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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

한국문화창작재단 이사장

한참 지난 드라마 '도깨비'를 모처럼 시간을 내서 밤새워 본 적이 있어요. 그렇게 도깨비의 내용에 몰두하다보니 비가 오는 날이면 도깨비가 화나거나 슬픈 일이 있나 하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깨비의 감정 상태에 따라 날씨가 영향을 받는다고 설정되었거든요. 그런데 왜 비는 슬픈 정서를 자아낼까요. 아마도 눈물과 연결 되는 이미지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눈물과 닮은 빗물은 가뭄의 농부에게는 달콤한 꿀물이지요. 낭만과 현실의 차이인가요?

예부터 전해오는 재미난 우화가 있죠. 바로 우산장사와 짚신장사를 둔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우산장사 어머니는 비가 오는 날이면 짚신장사 하는 아들 때문에 비가 와서 걱정이고, 햇빛이 나면 우산장사 하는 아들 때문에 걱정인겁니다. 만약 이 어머니가 시공을 초월해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를 들을 수 있었다면 어떠했을까요. 사랑에 빠진 도깨비의 대사 중에서 이런 말이 나오죠.

'너와 함께 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삶이 그렇잖아요. 비가 오는 날도 있고 햇빛이 쨍쨍 내려쬐는 날도 있는 법이잖아요. 그런데 모든 날이 좋았다는 겁니다. 그것은 바로 긍정의 힘입니다. 총량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죠. 그 이론에 따르면 행복과 불행을 모두 합하면 제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모든 날이 좋았다는 것은 사랑의 힘이 만든 변화죠. 바꾸어 말하면 긍정의 힘입니다. 자연의 현상은 순리대로 흐르는데 변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인거죠.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난 어머니는 "날이 좋아도 날이 좋지 않아도 두 아들의 물건을 팔 수 있는 날들이어서 모든 날이 행복했다."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 / 꽝꽝 얼어붙은 겨울 강 / 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 / 일생에 한 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 서로 한 몸을 이루는 / 순간은 뜨겁다.' -정호승 시인의 '결빙'

시(詩)에서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고 말하죠. 왜냐하면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도 깊은 겨울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 몸을 이루는 순간이 오는 까닭이기에. 그것은 바로 음양의 합이며 자연의 섭리가 응축되는 순간인 거죠. 시에 등장한 결빙의 뜨거움이야말로 우리 삶의 묘미입니다. 물리적으로만 본다면 뜨거움과 따뜻함은 한여름의 온도이고 차가움과 시원함은 겨울의 온도이죠. 그러나 우리는 겨울에 따뜻함을, 여름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신(神)은 한여름 더위와 한겨울 추위로 가혹하고도 매서운 으름장을 놓는 한편, 그것을 견디어내는 인간 오감을 절묘하게 열어 놓은 것이죠.

'겨울은 추우니 따뜻함을 주고, 여름은 더우니 시원함을 준다. 그것은 신이 인간에게 안배한 절묘한 마음이다' -괴테의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中

세기의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는 괴테는 문학가뿐 아니라 천재적 과학자이자 자연연구가이기도 했죠. 신이 인간에게 안배한 절묘한 이런 마음이 바로 삶의 균형이 아닐까요.

사주에서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은 도우면서도 견제를 하는 역할을 하죠. 일방적으로 도움만 주면 긴장이 사라져요. 그것을 막아주는 힘이 바로 상극이죠. 겨울을 견뎌낸 화초가 더 화사한 꽃을 피우는 이치와 같아요. 그러므로 걱정과 근심도 살아가면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면 삶이 덜 힘들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그런 진통 없이는 행복이라고 느끼는 곳에 안착할 수 없을 테니까요. 지금의 고통은 행복한 삶을 위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라고 마음먹는다면 지금의 불행이 달라질 것입니다.

'사랑은 나의 행복 사랑은 나의 불행 사랑하는 내 마음은 빛과 그리고 그림자.'

강변을 끼고 달리는 자동차에서 라디오를 켜니 노래가 강물처럼 흘러듭니다. 옛 노래가 구절구절 가슴을 적시네요. 아름다운 사랑조차도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품고 있군요. 그리해도 그것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며 우리의 삶이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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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