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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맛, 스토리텔링 식탁에 오르다 - 청주 삼겹살

'60-70년대 퇴근길 도시 노동자들이 즐기기 시작'
70년대까지도 '삼겹살' 아닌 '세겹살'로 불려
청주-서울구로 원조논쟁… 판가름 쉽지 않아
불판구이 이전에는 주로 '석쇠'를 이용해 구워

  • 웹출고시간2013.07.15 20:09:2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한자 '炙'(적)은 '저녁夕' 자 비슷한 것과 '불火' 자로 구성돼 있다. 이때 전자는 고깃덩어리를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炙' 자는 고깃덩어리를 불 위에 굽는 모습이 된다.

중국 동진(東晋)의 간보(干寶)가 지은 수신기(搜神記·4세기 무렵)에는 '강자(羌煮)와 맥적(貊炙)은 이민족의 음식이다. 중국이 이것을 숭상하여 귀족과 부잣집에서 중요한 잔치에 이 음식을 먼저 내놓는다'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중 후자 '맥적'은 부여의 구이음식을 지칭하고 있다. 흔히 만주지역의 예맥족을 우리민족의 역사시대 시원으로 보고 있다. 예맥족할 때의 '맥'은 그런 역사적 배경하에 수신기에 등장했다.

중국 후한때의 역사서인 '석명'(釋名)도 '맥적은 고기를 통으로 구워 각자가 칼로 잘라가면서 먹는 것으로, 호맥(胡貊)에서 온 것'이라고 적었다. 이때의 호맥 역시 부여족을 일컫고 있다.

이처럼 우리민족의 구이문화는 문헌상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삼겹살 구이도 분명히 불에 집적 굽는 직화(直火) 음식의 한 종류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불판에 굽는 삽겹살 문화'는 역사가 매우 짧은 1970년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표1

1960년대 이전 돼지고기 구이요리 방법

<표1>에서 보듯 1960년대 이전에는 돼기고기를 굽는데 석쇠가 주로 이용됐고, 꼬치 형태도 간헐적으로 등장했다.

'조선요리제법'은 '석쇠에 놓아 구워서 먹느니라', '조선요리법'은 '잘 주물러서 석쇠에 구워', '재여 놓았다가 식사하기 직전에 석쇠에 놓고 구워서'라고 표현했다.

다만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저육에 큰 덩어리를 쇠꼬치에 꿰어 숯불에 빗치여 굽되'라고 표현해 석쇠가 아닌, 꼬치 형태로 굽는 것을 표현했다.

표2

세겹살과 삼겹살 표현

지금의 '삼겹살'이라는 단어는 언제 등장했느냐를 살피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1934년 11월 3일자 동아일보는 '삼겹살'대신 '세겹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표2 참조>

이같은 현상은 1970년대 중반에도 계속돼 1974년 12월 5일자 경향신문은 돼지고기 조림 방법을 '세겹살을 소금과 생을 넣은 물에 삶아 7mm 두께로 썰어 번철에 간장을 넣고 푹 조린다, 춧고추를 넣으면 더욱 좋다'라고 적었다.

1972년 10월 31일자 경향신문은 기사는 물론 그림으로도 '세겹살' 용어의 존재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림참조>

1972년 10월 31일자 경향신문 기사이다. '삼겹살'이 아닌 '세겹살'이라고 적었다.

그림 하단에 세겹살 부위를 표시했고, 그리고 이때의 제목을 '1년된 암컷살이 최고', '세겹살·엉덩이·등심일수록 좋은 맛'이라고 뽑았다.

'세겹살'이 왜 '삼겹살'로 바뀌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문법적으로 본다면 한 겹, 두 겹, 세 겹 등의 표현에서 보듯 '세겹살'로 부르는 것이 맞다. '삼겹살'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1979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는 다음과 같이 기사화했다.

'축우로 유명하던 우리나라는 고기구이 요리가 발달했지마는 돼지고기 구이만은 발전을 못한 것 같다. (…) 그간 우후죽순처럼 주점가에 늘어가던 삼겹살 집에도 여름이 시작되면서 사람의 발길은 눈에 띄게 뜸해졌다.'

그러나 '삼겹살' 용어 등장이 곧 삼겹살 구이문화의 대중화를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삼겹살 구이문화가 대중화되고 지금과 같이 '불판 위에 굽는' 모습은 1980대 초반에 나타난다.

'연탄화덕 위에다 은박지를 깐 두꺼운 쇠판을 얹어놓았고 (…) 쇠판이 어느 정도 달구어졌는지 소녀는 돼지 삼겹살을 쇠판 위에 올려놓았다. 기름이 지글지글 탁탁 소리를 내며 탔다.'-<1980년 11월 4~5일자 경향신문 소설>

이상을 정리하면 △근대기에는 돼지고기를 주로 석쇠로 구웠고 △70년대까지는 삼겹살 대신 세겹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불판 위에 굽는 삼겹살은 80년대 초반부터 대중화됐다 등으로 요약된다.

삼겹살 구이문화가 언제부터 청주지역에 나타났고, 대중화됐는지는 문헌으로 잘 관찰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병무(전 충북일보 논설위원) 씨 등 지금의 60~70이후의 청주 토박이 증언이 '사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증언에 따르면 청주에서 삼겹살집의 효시는 지난 1960년대 청주약국 옆에 있던 '만수집'내지 도청앞의 '딸네집'이었다. 그 후 삼겹살 구이는 청주 전역으로 퍼졌고, 이중 도시 노동자의 왕래가 가장 많았던 '고속주점'(구 고속터미럴 옆)이 가장 유명했다는 증언이 존재하고 있다.

반면 서울 디지털구로문화대전은 '육체노동을 주로 했던 1960~1980년대 구로 지역 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술을 마실 때 값이 싸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삼겹살을 안주로 먹었다'라고 적고 있다.

따라서 청주와 서울 중 어느 곳의 삼겹살 구이문화가 빨랐는지를 따지는 것은 판가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주와 서울 모두 퇴근길 도시 임금 노동자가 즐겼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안도현 시인은 '퇴근길'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 아, 이것마저 없다면'

/ 조혁연 대기자

도움말: 충북도 농업기술원, 충북도 문화재계, 청주문화원, 젠한국식문화연구소. 함지락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삼겹살거리 김동진 총무

"청주삼겹살 유명세, 파절이에서 왔을수도"

청주 서문동의 삼겹살거리상인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동진(49·사진) 씨.

기자 출신인 그는 지난 2010년 한범덕 시장에게 청주에도 '춘천닭갈비'와 같은 상징성있는 음식이 있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청주 삼겹살거리는 그렇게 해서 생겨났고, 이제 입소문을 듣고 외지손님도 많이 찾을 정도로 빠르게 정착돼 가고 있다.

- 삼겹살구이는 이미 전국적으로 보통 음식화가 됐다. 이런 환경에서 청주삼겹살거리는 어떤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나.

"우선 전통시장을 살리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 청주 양대 시장인 서문시장은 오랫동안 기능을 상실해 왔다. 삼겹살이라는 음식문화를 통해 전통시장을 되살리고자 했다."

- 가격이 좀 싸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 싼 편인가.

"청주시내 다른 곳은 1인분(200g) 기준으로 1만1천원이지만, 이곳은 9천원을 받고 있다. 입주한 17개 음식점이 이를 지키고 있다."

- 식재료 상으로는 어떤 점을 특화하고 있나.

"달인 간장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일반 간장에 겨자, 생강, 황기, 마늘, 계피 등 한약재를 넣고 달인 것을 말한다. 육질을 부르럽게 할 뿐 아니라 잡내를 없애주고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 청주 삼겹살거리는 냉동 삼겹살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냉동, 숙성, 생고기의 차이점을 잘 모르고 있다.

"나름의 특징이 있다. 냉동삼겹살에서는 물기가 많이 나온다. 냉장 숙성된 삼겹살은 육질이 부드럽고 육색이 좋은 편이다. 반면 생고기는 선홍색은 약하지만 곱(기름)이 적게 나온다.

- 청주 삼겹살은 1960년대 후반부터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고 구전돼 왔다. 유명해진 이유가 뭘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오야키(소금구이 삼겹살)를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새콤달콤매콤한 맛을 지난 파절이가 아닌가도 생각한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무심천과 미호천 하상부지에서 많이 재배됐던 파가 청주 삼겹살 유명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된다. 김총무가 운영하는 음식점 이름은 함지락(咸池樂)으로, 회남자(淮南子) 천문훈 편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중 '함지'는 해가 멱을 감는다는 하늘 위에 연못, '락'은 노래를 의미한다. 흡사 밀레의 그림 '만종'과도 같은 이미지로, 하루 일과를 끝낸 후의 휴식과 대화가 느껴지는 이름이다.

/ 조혁연 대기자

삼겹살 친구 소주·상추 어원

'소주'에는 '술酒' 자를 쓰지 않는다

상추는 '生菜'에서 유래…'날로 먹는 채소' 뜻

서민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은 막걸리, 소주, 맥주 정도이다. 이중 '소주' 는 순우리말이 아닌 한자에서 왔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불사를 燒'(소) 자와 '술 酒'(주) 자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갑골문을 보면 '술 酒' 자는 '술항아리'(酉)와 '삼수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소주'는 '酒'가 아닌 '진한술 酎'(주) 자를 쓰고 있다. 이는 술항아리를 손으로 잡고 있는 모습이다.

한자에서 '寸' 모양이 나오면 '손'(手)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의심이 가면 소주병을 사서 그 라벨을 직접 확인해 보면 된다. 예외없이 '酎' 자가 붙어 있다.

'酒'와 '酎' 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국어사전보다 자전을 펴보는 것이 빠른 이해를 가져다 준다.

자전은 '술 酒' 자에 대해서는 '누룩으로 빚은 술', 그리고 '독한술 酎' 자에 대해서는 '세번 빚은 순주'라고 적고 있다. 설명 그대로다. '酒' 자는 효모를 이용해 빚은 술인 반면 '酎' 자는 빚어진 누룩을 다시 증류한 술을 말한다.

'세번 손이 간다'는 표현은 그래서 나왔다. 이런 술은 도수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소주는 개성, 안동, 제주 등의 것을 최고로 치고 있다.

여기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소주는 우리민족이 개발한 술은 아니다. 13세기 몽고가 고려를 침입하면서 이때 소주도 함께 들어왔다. 경북 안동은 지금도 소주가 꽤나 이름이 나 있다. 고려시대 안동은 몽고군의 장기 주둔지였다.

여름철에 즐겨먹는 푸성귀는 '상추' 단연 으뜸이다. 된장을 바르고 쌈을 싸 입안 가득히 넣으면 그 맛이 별미에 가깝다.

우리 지역에서는 '상캄'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으나 표준말은 아니다. 국어사전은 상추에 대해 '잎은 코고 넓으며 초여름에 담황색 꽃이 핌. 채소로 재배하여 잎은 주로 쌈으로 먹음'이라고 적고 있다.

'상추'의 어원은 무엇일까. '배추'라는 단어를 예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배추'는 한자 '흰 白'(백) 자와 '채소 菜'(채) 자를 쓴 '백채'가 변한 말이다. '흰 채소'라는 뜻이다. 원래는 '백채'였으나 발음하기 좋게 지금의 '배추''로 변했다.

'상추'도 이와 닮은꼴 모습을 하고 있다. 어문 전문가들에 따르면 '상추'는 한자 '날 生'(생) 자와 '채소 菜'(채) 자의 '생채'가 변한 말이다.

본래는 '생채'였으나 배추와 마찬가지로 발음하기 좋게 '상추'로 변했다. 직역하면 '날로 먹는 채소'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채소는 소금에 절이거나 간접 요리를 해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독 상추만큼은 있는 그대로 먹고 있다. 어떤 책은 한자 '常菜'가 변한 말이라고 적고 있으나 논리가 부족한 편이다.

'항상 푸른 채소'라는 뜻이 되나 상추는 항상 푸르지 않다. 중국어 사전도 ' 상추'를 '生菜'로 적어 놓고 있다. '셍카이'(sheng cai)로 발음된다.

/ 조혁연 대기자

지금의 청주삼겹살은 '시라야키'에 가깝다

"식재료 양념하지 않고 그대로 굽는 것"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삼겹살구이'와 일본말 '시오야키'(혹은 시오야끼)를 혼용내지 혼동하고 있다. 그러나 둘은 차이가 많이 나는 말이다.

일본 식문화 중 직접구이로는 시라야키·시오야키·미소야키·테리야키 등이 있다.

시라야키(しらやき·白燒き)는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재료 그대로 굽는 것을 말한다. 'しら'는 '꾸밈이 없다'(白)는 뜻이다.

시오야키(しおやき·鹽燒き)는 소금구이를 말한다. 생선, 새우, 쇠고기 등을 구울 때 소금을 뿌리는 것으로, 'しお'는 '소금'을 뜻한다.

미소야키(みそやき)는 생선·고기 등에 된장을 발라 굽는 것을 의미한다. 'みそ'는 '된장'이라는 뜻이다.

테리야키(てりやき)는 생선에 양념장을 발라서 윤이 나게 굽는 것을 의미한다. 닭고기, 장어 등을 구울 때 주로 사용된다. 'てり'는 요리에 윤을 내기 위하년 바르는 '양념장'을 말한다.

간접구이로는 은박지 등에 싸서 굽는 쓰쓰미야키(つつみやき)가 있다. 'つつ'는 '싸다'(包)라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의 청주지역 삼겹살구이를 굳이 일본어로 표현하면 아무런 양념도 하지 않고 굽는 '시라야키'(しらやき)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시라야키는 먹을 때 양념을 곁들인다는 점에서도 청주 삼겹살구이와 비슷한 일면이 있다. 삼겹살의 일본말은 '三枚肉'(さんまいにく)이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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