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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가 훨씬 넘도록 굳게 잠겨있던 금단의 문이 열렸다. 청주시 대성동 청주향교 아래에 위치한 도지사 관사가 이시종 지사의 약속대로 드디어 개방된 것이다. 개방의 서곡은 지난 8월11일, '기억의 정원'이라는 주제아래 열린 현대미술 전이었지만 본격적인 개방은 지난 6일 오후 '도지사 관사 개방기념 작은 음악회'를 계기로 이루어진 것이다.

지사 관사 이웃에 살면서도 지사 관사로 마실 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주민들이 이날만큼은 당당하게 초인종을 눌렀다. 서쪽으로 에둘러 난 진입로를 따라 올라가는 지사 관사 울타리에는 무궁화가 피었고 오래된 정원 곳곳에서는 잣나무, 소나무, 느티나무가 피톤 치드를 뿜어냈다. 태풍 '말로'가 몰고 온 가을 장맛비가 그치자 대성동 마을엔 스믈스믈 땅거미가 내렸다. 70여년 만에 초대받은 손님인데 비를 맞게 해서야 되겠는가. 천우신조다.

가파른 인생 고개를 넘으며 짠지 쪽 같은 눈물을 수도 없이 흘려온 민초들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으로 느껴졌던 금단의 구역이 이제는 내 땅, 내 집이 된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지사 관사는 '열린 공간'이 아니라 '열은 공간'이다. 이는 이 지사의 선거공약이었고 주민이 거기에 표심을 보태어 주었기 때문에 '열린 공간'이라는 피동적 표현보다 주민과 도청이 힘을 합쳐 '열은 공간'이라는 능동적 표현이 제격이다.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호기심에 찬 눈길로 관사 곳곳을 둘러보았다. 주민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들의 마음속에 "아마, 으리으리한 호화저택이겠지"하는 뜬금없는 상상력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관은 화장기 없는 조선여인처럼 머리를 곱게 빗고 있다. 일본식과 서양식을 결합한데다 조선 쪽마루를 깔은 점을 종합하면 3개국의 건축기술이 조화를 이룬 국제적 희귀 건축물이다. 전통 양식의 장판이 정갈하다. 벽면에는 향토작가의 작품이 곳곳에 걸려 있다. 이시종 지사가 국회의원을 지내던 2008년에 그의 좌우명인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을 쓴 서예가 김종칠 씨의 작품도 보인다.

구관, 신관 모두 잘 정돈되었다는 인상을 갖게 할 뿐, 호화스럽다는 느낌은 전혀 가질 수 없다. 오히려 간소하고 소박하다는 의외(·)의 사실만 확인시켜주었다. 사실 큰 저택으로 따지면 청주시에서만도 지사 관사를 능가하는 큰 집이 많다. 그럼에도 지사 관사에 관심이 가는 것은 '도정 반세기'를 이끌어 왔다는 역사성에 기인할 것이다.

일제 시대에 지사관사는 중앙공원 북쪽에 있었다. 구 장 내과 자리이다. 1937년에는 현재의 위치에 지사 관사가 새로 지어졌다. 광복 후 윤하영 초대 충북지사가 대성동 관사에서 기거했고 그 후 대성동 관사를 거쳐나간 충북지사는 수십 명에 달한다. 6.25직후, 이광 2대 지사가 대성동 관사에 머물 때 빨치산이 지사 관사를 공격하여 급한 김에 지사가 하수구를 통해 피신했다는 일화도 전해 내려온다. 이외에도 지사 관사는 4.19, 5.16 등 숱한 역사의 격랑을 헤치며 충북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오래된 그 기억의 정원은 이제 도민이 향유하는 '마음의 숲' '문화예술의 숲'이 되었다. 이 지사는 작은 음악회가 열린 이날, "지사관사가 도민의 행복한 문화쉼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사의 바람대로 지사 관사에서는 연중 그치지 않는 문화의 향기, 어울림의 향기가 배어나와 문화 균점의 새 동력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보는 것이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심억수, 김기원, 박노해, 조영혜의 시작품 낭송과 함께 새울전통예술단의 '비나리', 실내악단 '라임'의 국악가요, 이동수의 대금연주, 김지영의 판소리 '흥부가' 등으로 이어지며 터를 다졌다. 주민들은 어깨춤을 들썩이며 흥을 돋웠고 "얼쑤" "그렇지"하는 추임새도 넣었다. 사실 물리적 공간의 개방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다. 아무리 지사관사를 개방한다 해도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모두가 소용없는 일이다. 부디 지사관사가 끊어진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닫은 마음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며, 조각난 마음을 합쳐주는 접착제가 되길 바란다. 지사 관사가 문화쉼터와 더불어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때 진정한 개방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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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