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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충주시 칠금금릉동 맞춤형복지팀장

아이들의 목소리로 화들짝 깨는 사무실. 가까운 어린이집에서 견학을 왔나보다.

원아들이 복사기와 책상 사이를 숲길 지나듯 아장아장 걷는다.

활짝 웃으며 안아 달라 팔을 벌린다.

하던 일 내려놓고 천사들과 눈을 맞춘다.

누가 누굴 체험하는 것인지 모를 견학은 이렇게 시작된다.

올 초 칠금금릉동 주민센터로 발령받은 나는 이렇듯 불쑥 찾아온 원아들처럼 '깨끗한 동네 다정한 이웃'이란 슬로건을 뜬금없이 만났다.

처음엔 '깨끗한 이웃 다정한 동네'로 잘못 알고, 목욕탕 육성사업인가 했을 만큼 무지했다.

이 슬로건이 세상에 나온 지 1년이 지났다.

센터를 헤집어 놓은 원아들보다 더 어린, 돌을 갓 넘긴 아기인 셈이다.

그러나 이 한 살배기가 이뤄낸 변화와 성과는 어른 못지않다.

새로 이사 오는 주민들에게 대형폐기물 배출방법 등 생활정보를 담은 안내문을 나눠주니 몰래 가구 버리는 일이 크게 줄었다.

경로당 어르신과 직능단체 회원들은 도로변 녹지대에 켜켜이 쌓인 낙엽을 모두 걷어냈다.

주민들은 청결활동에 나서면서 '깨끗한 동네'가 무얼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시민의식이 변하며 어렵고 힘든 주변을 돕자는 '다정한 이웃'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한 해 동안 5천여 만 원 상당의 물품과 성금이 모였다.

또 이·미용 봉사, 저소득가정 반찬봉사 등 발로 뛰며 센터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어두운 복지사각지대를 환하게 밝혔다.

올해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에게 등록증 재발급을 위한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고, 민원인에게 휴대폰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청소년 자원봉사자가 홀로노인에게 안부전화와 가정방문을 하는 '소녀가 할머니를 만났을 때'란 시책도 추진한다.

복지통장으로 위촉된 45명의 통장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발굴해 도움의 손길을 보낸다.

근무한지 두 달쯤 됐을 때 대상포진에 걸렸다. 밀려드는 이웃돕기 결연과 후원, 물품 기탁 등 의욕 넘치는 주민들과 함께하며 10여개 세부시책을 추진하느라 고됐나보다.

몸까지 아파가며 뭘 더 할 건지 싶었다. 얼렁뚱땅 슬금슬금 흘러갈까?하는 안이한 마음에 "무얼 하려하지 말고 흐르는 대로 살라"는 무위(無爲)를 설파했던 중국의 사상가 노자가 떠올랐다.

방향을 설정하지 않고 목표 없는 삶은 정박할 항구 없이 그저 표류하는 유령선이 되겠다는 심산과 다를 게 없다.

영국의 록 밴드 Queen은 'The show must go on'이란 곡에서 분장이 지워져도 콘서트는 이어가는 것처럼, 하던 일은 계속 하는 것이라고 노래했다.

한 살배기 어린아이, 깨끗한 동네 다정한 이웃을 주민들과 같이 잘 보듬어 키우기로 다시금 마음먹었다.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은 없는지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고 기탁 받은 쌀과 과일을 전달하며, 한편으론 자원봉사 청소년을 이끌고 홀로노인 가정을 찾아가 전기와 수도가 제대로 들어오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여쭐 것이다. The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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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