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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4.05 17:32:3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학점 인플레이션(grade inflation)대학이 취업준비의 전당으로 변한지는 오래다. 그러나 대학가에 몰아친 취업 한파의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대졸 취업준비자들은 스펙(spec)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취업재수는 일반화됐다. 대학가의 학점 인플레이션(grade inflation)도 극심해지고 있다. 전 과목 A+ 만점을 받고도 취업이 어렵다. 대학은 학칙을 어기면서까지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후한 학점도 포퓰리즘이다

대학생 수가 300만 명을 넘었다. 20년 전에 비해 두 배다. 대학설립 요건이 많이 완화되고 정원이 크게 늘어난 데서 기인한다. 학력이 곧 자신의 가치수준이란 잘못된 인식도 크게 작용했다.

대학생 수의 증가는 곧 취업 전선에 양극화를 불러왔다. 대졸자들의 고학력 우월감은 여전하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만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는 매년 졸업자 중 극히 일부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다 보니 대졸자들의 청년 백수 전락은 당연한 순서다.

심각한 사회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학점 인플레이션은 학점을 더 이상 객관적 자료로 활용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생 10명 중 9명 이상이 평균 B학점 이상을 받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190개 4년제 일반대학의 2009학년도 재학생 교과목별 성적평가 공개 결과 그렇다. 어떤 기업 취업 지망생들의 학점은 모두 A학점이었다. 학력 인플레이션이 학점 인플레이션이라는 해괴한 방법으로 진화한 셈이다.

원인은 역시 심각한 취업난이다. 물론 학점이 취업의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만일을 대비해 학점은 높게 만들어 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학가에 불고 있는 공기업 열풍도 학점 인플레이션에 한몫 하고 있다. 합격 기준선이 높기 때문이다.

취업난 상황에서 고 학점은 필수 스펙이다. 그래서 고 학점을 위한 대학생들의 행동은 다양하게 표출된다.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에서 고 학점 취득을 위한 제도 개선이 공약으로 나올 정도다.

그러나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은 취업시장에서 객관적 자료로 활용되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A학점이 높은 이유를 자체 규정이 무시된 채 절대평가 비중을 높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학점 인플레이션은 미국 및 영국 대학에서 학점을 후하게 주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명문대학교 중 프린스턴 대학이 가장 유명하다. 우리는 학점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학점의 절대평가 대신 상대평가를 하는 곳도 많다.

교육평가는 엄격할수록 좋다.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A학점이 남발되면 그 학점은 아무런 효용이 없게 된다. 학점을 믿고 학생을 선발하지도 않는다. 사원을 채용하지도 않게 된다. 그게 현실이다.

취업시장에서 평가는 객관적일 수밖에 없다. 요즘 대학생들이 학점에 매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각종 자격증 따기와 토익 성적 올리기 등 소위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안타깝지만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학교까지 나서 학점 인플레를 조장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평가는 엄격한 것이 옳다. 후한 평가를 고치는 일은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다. 정부가 나서고, 필요하면 제도를 바꿔야 한다. 포퓰리즘이 정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후한 학점 역시 일종의 포퓰리즘이다.

***사회발전 가로막는 장애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세상사는 운에 좌우되게 된다. 평가 시스템이 무너지면 유리한 사람은 따로 있다. 기득권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사회 구조가 그렇다. 약자는 언제나 약자가 된다. 작은 일로 보이지만 문제가 심각한 이유다.

학교를 오래 다니며 재수강하고 스펙을 쌓을 수 있는 학생은 별로 많지 않다. 그럴 수 없는 학생이 더 많다. 사회적 약자는 결국 후한 평가에서도 차별적 대우를 받는 셈이다.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졸업자에 대한 평가는 출신 대학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대학입시가 더욱 과열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좋은 학점은 지금 당장 개인에겐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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