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셀프서비스다

2018.04.01 13:37:06

김희숙

수필가,원봉초등학교병설유치원교사

나는 잘 말라가는 무청처럼 커피숍 창가에 조용히 앉아있다. 방학 첫날 느닷없이 날아든 그녀의 전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곳에서 그녀는 내게 불어왔다. 난 그녀가 내 인생 속으로 걸어들어 오는 것을 그저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와 어떤 인연으로 남을까.

그녀는 인생의 큰 도전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정치라는 정자에도 관심이 없는 나는 처음엔 당황했다. 그러나 내가 글쟁이이니까 글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는 일 인 것 같아 허락을 했다. 그녀를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시기적으로 안 좋다고 한다. 별로 가능성이 없다고들 한다. 그런 그녀가 왜 내 앞에 등장한 것일까. 왜 내 앞에 길을 내며 걸어오고 있는 것일까. 바쁠 것이다 많이. 그리고 긴장과 스트레스가 그녀를 억누를 것이다. 그런 그녀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무엇인가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인가를 알기에 그 용기를 응원하고 축하한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많은 성장을 거듭하리라.

그녀를 기다리다 '무탄트 메시지'라는 책을 펼친다. 호주의 참사람 부족은 해마다 찾아오는 생일을 축하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더 나아지는 것을 축하한다고 한다. 작년보다 올해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다면 그것을 축하한다고 한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축하할 일이 있는지 되짚어 본다. 내 삶을 나름대로 더 열심히 산 것 같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이렇다 할 결과나 만족감은 없다. 작년보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누수 된 날들이 많았다.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셀프서비스라고 했던가. 숨을 쉰다고 다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다. 숨을 쉬지만 살아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나도 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살아있느냐는 단언할 수 없다. 내가 물이 된다면 물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무엇이 되고자 한다면 그것에 몰입하라는 뜻이리라. 과연 나는 내가 되고 싶은 것을 위해 온전히 그것이 되어 본 적이 있는가. 시가 되어 시를 찾아본 적이 있는가.

여기는 어디이며 난 왜 종지안의 간장처럼 이 시간에 고요히 담겨 있는 것일까. 그녀와 나는 어떤 인연의 고리에 얽혀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나려고 한 걸까. 나쁜 인연이었다면 이 만남을 계기로 좋은 연으로 다시 짜고, 혹 좋은 인연이었다면 끝까지 좋은 인연으로 남길 바란다.

열심히 삶을 영위한 그녀, 작은 체구에서 품어 나오는 내공이 단단한 그녀, 열심히 사는 그녀의 앞날에 빛나는 태양이 함께 하길 빈다. 살면서 나도 나의 길을 잘 가고 있는지 늘 의심하고 자괴감에 빠졌었다. 내가 보고 걷고 있는 길이 허구의 길은 아닐까. 세상의 그릇된 잣대로 만들어진 허상은 아닐까.

늘 더디기만 했던 이 길이 혼자만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신기루는 아닐까 그러나 신기루일지라도 난 이 길을 가야만 한다. 이미 들어선 길이다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 디딘 걸음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나를 비천하게 여기고 때로는 비웃더라도 흔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며 걸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길에 최선을 다하며 걸으리라. 인생은 혼자 쌓는 성이다.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아무도 만들어 주지 않는다. 인생의 도전에 나선 그녀의 앞날에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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