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효 문화

2020.09.21 16:19:14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얼마 전에 이런 글을 읽고 한동안 정신이 멍했습니다. 미국의 한 노인이 자기가 기르던 강아지에게 1천560억 원을 유산으로 물려주었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강아지를 사육하는 사육사에게 1년에 5만 달러씩, 5천만 원의 연봉을 주겠다고 유언했다고 합니다. 개가 죽으면 1천560억 원 중 남은 돈을 동물보호소에 기증하도록 했답니다.

 그렇다면 이 노인에겐 유산을 물려줄 자식이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자신의 외동아들에게는 100만 달러(10억)만을 유산으로 남겼습니다. 그러니 아들이 "도대체 어떻게 내가 개보다 못합니까? 개에게는 1천560억을 주고 나에게는 10억을 주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판사님, 억울합니다. 바로잡아 주세요"라며 변호사를 사서 소송을 했습니다. 유산을 더 받으려고 법에 호소한 것입니다.

 그 젊은이에게 판사가 물었습니다."젊은이, 1년에 몇 번이나 아버지를 찾아뵈었는가?" "……." 말을 못합니다.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가 즐겨 드신 음식을 아는가?" "……." 또 대답을 못합니다. "전화는 얼마 만에 한 번씩 했는가?" 판사의 질문에 모두 대답을 못합니다.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아버님 생신은 언제인가?" "……." 역시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때 판사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찍어 놓은 비디오를 틉니다. "내 재산 1천560억을 내 사랑하는 개에게 물려주고 사육사에게는 매년 5천만 원씩을 주고, 내 아들에겐 100만 달러만을 유산으로 물려줍니다. 혹 아들이 이에 대해 불평을 하거든 아들에게는 1달러만을 물려주세요" 그리고 판사가 이야기를 합니다. "자네에게는 1달러을 상속하네"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결국에 100만 달러라도 받았으면 될 일인데 개에게 물려준 유산을 더 차지하려고 변호사를 사서 재판을 했지만 단돈 1달러만 받게 된 실화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기를 낳아 길러 준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노후의 부모님에게 은혜에 보답하지 않은 과보(果報)라고 생각합니다.

 효(孝)는 백행의 근본이라고 했습니다. 조상님들은 자기를 낳아서 3년 동안 젖을 먹여 길러준 은혜에 보답하고자 돌아가신 부모의 3년 상(喪)을 치를 때까지 시묘(侍墓: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자식이 탈상을 할 때까지 3년 동안 묘소 근처에 움집을 짓고 산소를 돌보고 공양을 드리는 일)를 했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를 만난 임(林)교수에게 자식은 비록 어버이를 버릴지라도 어버이가 자식을 그리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며 서양의 노인들은 쓰다버린 자동차처럼 버려진 것이라고 했답니다.

 토인비는 "임(林)선생! 나는 한국의 가족제도가 인류를 위해 가장 훌륭한 제도라고 확신합니다. 부디 그 좋은 한국의 가족제도를 영원히 보존하고, 또 서양에 와서 꼭 가르쳐주시오"라고 했답니다.

 토인비는 한 인터뷰에서 "만약 지구가 멸망해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할 때 꼭 가져가야 할 문화를 꼽으라면 그건 바로 한국의 효(孝) 문화"라고 한 말은 우리들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큽니다.

 "가장 한국적인 사상인 효 사상은 가장 세계적인 사상이다"라는 말을 그냥 흘려버려서는 안 됩니다. 화평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은 인간생활의 근본입니다.

 84세의 토인비 교수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임 선생! 우리도 옛날에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가정이 파괴됐어요. 내 생각에 인생에서 자식은 부모를 저버릴 수 있어도 부모는 자식을 버릴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알고 효 사상을 고취하고 실천해 도덕적으로 세계적인 모델 국가로 만들자고 제의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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