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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7.06 18:54:3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한 여름의 더위를 잊는 데는 바둑과 장기가 그만이다. 그 오락에서 선풍기와 에어컨 같은 찬바람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삼매에 빠지다 보면 더위를 잊게 되고 촌철의 묘수 앞에선 누구나 얼어붙기 십상이다. 바둑과 장기는 오락적 기능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논리와 인생의 철학을 넌지시 전해준다. 옛날 중국 파공(巴·)땅에 살던 어느 사람이 귤을 쪼개보니 그 안에 바둑을 두는 두 노인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귤중지락(橘中之樂)이라고 하는데 바둑을 두는 즐거움을 일컬을 때 흔히 쓰는 고사성어다. 우리나라 속담으로는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지 모른다"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백제 개로왕 때의 일이다. 개로왕은 바둑과 장기를 몹시 좋아했다. 고구려는 이를 이용해 당대 바둑 최고 고수인 승(僧) 도림(道琳)을 첩자로 잠입시켰다. 오랜 만에 적수를 만난 개로왕은 도림과 바둑 두는 일에 빠져 정사를 소홀히 했다. 이 틈을 노려 고구려 장수왕은 475년, 한성백제를 치어 개로왕을 죽이고 한성백제를 멸망케 했다. 고구려 측으로 보면 바둑이 승전의 일등공신이 된 것이고 백제 측으로 보면 망국을 부채질한 놀이가 된 것이다.

장기는 기원 전 2천 년 전에 인도에서 발생하여 중국을 통해 전해졌다는 설이 있고, 중국 한(漢)나라 시대에 한사군(漢四郡)을 통해 전해졌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오늘날까지 서민의 대표적 오락으로 자리 잡은 장기는 기물에 적힌 것으로 보아 천하를 두고 겨루던 한(漢)과 초(楚)의 전쟁에서 유래된 듯하다. 그러나 우리 민요의 장기타령을 보면 여기에다 삼국지 이야기가 가미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포 저포는 여포(呂包)요, 말 마자 마초요, 코끼리상자 조자룡이라..."

우리 세대에는 바둑과 장기를 일부러 배우러 기원에 가는 일이 별로 없었다. 여름이 익어가는 마을 앞 둥구나무 밑에서나 원두막 등지에서 동네 어른들이 두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다. 어른들은 장기, 바둑을 두다 한 수 물려달라고 통사정하기 일쑤였고 술내기 등 에 옆에서 훈수를 두다 더러 싸우기도 했지만 그 놀이를 통해 지혜를 발달시켰고 서로 간에 소통의 문을 열었다.

바둑은 장기에 비해 한 수 높은 고고한 오락이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대중성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급수가 높은 손자가 백을 잡고 할아버지가 흑을 잡는다 해도 흉이 될게 없다. 바둑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그 안에 무궁무진한 처세술과 지략과 인생철학을 담고 있다. 그러기에 바둑판을 인생의 축소판에 비유하기도 한다. 바둑 격언은 무수히 많다. 적은 것을 탐하면 많은 것을 잃고(소탐대실·小貪大失), 내가 산후에 다른 것을 돌보며(아생연후·我生然後),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치며(성동격서·聲東擊西), 적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사소취대·捨小取大)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요즘 아이들은 입시에 시달려 그런지 바둑, 장기를 잘 모른다. 특기생 이외에는 일선 학교에서도 잘 가르치지 않는다. 국어, 영어, 수학을 배우기에 바쁜 판에 한가하게 바둑, 장기를 배우고 가르칠 틈도 없다. 만약 정규 수업시간에 바둑, 장기를 가르친다면 아마도 학부모가 벌 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여유가 없고 게임의 법칙을 잘 모르며 남과 소통하는 방법에도 낯설다.

여유시간이 나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은 다분히 자기중심적인 방향으로 성격이 형성되기 십상이다. 게임은 즐기기 위한 오락적 기능 이외에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여유와 공동체 속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인간의 행위를 배우게 한다. 게임에는 필히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컴퓨터 게임은 혼자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얼굴도 모르는 가상의 상대방과 게임을 하다 보니 아이들의 정서가 점점 메말라지는 것이다. 지난 달, 청주문화원에서는 청주·청원 주민 장기대회를 열었다. 90여 명의 참가자 중 30대 1명, 40대가 1명에 그쳤고 대다수가 60~70대 노년층이었다. 장기, 바둑은 두뇌발달은 물론, 창의력을 기르고 인성을 함양하는 데에 그만이다. 아이들을 컴퓨터 게임에서 구출해 장기, 바둑을 배우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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