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주영서

괴산군청 예산계장

물은 순수의 상징이며, 생명의 근원이고, 인간에게는 진리의 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은 바라보는 시각일 뿐, 물 자신은 언제나 본연의 모습 그대로이다.

피할 수 있으면 휘감아 돌고, 낮은 곳을 만나면 채운 다음에 나아가며, 막아서면 기필코 길을 열고, 천 길 낭떠러지를 만나도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진다. 가장 부드러우면서 가장 강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간단없이 나아가 끝내는 대양에 다다르는 물의 행로는, 인간이 일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일러주는 훌륭한 본보기로 옛 성현들에게는 사유의 대상이었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작은 샘에서 시작한 물이 바다에 이르기 까지 물은 흘러만 갈 뿐인데, 그 물길로 삼라만상은 생명을 얻는 모습이, 도가의 근본사상인 '함(爲)이 없이 세상만물이 각기 제자리를 찾게 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과 닮아 있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하였다.

도가사상을 세상을 어지럽히는 학문이라 날을 세우던 맹자(孟子)도 '샘은 밤낮 없이 솟아나고, 웅덩이를 채운 후에 나아가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離婁[下])'는 구절로서, 인간은 끊임없이 부족함을 채워서 궁극에 다다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을 일깨웠다. 살아감의 의미를 찾음에 있어, 끊임없이 솟아나고 쉼 없이 흐르는 물의 모습을 본받으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충청북도 괴산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 흐른다. 동쪽으로는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인 백두대간이, 서쪽으로는 한강과 금강의 수계를 가르는 한남금북정맥이 북에서 남으로 향하고 있는 중앙에 괴산군이 자리 잡고 있다. 남한강과 금강 물길의 최상류이다. 전국에서 수질이 가장 뛰어나다는 쌍곡계곡을 비롯하여 선유동·화양동계곡, 갈론계곡에는 사시사철 수정보다도 맑은 물이 흐르고, 그 가장자리에는 물길을 만드느라 억겁의 시간동안 깎고 닦아 만들어 놓은 절경들이 구곡(九曲)이라 불리어지며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퇴계 이황선생, 우암 송시열선생, 송강 정철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선비들이 괴산의 계곡들을 사랑했고, 지금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물은 생명체를 살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물이 병들면 생명체도 병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1960~70년대만 해도 시냇물을 식수로 사용하던 이웃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은 첩첩산중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생존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물, 다행이도 자연이 순수한 물을 끊임없이 제공해 주고 있지만, 아무리 많은 물이 주어진다한들 지금처럼 인간의 욕심이 섞여지다보면 멀지 않아 어디에서도 자연이 주는 물을 그대로 마실 수 없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욕망이 도를 넘어서면 멸망에 이른다는 것을 이미 지하수가 병들어 가면서 경고를 하고 있다.

아침 햇살 속으로 물안개 피어오르는 쌍곡계곡을 바라보며, 저 상류 어디쯤에선가 솟아올라 밤새 달려 이곳에 다다랐을 맑디맑은 이 물이, 지나는 대지를 생명으로 가득 채운 다음에 당도하는 서해바다로 흘러들 때에도 이 모습 그대로인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