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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맛, 스토리텔링 식탁에 오르다 - 충주 수안보 꿩요리

유배지의 적막감을 깨우던 그 탁음 꿩!꿩!
고구려 벽화 속에서는 신분 표시로 사용
삼국사기에 '서원경에서 흰 꿩을 바쳤다'
조리법 발달 17세기 이미 꿩물만두 등장

  • 웹출고시간2013.07.22 17:54:0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한자는 대체로 꼬리가 긴 새에는 '새 鳥', 꼬리가 짧은 새에게는 '새 추'(나무木없는 椎) 부수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전자의 예로는 '갈매기 鷗'(구), '닭 鷄(계), '비둘기 鳩'(구), '소리개 鳶'(연), '고니 鵠'(곡) 자 등이 있다. 반면 후자의 예로는 '참새 雀'(작),' 기러기 雁'(안), '병아리 雛'(추) 자 등이 있다.

꿩의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라고 한다. 이중 장끼는 깃털이 화려할 뿐만 아니라 꼬리가 눈에 띄게 긴 편이다. 이에 비해 까투리는 색이 덜 화려하고 꼬리는 짧은 편이다.

수안보의 상징인 꿩 조형물로 각 음식점에 설치돼 있다.

꿩의 한자는 '雉'(치)로 적는다. 꼬리가 짧은 까투리를 기준으로 하면 '雉' 자가 맞아 보이지만, 꼬리가 긴 장끼와는 맞지 않는 면이 있다.

한자의 혼란상과 달리 우리 조상들은 꿩의 꼬리를 머리 장식으로 즐겨 사용했다. 그것도 단순한 사용이 아닌, 신분과 위계를 드러내는데 주로 사용했다.

중국 역사서인 위서(魏書) 열전(列傳)의 고구려조에는 '머리에 절풍모를 썼는데 그 모양이 변형을 하였다. 새깃을 꽂았는데 귀천의 차이가 있었다(頭著折風 其形如弁 旁揷鳥羽 貴賤有差)'라는 표현이 나온다.

또 구당서 동이열전 고구려조에는 '벼슬이 높은 자는 푸른 비단으로 만든 冠을 쓰고, 그 다음은 붉은 비단 冠을 쓰는데, 새깃 두개를 꽃고, 金과 銀으로 장식한다(官之貴者, 則靑羅爲冠, 次以緋羅, 揷二鳥羽, 及金銀爲飾)'라는 표현이 보인다.

인용한 두 문장에 '새깃'(鳥羽)이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이른바 '조우관'(鳥羽冠)이라는 머릿장식이다. 고구려 벽화는 조우관 문화를 시각 정보로 뒷받침하고 있다.

고구려 벽화인 무용총에 등장하는 수렵도의 부분이다. 새꼬리 장식이 많을수록 신분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에는 두 남성이 달리는 말 위에서 각각 사슴과 호랑이에게 활을 겨누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그림 참조)

이때 두 남성은 새꼬리 장식을 머리에 꽂았다. 다만 사슴을 사냥하는 남성은 꼬리깃이 길고, 호랑이를 쫓는 남성은 다소 짧은 편이다.

무용총의 무용도에도 조우관을 쓴 남자 무용수가 맨앞에 등장한다. 미술사 전문가들은 이 남성을 영무(令舞)로 보고 있다. '영무'는 춤을 지휘하는 사람을 말한다.

무용총 조우관의 꼬리 깃이 어느 새의 것인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반도 조류 분포상 꿩의 꼬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꼬리가 긴 것은 장끼, 꼬리가 짧은 것은 까투리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꿩'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울음소리 '꿩!'에서 왔다는 것이 정설화돼 있다. 개구리는 '개골개골!', 꾀꼬리는 '꾀꼴꾀꼴!' 울어서 이름이 생긴 것처럼 꿩도 '꿩!꿩!' 하고 울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의식은 사계절 중 봄철 산하를 가장 적막하게 생각한다. 봄철에는 여름의 천둥소리, 가을철 가을걷이로 바쁜 소리, 겨울의 찬바람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 적막함 속에서 들려오는 봄날의 꿩 울음소리는 유난히 소란스럽고 크게 들린다. 게다가 귓전을 때리는 꿩 울음소리는 꾀꼬리류의 청음이 아닌 탁음에 가깝다.

우리 선조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시로 남겼다.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이행(李荇·1478∼1534)이 있다.

조선시대 대표적 인문지리서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은 그가 이끄는 편저팀에 의해 집필됐다.

이행은 갑자사화(1504년) 때 홍문관 응교로 있으면서 연산군의 생모인 폐비 윤씨의 복위를 반대하다가 우리고장 충주를 거쳐 거제도로 유배됐다.

용재집에 실려 있는 다음 시는 그때 지은 것이다. 적막함이 진공에 가깝게 느껴지고 있다.

'황량한 이곳 사방 이웃이 없어(空荒無四隣) / 귀에는 닭 울음소리 들리지 않고(耳不聞鷄聲) / 꿩꿩 꿩이 서로 울어 대는 소리에(角角雉相O) / 비로소 동쪽 하늘 밝은 줄 알도다(始覺東方明) /…/'-<용재집 제 6권>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 유배된 지 8년째 되던 해(47세·1808년) 그 유명한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마음에 들었던지 '다산팔경 노래'(茶山八景詞)라는 시를 지었다. 그중 하나인 '봄 꿩 우는 소리 듣기'(暖日聞雉)라는 시다.

'죽죽 뻗은 칡덩굴 부드러운 햇살 아래(山葛OO日色姸) / 화로에는 차 달이던 연기마저 끊겼는데(小爐纖斷煮茶煙) / 어디선가 깍깍대는 세 마디 꿩소리가(何來角角三聲雉) / 구름속 들창아래 잠시 든 잠 깨워대네(徑破雲O數刻眠)'-<다산시문집 제 5권>

삼국사기는 꿩과 우리 고장에 얽힌 역사적인 이야기도 적고 있다.

'가을 7월에 유성이 자미(紫微·북극성 지칭)에 들어갔고, 서원경에서 흰 꿩을 바쳤다(秋七月 流星入紫微 西原京進白雉)'-<신라본기 제10 - 헌덕왕 2년>

꿩은 민가에서 비교적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새이기 때문에 조리법이 상대적으로 발달했다. 17세기 후반 안동장씨가 지은 '음식디미방'은 꿩 물만두 요리법을 이렇게 적었다.

"생치(生雉)을 잘게 다지고 여러 채소, 양념과 섞어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넣고 작은 단자를 만들어 잣을 박아 넣는데 꼭 석류알 같다. 이것을 끊는 물에 데쳐 내어 초장에 양념하여 먹는다."

/ 조혁연 대기자

도움말: 충북도 농업기술원, 충북도 문화재계, 충주문화원, 젠한국식문화연구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꿩 한마리 가지고 7종류 부위별 요리"

수안보 '장군식당' 운영 이숙희씨

지역의 마스코트가 될 정도로 꿩요리가 언제부터인가 충주 수안보의 대표적인 음식이 됐다. 수안보를 지나는 국도변은 물론 상당수 음식점에도 꿩 조형물이 서 있다.

수안보면 온천리 장군식당은 꿩관련 식단을 7가지나 내놓으면서 이른바 '코스 요리'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인 이숙희(54·사진) 씨에게 수안보 꿩요리의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봤다.

- 수안보 꿩요리가 언제부터 유명해졌나.

"그리 긴 편은 아니다. 내 기억으로는 20년 정도 되는 것 같다. 처음 3~4집이 시작을 하다가 지금은 많은 식당이 꿩요리를 취급하고 있다."

- 꿩요리 식단이 7가지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류가 매우 많은 편인데.

"꿩샤브샤브, 꿩육회, 꿩모듬고치, 꿩불고기, 꿩전, 꿩만두, 꿩수제비 매운탕 등이 개발돼 있다. 모두 꿩 한 마리에서 나오는 것을 부위별로 요리한 것들이다."

- 어떤 부위에서 어떤 식단이 만들어지나.

"꿩샤브샤브는 앞가슴살로 만들고, 꿩육회는 다리 윗부분의 부드러운 살로 만든다. 이밖에 꿩만두는 꿩살코기를 잘게 다져 만들고, 꿩매운탕은 꿩잡뼈와 무를 푹 고은 후 사리를 넣으면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 이들 요리 기술은 수안보 주민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꿩샤브샤브는 제주도가 원조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요리 종류가 매우 단순했다. 이것을 수안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보완·개발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수안보는 관련 식재료인 꿩, 버섯, 산채 등을 자연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청정지역이다."

- 모든 음식은 계절을 타는데, 꿩요리의 맛은 언제가 제철인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 이듬해 여름 전까지가 제철이다. 왜냐하면 장끼는 10월 이후에 살이 많이 오르고, 까투리는 산란 직전에 통통해 지기 때문이다."

/ 조혁연 대기자

'샤브샤브'의 순우리말은 '토렴'

끓는 물에 넣기 직전의 꿩샤브샤브 모습.

ⓒ 사진= 수안보 온천리 소라가든.

국수 장국문화에 흔적 남아 있어

살짝 익힌 고기를 소스에 찍어 먹으면 입안 가득히 단백한 맛이 돈다. '샤브샤브'는 일본에서 건너온 말이다.

백과사전은 지금의 '샤브샤브' 요리법에 대해 '14세기 칭기스칸이 세계를 제패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종의 전쟁 음식'이라고 적고 있다.

몽골군대는 기마병을 주축으로 했다. 이 기마병의 최고 강점은 빠른 이동, 즉 주력이다.

따라서 이들은 빠른 주력을 유지하기 위해 투구에 물을 끓인 후 즉석에서 양고기와 야채를 익혀 먹는 조리법을 개발했다.

이를 일본인이 개량화시킨 것이 지금의 '샤브샤브'(しやぶしやぶ)라고 백과사전은 적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샤브샤브의 유래가 우리나라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요리 중에 '토렴'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내는 것을 여러 번 반복, 이를 데우는 것을 말한다.

시골에서 막국수를 만들 때 지금도 이 방법을 많이 쓰고 있다. 한자로는 '退染'(퇴염)으로 국어사전에도 나온다.

따라서 일부 음식 전문가들은 고려 때 몽골군이 이를 배워갔고, 이것이 임진왜란 때 일본에도 전파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샤브샤브'라는 말대신 '토렴'이라는 순우리말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일본말 '샤브샤브'는 무거운 단어는 아니다. '살짝살짝' 뜻을 지닌 일종의 의태어다.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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