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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7.18 20:28:40
  • 최종수정2013.09.10 17:24:24
청원군 남이면에는 구미리라는 마을이 있다. 약 75가구 2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 마을은 반남박씨(潘南朴氏) 집성촌이다. 그런데 이 시골마을이 요즘 시끄럽다. 마을이장선거가 원인이다. 수년간 반남박씨 사람들이 이장을 대대로 세습하다시피 해 온 것에 염증을 느낀 일부 청년회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조용했던 마을이 시끄러워졌다. 몇몇 청년회원들은 부정선거를 명분으로 주민서명을 운동을 벌여 당선된 이장을 자진사퇴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대대로 이장을 맡아온 반남박씨 사람들에 대한 비위사실 의혹이 폭로됐다. 청원군 보조금으로 지은 마을회관을 주민 동의 없이 매각한 데다 마을 인근에 들어온 골재채취회사 등으로부터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수년간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기는 등 반남박씨 전·현 이장들의 비위의혹들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경찰에까지 알려져 내사가 진행 중이다. 마을주민들은 이번 사태로 사분오열되고 말았다.

충북도내 또 다른 시골마을에서는 보조금으로 지어준 마을정자 때문에 주민간 불신이 극에 달한 일이 있었다. 농민들의 휴식처를 마련해 주기 위해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한 정자지어주기 사업이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마을이장 집 마당에 정자가 지어지면서 말썽이 나고 말았다. 주민들은 공동으로 사용하라고 지자체에서 지어준 정자를 이장이 착복했다며 크게 반발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이 두 사례만 놓고 보면 누가 농촌을 인심 좋은 양반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불신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욕심에서 출발한다. 보조금이라는 돈을 마을의 공동자금으로 여기지 않고 몇몇 개인이 투명하지 않게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현재 농촌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지 오래다. 마을 평균 연령이 70세를 넘어서고 있다. 대부분의 시골마을은 몇몇 사람들이 전횡을 일삼아도 누구하나 문제 삼을 수 있는 구조가 못된다. 곪을 때로 곪아 터져버려야 비로소 문제가 해결된다. 이러다보니 그 기간 동안 애꿎은 주민들만 고통을 받기 일쑤다.

그러나 이러한 일의 예방과 해결책은 아주 간단하다. 농촌 보조금사업의 폐해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는 눈 먼 돈처럼 써도 누구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보조금을 지급한 지자체의 관리·감독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구미리 사태의 경우도 2천50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재건축된 마을회관은 분명 존재하는데, 청원군 어느 부서에서 지급됐는지 근거서류가 없었다. 과거 산발적으로 지원됐다 그 폐해가 커 지금은 금지된 군의원 사업비나 새마을회 지원사업 등에서 지급된 것이 아니냐는 추정뿐, 잘못을 가릴만한 근거자료가 전혀 없다. 정자건립사업도 마찬가지다. 지자체는 보조금만 지급했을 뿐 정자가 어느 곳에, 어떻게 지어졌는지 관리, 감독은 허술했다. 사분오열된 마을을 화합으로 이끄는 일에도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특정인의 편에 서 갈등을 부추기거나 약자의 호소를 외면하는 일까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농촌현실을 잘 아는 모아무개씨는 이러한 점을 지적한다. "보조금이 나라를 망치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말이다. 민선 5기 들어 언뜻 보면 지방자치시대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많은 면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정당정치에 기반을 둔 선출직 단체장들의 재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행정이 완전한 지방자치시대의 초침을 더욱 느리게 하고 있다.

자그마한 농촌마을에서 일어나는 주민간 갈등을 별것 아닌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 배경에는 모순된 지방행정의 모습과 잘못된 정치가 기인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잘 사는 농촌을 만드는 일은 달콤한 보조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주민을 가족같이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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