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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바다는 깨끗해졌는데 상인 인심은 더 야박해지다니..."

기름유출 사고 5년째 맞는 태안해안국립공원 해수욕장들
나라땅 백사장에 평상 설치해 돈 받는 '봉이 김선달' 식 영업도
123만 자원봉사자 희생,정부·지자체 지원 무색할 정도

  • 웹출고시간2012.08.06 19:55:4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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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12월 기름 유출 사고 직후 천리포해수욕장 부근 해변에서 기름 제거 작업을 하는 경찰과 자원봉사자들.

ⓒ 최준호 기자

지난 2007년 12월 발생한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당시 현장 부근에서 기름에 뒤덮인 채 죽어가는 겨울철새 뿔논병아리.

ⓒ 환경운동연합

지난 2007년 12월 7일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직후 검은 기름 파도로 뒤덮인 태안군 천리포해수욕장 부근 백사장을 한 자원봉사자가 걸어가고 있다.

ⓒ 최준호 기자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은 구불구불한 해안선에 해수욕장이 많아 우리나라의 대표적 여름 휴양지다.

하지만 지난 2007년 12월 7일 만리포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로 대부분의 해역이 '죽음의 바다'로 바뀌었다. 거대한 바다 생태계가 훼손되면서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자 태안지역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정이 많은' 대한민국 국민은 태안을 버리지 않았다. 사고가 난 직후부터,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현장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가 연인원 123만명에 달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복구비 지원도 태안 바다가 살아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예년보다 무더운 날이 많아 바다를 찾은 사람이 급증한 올 여름,기름 유출 사고가 났던 지역의 주요해수욕장에서는 바가지 요금과 자릿세 등으로 기분을 잡쳤다는 관광객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기자는 여름휴가를 틈 타 지난달 31일 태안군 천리포·만리포 해수욕장 일대를 현장 취재했다.

지난 2007년 12월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 여파로 횟감용 물고기가 텅텅 빈채 썰렁한 만리포해수욕장 부근 한 횟집 모습.

ⓒ 최준호 기자
◇다시 등장한 바가지 요금=지난달 31일 낮 1시 50분쯤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천리포해수욕장 내 모 음식점.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이는 큰 규모인 데도 벽엔 메뉴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등어 조림 2인분을 시켰다. 물을 달라고 부탁했더니 10여분 후 여종업원이 페트병에 담긴 물을 가져왔다. 하지만 당시 현장 기온이 30도를 넘는 폭염인데도 물은 냉장이 되지 않은 듯,미지근했다. 수돗물을 금방 담아왔는 지 다소 역겨운 염소 냄새가 났다.

늦은 점심을 후다닥 먹어치운 뒤 1만8천원을 계산했다. "고등어조림이 1인분에 8천원이고 ,공기밥값은 1인분에 1천원씩 따로 받아요." "예상보다 비싼 듯하다"며 식비 내역을 묻는 기자 아내에 대한 여종업원의 설명이었다.

식당에서 나오던 기자는 비싸게 먹은 점심값을 보상받을 요량으로 다시 식당으로 행했다. 그리고 여주인에게 물었다.

"좀 쉬었다 가려고 그러는데 평상(4인용 정도) 하나에 얼마예요?" 그러자 여주인은 "2만원"이라고 대답했다. 자기네 식당에서 식사를 한 사람에 대한 할인 혜택도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국공유지인 해수욕장에 무단으로 시설을 설치해 놓고 돈을 버는,그야말로 '봉이 김선달'같은 영업 방식이었다. 해수욕장 한쪽에 방파제가 길게 신설되고 횟집이 즐비하게 늘어선 점도 기자의 눈에 거슬렸다. 앞으로 손님이 늘어나면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바다가 오염되리란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수습에 참여한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박동규 시인의 시비가 있는 만리포해수욕장의 지난달 31일 모습.

ⓒ 최준호 기자

기름유출사고가 난 지 4년 7개월만에 청정해역 모습을 되찾은 태안군 천리포항의 지난달 31일 모습.

ⓒ 최준호기자
◇바다는 훨씬 깨끗해졌는데...=천리포해수욕장 백사장을 밟으면서 기자에겐 4년 7개월 전 서울과 태안을 여러 차례 오가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처음 태안을 찾은 것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황금 연휴인 2007년 12월 22~24일이었다. 당시 모 중앙언론사 소속 대학생기자 3명을 이끌고 자원봉사 겸 취재를 위해 천리포·만리포 일대와 보령시 장고도 등을 방문했다. 그 후에도 4차례에 걸쳐 회사 동료들과 함께 기름유출 사고 현장을 방문,봉사 활동과 취재를 했다.

당시만 해도 모든 게 비관적이었다. 해수욕장 백사장,바닷가 바위 등은 온통 기름 투성이였다. 횟집 수족관엔 지역 특산물인 낙지는 물론 다른 물고기들도 텅텅 비어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기자는 당시 "우리 생전에 더 이상 태안 앞바다에 해수욕하러 올 생각은 하지 말자"고 친구와 농담 삼아 얘기한 적도 있다.

지난 2007년 12월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 당시 기름 범벅이 됐던 천리포해수욕장 옆 해변 바위에서 지난달 31일 한 낚시꾼이 목격됐다. 자원봉사자와 정부,지자체가 정화 활동에 힘쓴 결과 천리포해수욕자의 백사장과 바위는 사고 당시보다 더 깨끗해졌다.

ⓒ 최준호 기자
하지만 이번에 본 해수욕장 모습은 달랐다. 백사장은 사고가 나기 전보다 더 깨끗했다. 물도 더 맑았다. 사고가 난 뒤 봉사자들의 노고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투자가 반영된 결과였다.

◇"민박집보다 못한 펜션"=기름유출 사고의 진원지인 인근 만리포해수욕장을 비롯,인근 해수욕장들도 천리포와 사정이 비슷했다.

바다가 사고 이전 단계로 회복되면서 올 여름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고질적 병폐인 숙박업소 바가지 요금과 해수욕장 자릿세 등이 여전히 성행,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3일 태안군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민 모씨는 "K해수욕장 근처 H펜션에서 12만원을 주고 1박을 했으나 민박집보다도 못해 사기 당한 기분"이라고 주장했다.

전진모씨(48·회사원·서울 은평수 신사동)는 "기름유출 사고 때 자원봉사하던 생각이 나 올 여름엔 가족들과 함께 일부러 천리포해수욕장을 찾아 1박을 했다"며 "바다는 사고가 나기 전보다 더 깨끗해졌는 데 상인들의 인심은 더 야박해진 것 같아 기분이 씁쓸했다"고 말했다.

태안군 관계자는 "수많은 국민과 정부가 봉사활동과 성금,예산 지원을 통해 기름유출 사고 현장을 수습해 준 덕분에 군내 해수욕장이 완전히 청정해역으로 회복됐다"며 "강력한 단속을 통해 일부 해수욕장 업소의 그릇된 상행위를 근절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태안/최준호기자 penismight@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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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 당시 기름밭을 방불케 했던 천리포해수욕장 백사장의 지난달 31일 모습. 모래는 사고 당시보다 더 개끗해 보였으나,백사장 한쪽에 평상 대여 코너가 등장해 눈에 거슬렸다.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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