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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철

옥천 대성사 주지

어머니 일주년 추도식이 있을 무렵, 도량에는 나비 떼가 가득했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그래서 좋은 징조라고 여기며 합장을 했다. 그저 인연 따라 살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가슴속에 품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쉽지가 않았다.

지금껏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참으로 많은 사연들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늘 혼자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런저런 인연들로 얽혀 있었다.

누구나 제각기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살아야 한다. 또 제각기 어울리는 환경에서 살아가야 편하다.

그런데 그것 또한 쉽지가 않은 일이다. 맑고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쉬리가 있는가 하면, 좀 심하게 과장해서 썩은 음식이나 오물에서 살아야 제대로 사는 구더기도 있다.

우리네 인생도 자연현상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제각기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살아가야 일신이 편안한 것이다.

일 때문에 관공서에 갔다가 능력 있고 성실한 한 직원을 알게 됐다. 그 청년은 젊을 때는 공부만 하다가 혼기를 놓쳐 결혼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부모님이 연로하시고 손자를 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걱정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것이 시초가 되어 청춘남녀를 엮어줘야겠다고 생각했고 지역 신문들을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고 청춘남녀의 인연 맺어주기에 주력하게 됐다. 2005년 인터넷 카페 '따뜻한 만남'을 개설하고 정기적으로 만남법회를 열어왔다. 사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하려고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1천200여 쌍이 결혼해 나 자신도 놀랄 정도다.

불교에서 말하는 부부의 연은 1겁의 연인데 1겁이란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져서 바위를 뚫을 때까지 걸리는 무한대의 시간이니, 그만큼 소중하다. 그러기에 청춘 남녀를 만나면 평생의 인연을 맺기 위해서는 너무 쉽게 상대방을 판단하지 말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살펴보라고 권유해왔다.

산사음악회를 개최하고 사찰을 개방하고 종교의 벽을 허물자 점점 일요일이면 인연을 찾는 청춘남녀가 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일이 커져갔다. 좋은 인연은 서로의 양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결혼은 인생 대역전이 아니다. 결혼은 즐거움뿐만 아니라 고통과 아픔까지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운명적인 만남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믿음이 전제되고 작은 것 하나까지 공유할 때 사랑은 더 공고해진다.

이런 일이 생각난다. 최고의 배우자를 기다리며 60평생을 살아온 할아버지가 그해 자신의 이상형인 여성을 만났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껏 찾아온 이상형이 당신이니 청혼을 받아달라고 청했더니 그 할머니는 단박에 거절하며 그 할아버지에게 "당신의 이상형은 나지만 나의 이상형은 당신이 아닙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에 이상형을 찾기보다는 자신이 이상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보라고 미혼남녀에게 권해주곤 한다.

지금 사는 곳이 최고의 장소이듯 옆에 있는 사람이 어쩌면 내게 최고의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인연을 만났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이고,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 역시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최고의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두고 후회가 없도록 지금 열심히 사랑하고 지금 바로 사랑한다는 말을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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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