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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가 막바지에 달했다. 이번 주를 고비로 꿀맛 같은 여름휴가는 얼추 끝나가고 있다. 어찌 보면 여름휴가는 가도 스트레스, 안 가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들 다 가는 휴가 나만 안 가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족들의 눈초리도 꽤 부담이 된다. '쪼다 남편' 소리 듣기 싫어서 카드빚까지 내며 떠난 휴가는 떠날 때 들뜬 마음과 달리 이내 '왕짜증'에 부대끼게 된다.

고속도로, 국도 할 것 없이 숫제 주차장으로 변한 꼴을 보면 짜증이 안 날 수 없다.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동해안을 찾자면 족히 10시간 이상을 차 안에서 보내야 하고 가까운 서해안이라도 3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런대로 여러 가지 어려움은 참을 수 있으나 용변문제만은 매우 곤란하다. 남자들은 정당히 해결 한다 쳐도 여자들은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다. 이럴 때는 우산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딴 사람의 시선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우산은 여름휴가의 필수품이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부터 피서전쟁은 시작된다. 주차 문제를 필두로 여러 바가지 상혼이 발목을 잡으며 여름휴가의 멋과 낭만을 망쳐놓는다. 숙박시설, 식사대, 파라솔 임대료 등은 무싯날에 비해 껑충 뛰며 피서객을 괴롭힌다. 현지 상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 철 벌어서 일 년을 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항변이다. "까지 것 쓰는 김에 조금 더 쓰지 뭐" 가장의 한숨 섞인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고성방가는 피서객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다. 불결한 화장실, 행락객이 버린 쓰레기 더미에서 연신 악취가 진동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곳으로 오는 게 아닌데..." 피서지를 잘못 선택했다는 후회가 막급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쩔 수 없다. 그나마 국립공원에서 입장료가 없어진 것만 해도 큰 다행이다. 여름휴가는 당당한 권리인데 어쩌면 의무처럼 느껴진다. 여름피서를 갖다 와야 뭔가 가장 노릇을 하는 것 같고 여름나기의 필수코스를 돌아온 것 같다. 현대인에게 재충전의 시간은 절대 필요하다. 일상생활에 지친 심성을 추스르고 자기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름휴가를 갖다오면 왠지 모르게 더 피곤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휴가'가 아닌 '휴가전쟁'을 치르고 왔기 때문이다.

휴가가 끝난 후면 비설거지가 일손을 기다리고 있다. 비에 젖은 옷이며 텐트 등을 말리고, 말끔히 정비해야 한다. 이런 물리적인 비설거지는 부지런만 떨면 별 문제가 아니나 마음의 설거지가 꽤나 어렵다. 피서지에서의 추억도 그리 유쾌하지 않았는데 내일부터 출근하여 밀린 일들을 할라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몸의 때는 닦아내기가 쉬워도 마음의 때를 닦는 일은 몹시 어렵다.

이제는 들뜬 마음을 정리하고 차분히 삶의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게 짜증이 나더라도 실업자보다는 백배 행복한 게 아닌가. 실업자에겐 여름휴가가 없다. 1년 365일이 휴가이니 구태여 휴가를 낼 필요도 없다. 월요일 날 출근하가 싫은 '월요병'이 있듯 여름휴가를 다녀온 후에는 이른바 '휴가 증후군'을 앓기 십상이다. 의학적으로 병명이 붙은 것은 아니지만 왠지 밥맛이 없고 매사에 무기력하다. 때로는 일시적 우울증을 앓기도 하며 적응장애가 올 수도 있다. 대개 이런 증후군들은 며칠 있으면 저절로 없어진다.

악기는 연주하기 전에 조율을 해야 한다. 기타라는 악기는 연주할 때 줄을 팽팽히 조여 놓아야 제소리를 낸다. 그러나 연주가 끝난 다음에는 반드시 풀어놓아야 한다. 그게 귀찮아 오랫동안 기타 줄을 조여 놓은 채로 방치하면 기타 등이 굽어 제소리를 못 내거나 악기를 망치게 된다. 우리네 일상사도 기타 줄의 조임, 풀음과 같다. 바캉스가 풀음이라면 일상사는 조임이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어느 CM문구가 있다. 아무리 안락한 휴가지라도 집만은 못하다. 굳이 개고생을 각오하며 휴가를 떠나는 것은 집의 고마움을 재인식하는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휴가로 충전된 마음을 정돈하면서 내일을 위해 할 것이 무언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휴가와 직장 일을 혼돈해서는 안 된다. 기타 줄을 조여 매듯 다시 생활의 끈을 조여 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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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