~4세기 쯤에 한반도의 남부를 경영했다는 소위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주장하는가 하면 우리의 독도(獨島)를 자기네 땅 다케시마(竹島)라며 생떼를 쓰고 역사교과서 마저 왜곡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역사교육을 찬밥덩어리 취급하고 있다. 영어, 수학이 그리 중한가. 역사란 단순히 지나간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역사는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날아가는 화살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에 집착하기 위함이 아니라 미래로 나가기 위함이다. 미래로 향하는 동력이 바로 역사에 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는 반드시 필수과목이 되어야 하며, 공무원 시험 등에서 시험과목으로 존재해야 한다. '태·정·태·세·문·단·세...'를 다시 외우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대영 박물관 한국실에는 단양 수양개 출토 주먹도끼가 전시돼 있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 역사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