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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맛, 스토리텔링 식탁에 오르다 - 옥천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

선비 사색공간 물가… 피라미, 그 물가에 자주 등장"
이만영의 재물보, '길이는 수 寸이며 모양은 버들잎'
피라미, 한자 필암어(畢巖魚)를 발음하며 생겨난 말
'생선국수'에는 피라미, '도리뱅뱅이'에는 잡어사용

  • 웹출고시간2013.07.01 18:32:3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호양지상'의 대화에도 등장

'나는 더웁다. 나뭇잎들이 축 늘어져서 허덕허덕하도록 더웁다. 이렇게 더우니 시냇물인들 서늘한 소리를 내어 보는 재간도 없으리라. 나는 그 물가에 앉는다. 앉아서 자- 무슨 제목으로 나는 사색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본다. 그러나 물론 아무런 제목도 떠오르지는 않는다.'-<이상의 '권태' 중에서>

자칭 박제가 되어버린 이상(李箱·1910∼1937)이 사색을 위해 물가를 찾은 모습이다. 조선시대 지식인들도 사색을 위해 물가를 자주 찾았다.

이때 사색의 공간에서 만나는 어류는 생동감 그 자체였다. 이상은 '권태'의 또 다른 곳에서 '무수한 오점이 방향을 정돈해 가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생물임에 틀림없다'라고 표현했다.

바로 민물어류 '피라미'다. 다산 정약용은 한시 '잡평'(雜評)을 이렇게 읊었다.

'팔곡이라 맑은 못 넓게도 열렸건만(八谷淸淵漠漠開) / 이따금 구름 그림자 홀로 오르내리네(時將雲影獨沿O) / 참 근원 지척이라 맑고 밝음 유별나니(眞源咫尺澄明別) / 오가는 피라미떼 앉아서도 보이누나(坐見O魚自往來).'-<다산시문집 제 22권>

조선후기 문신 김창협(金昌協)도 비슷한 분위기의 시를 남겼다.

'옛 벼랑 고운 꽃 흐드러지게 피었고(古壁幽花重疊明) / 구름 해 잠긴 못 비단 무늬 일어나네(綠潭雲日錦紋生) / 제 세상 피라미 한가로이 즐기는데(O魚自信從容樂) / 장주(莊周) 혜시(惠施) 그 누가 너희 뜻 알았더뇨(莊惠何人得爾情.)

인용시에 등장한 장주와 혜시는 중국 고대 사상가인 장자와 혜자를 일컫는다. 김창협이 굳이 자신의 시에 장주와 혜시를 등장시킨 것은 그들이 피마리를 소재로 그 유명한 '濠梁之上'(호양지상)의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장주: 피라미가 조용히 나와 노는구나. 이것이 물고기의 낙이다.

혜시: 자네는 물고기가 아니잖는가. 어찌 물고기의 낙을 아는가.

장주: 자네는 내가 아니지 않는가. 어찌 내가 물고기의 낙을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혜시: 나는 당신이 아니다, 진실로 자네를 알지 못한다. 자네는 진실로 물고기가 아니니까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지 않겠는가.

장주: 처음으로 돌아가보자구. 네가 나에게 어찌 물고기의 낙을 아냐고 처음 물었을 때, 이미 내가 물고기의 낙을 안다는 것을 네가 알고서 물은 것이니, 나는 이 다리 위에서 그것을 알았단 말일세.'-<장자의 추수편 중에서>

이처럼 빠르지만 가날퍼 보이는 피라미는 의외로 사색의 공간에 자주 등장했다.

◇ 꼬리는 제비의 꽁지와 같다

피라미의 한자 표현은 '조어'(鮮+條魚)로, 이를 기록한 고문헌으로는 '재물보'(才物譜·1798년),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 '도담행정기'(島潭行程記) 등이 있다.

이와 관련, 조선 정조 때 이만영(李晩永)이 지은 '재물보'는 피라미를 '필이미'라고 적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강호(江湖) 중의 소어(小魚)이다. 길이는 겨우 수촌이며 모양은 버들잎 같다. 결백하고 사랑스럽다. 떼를 지어 회유하는 것을 좋아한다.그 별명으로 백조·찬어·수어 등이 있다."

반면 조선 영조 때 서유구가 지은 '난호어묵지'는 피라미를 '날피리'로 적고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비늘은 백색이고 등은 검고 청색을 띠고 있다. 눈에는 붉은 점이 있다. 배는 조금 둥글고 꼬리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빨아서 언도(偃刀) 모양과 같다. 4개의 아가미가 턱 밑에 있고 2개의 지느러미가 등 위와 배 밑에 있다. 꼬리는 갈라져 제비 꽁지와 같다. 큰 것은 3∼4촌이다. 일명 필암어(畢巖魚)이라고 한다."

이밖에 19세기 전반에 한진호가 우리고장 남한강 수계를 거슬러 올라가며 지은 '도담행정기'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보인다.

'강어(江漁)에는 금문어(錦文魚)는 쏘가리와 같으면서 몸이 둥글고, 이항어(飴項魚)는 피라미(畢巖魚)와 같고, 중순어(重脣魚)는 중국의 붉은 눈을 가진 송어와 같은데 입술이 말코와 같은 것이 맛이 좋다.'

한진호 역시 지금의 피라미를 '畢巖魚'(필암어)로 적었다. 이상에서 보듯 피라미는 한자 '畢巖魚'를 발음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어형(語形)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 생선국수 만들기가 더 복잡

충북 도내에서 생선국수와 속칭 '도리뱅뱅이' 음식문화가 발달한 곳은 옥천, 진천, 제천 등이다. 천(川) 자가 공통적으로 들어간 것에서 보듯 세 지역은 내륙하천이 발달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는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의 식재료인 피라미, 붕어, 빙어, 모래무지, 메기, 빠가사리 등이 내륙하천에서 많이 공급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생선국수나 도리뱅뱅이는 지역에 관계없이 메뉴판에 항상 '세트'로 표시돼 있다. 이것 역시 식재료 공급과 관련이 있다. 내륙 어부들이 어획 행위를 하면 한 종류가 아닌 여러 종의 민물고기가 잡히기 마련이다.

이때 피라미는 우선적으로 선별돼 도리뱅뱅이 식재료로 쓰이고, 불거지, 붕어, 모래무지, 빠가사리 등 나머지 잡어는 생선국수용으로 쓰이게 된다.

생선국수

ⓒ 충북도 농업기술원
요리는 생선국수가 다소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품이 더 많이 들어간다. 요리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피라미를 비롯한 잡어를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 뚜껑을 열고 끓이다가 중불에서 4-5시간 정도 푹 곤다.

②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잡어를 건져내고 체로 걸러 가시를 발라낸다.

③풋고추와 대파는 어슷하게 썰고, 애호박은 채 썰며, 미나리와 깻잎은 길게 썰어둔다.

④걸러낸 국물에 고추장, 다진 마늘,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간을 하고 국수를 넣고 끓인다.

⑤국물이 끓어오르면 앞서 준비한 채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도리뱅뱅이

ⓒ 충북도 농업기술원
도리뱅뱅이 요리는 '살짝 익힌 다음 노릇노릇 하게 튀기는 것'이 포인트다. 그리고 겨울철의 경우 어획행위가 힘들기 때문에 빙어를 대용으로 사용한다.

①피라미를 손질한 후 팬에 동그랗게 돌려담아 살짝 익힌 다음 식용유를 넣어 노릇노릇하게 튀긴다.

②당금과 대파는 채 썰고 고추는 어슷썬다.

③생선이 튀겨지면 식용유를 따라내고 그 위에 미리 준비한 양념장을 바른 다음 준비했던채소를 고명으로 돌려담고 살짝 익힌다.

/ 조혁연 대기자
도움말: 충북도 농업기술원, 충북도 문화재계, 옥천문화원, 김운주 충북대 명예교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옥천 청산 '선광집' 운영 이미경씨

이미경 씨


"어머니가 천렵에서 힌트얻어 생선국수 개발"

옥천 청산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진하게 갖고 있다. 지금은 일개 면(面)에 불과하지만 조선시대에는 현(縣)의 행정적 지위를 갖고 있었다.

옥천 청산은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로 유명하다.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이 맛을 보려는 외지인이 관광버스에서 무더기로 내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다음은 옥천군 청산면 지전리에서 선광집을 운영하는 이미경(49·사진) 씨와의 대화다.

- 어떻게 해서 생선국수를 개발하게 됐나.

"이곳은 내륙의 하천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천렵문화가 발전했다. 어머니(서금화·86)께서 여기서 힌트를 얻어 지금의 생선국수를 개발했다."

- 선광집에서는 소면을 넣은 생선국수를 고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처음에는 수제비도 넣어봤고, 칼국수 가락도 넣어봤지만 왠지 생선국수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러다가 소면을 넣은 생선국수를 내놓아보니까 손님들이 반응이 괜찮았다. 이후로는 소면을 넣은 생선국수만을 내놓고 있다."

- 도리뱅뱅이는 이름이 독특한데.

"민물고기 튀김의 일종인 도리뱅뱅이는 처음에는 명칭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손님 중에 후라이팬에 빙 둘러진 피라미를 보고 도리뱅뱅이(돌아가며 빙 둘렀다는 뜻)라고 표현하면서 그 말이 굳어졌다."

- 청산에서 잡히는 피라미는 여느 지역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곳 피라미는 다른 지역과 달리 배가 약간 둥그런 편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청산 피라미를 '배불때기'로 부르고 있다. 그놈을 식재료로 쓴다."

- 비린내를 없애는 비결은

"고울 때 솥뚜껑을 닫지 않는다. 그래야 증발하는 수분과 함께 비린내도 같이 날아간다.

- 방금 삶지 않고 '곤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생선국수 원액을 얻기 위해서는 한번 삶는 것으로는 안 된다. 4~5시간 정도 계속 가열하면서 거품을 걷어내야 원하는 원액을 얻을 수 있다. 생선국수는 이 원액을 물로 희석시킨 후 거기에 소면을 넣어 완성된다."

어원으로 본 민물고기 이름

붕어(사진 위쪽)와 잉어.

붕어, 한자 부어(魚+付 魚)에서 유래
중세에는 '부응어'로 불렸을 가능성


우리말 물고기 이름은 비늘이 있는 것에는 '어' 자가, 비늘이 없는 것에는 '치' 자가 접미사로 붙는 경우가 많다.어느 정도 통용되는 이론이나 상어 등에서 보듯, 비늘이 없는 것에도 '어' 자가 붙는 것이 더러 있다.

붕어, 잉어, 상어. 어디서 온 말일까. 언뜻보면 뒷말 '어'는 한자이고, 앞말 '붕', '잉', '상' 자는 순우리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중세 국어문법과 관련이 있다.

먼저 국어사전을 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국어사전에서 붕어, 잉어, 상어를 찾으면, 끝 부분에서 '부어'(魚+付 魚), '이어'(魚+里 魚), '사어'(沙魚) 등의 설명을 만날 수 있다.

한자로 그렇게 쓴다는 뜻이다. 실제 현대 중국어에서는 이들 물고기를 지금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표기하고 있다. 문제는 '부어', '이어', '사어'가 지금은 왜 '붕어', '잉어', '상어'로 바뀌었느냐는 점이다. 이에대한 설명은 조금은 복잡하다.

학자들에 따르면 뒷말 '어'(魚)는 중세어에는 초성이 '이응'의 음가를 가진 말이었다. 이른바 '옛이응'이다. 따라서 '붕어'는 중세에는 '부응어', 리어는 '리응어', 사어는 '사응어' 정도로 발음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옛이응'이 소실되면서 첫소리의 이응이 앞음절의 받침으로 옮겨갔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중 잉어에는 'ㄹ'이 'ㅇ'으로 변하는 두음법칙이 일어났다.

따라서 지금 쓰고 있는 말 붕어, 잉어, 상어는 지금은 순우리말화했으나 엄밀한 의미로는 한자에서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숭어'라는 말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숭어는 중세에는 '수어'(秀魚·사전에도 나옴)로 적었으나 역시 옛이응이 소실되고, 그것이 앞말로 붙으면서 지금의 숭어가 됐다. 숭어는 '물고기중 으뜸'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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