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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명문 웰튼 고등학교에 부임한 키팅(로빈 윌리암스 분)선생은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기회 있을 때 마다 외쳐댄다. 라틴어인 이 말을 우리말로 옮기면 '매 순간에 충실하라' 또는 '현실을 즐겨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엄격한 학교 규율에 얽매여 있던 학생들은 시나 연극활동 등을 통해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젊음을 발산하게 된다. 물론 이 같은 키팅 선생의 의도는 규격화된 학교의 방침이나 공부만을 요구하는 학부모들과 충돌하며 무산됐지만 제도화된 학교교육과 내일을 위해 오늘을 유보하는 현실에 대해 많은 점을 일깨워 준다.

오늘을 즐긴다는 것은 먹고, 마시고 놀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오늘에 충실하자'라는 뜻이다. 상당산성 입구 잔디밭에는 김시습의 유산성(遊山城)이라는 시비가 있다. 유(遊)자는 '놀자'와 '배우자'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여기에서 유(遊)는 '놀자'가 아니라 '배우자'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이 시비의 해석은 '산성에서 놀며'가 아니라 '산성에서 배우며'로 해석해야 옳다.

오늘을 즐기는 것, 다시 말해 오늘에 충실한 것만큼 우리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역사란 오늘을 즐기는 매 순간의 집합체이다. 오늘에 충실하지 않으면 행복한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 시쳇말로 '황금보다 현금이 좋고, 현금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한다. 청주 수암골 등지에서 촬영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KBS-2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팔봉 선생은 젊은이들에게 경쟁을 붙여놓고 이렇게 말한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당할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당할 수 없다"고...

어제는 이미 흘러간 역사(History)이고 내일은 알 수 없는 미스테리(Mystery)이며 오늘만이 축복을 받은 선물(Gift)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는 그리워도 이미 추억이며 내일은 불확실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오늘 뿐이다. 내일의 꿈과 희망이 인생의 절대 목표이긴 하나 내일을 위해 현실을 유보하거나 숫제 희생시키는 것은 바보짓이다. 희망의 무지개는 신기루처럼 잡으려하면 저만치 도망가고 만다. 오늘은 내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오늘일 뿐이다. 매 순간 주어진 삶에 충실하다 보면 희망 찬 내일이 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네 삶은 소소한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아야 하고 소중한 오늘의 삶의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네 사회적 인식은 오늘을 즐기는 것에 대해 상당히 인색하다. 오늘을 즐기는 것을 죄악시 하고, 어떤 때는 부도덕하게 여긴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참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높은 가치관으로 삼기 일쑤다. 하루 잘 먹기 위해 열흘을 굶을 수는 없는 것이다. "노새 노새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하는 노래가 나오면 퇴폐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해외여행은 젊어서 많이 다녀야 한다. 어떤 사람이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적금을 부었는데 막상 적금을 타서 해외여행을 가려다 보니 이미 나이가 먹어 갈 수가 없더라는 얘기다. 빚을 내 가며 해외여행을 가라는 것은 아니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이 있듯 우리네 인생이 늘 꽃봉오리처럼 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카르페 디엠'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북한은 수십 년 전부터 이밥(쌀밥)에 고깃국 먹는 것을 지상과제로 설정했다. 그러나 그 목표는 반세기가 지나도 지켜지 못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선 북한 지도자들도 인정한다. 그 소박한 소망도 이루지 못하는 삶은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삶이 아니다.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 흔히 겪는 현상 중 하나는 좀 더 성능이 나은 제품이 나올 때까지 구입을 유보하는 일이다. "몇 달 있으면 새 제품이 나온다는데" 하며 구입을 자꾸 미루다간 죽을 때까지 구입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내일 새 제품이 나온다 해도 오늘 필요하면 당장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마케팅이다. 5년, 10년이 지나면 새 버전이 나오는데 그것도 몇 년 있으면 다른 신제품이 나와 바로 고물이 된다. MBC에서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 새 코너로 '오늘을 즐겨라'가 나온다고 한다. 삶의 언저리에 널린 사소한 것들이 오늘을 즐기는 소재로 꾸며질 것 같다. 오늘을 즐기는 삶의 가치관 전환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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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