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배가 산으로 갈 정도의 혼란이 이 나라를 휩쓸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북한의 김정은이 딴생각 없이 팔짱을 낀 채 이 나라의 돌아가는 꼴을 구경만 하는 것이고, 현명한 이 나라의 국민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입니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입니다. 도대체 이와 같은 나라 꼴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일까요. 국회의원을 어느 한쪽으로 몰아준 유권자 탓일까요. 아니면 성급하고 엉성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탓일까요.
필자는 옥 맺힌 매듭의 단초를 여당의 총선 참패에서부터 찾고 싶습니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것이 국방부 장관 출신의 인사를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호주대사로 밀어붙여 여당에 유리하게 돌아가던 총선 판세에 얼음물을 끼얹었던 것입니다. 다음으로 들고 싶은 것은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의대 정원 확대입니다. 분명 시행이 어려운 정책이 분명한데도 총선에 득이 될 것이라는 섣부른 착각 탓에 그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억지 논리를 앞세우며 불도저처럼 밀어붙였지요. 식자들은, 보수 쪽에 가까운 의사와 의사 가족을 적으로 돌아서게 해 최소한 백만 표는 손해 보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밖에 김건희 여사의 리스크도 당연히 큰 몫을 했을 테고…. 결국 어부지리로 거대한 괴물이 된 야당은 입맛대로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하며 예산을 후려치거나 심심풀이 땅콩처럼 탄핵을 되풀이해 대통령을 자극했고, 여기에 걸려든 대통령이 조급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작금의 나라 꼴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국가 경쟁력은 물론 K컬처나 K스포츠가 전 세계를 지배할 정도로 국력이 성장해 세계 10위권 선진국임을 자임하는 이 시대에 먹고살기 힘들었던 구닥다리 시대에나 통했을 법한 비상계엄을, 더욱이 군대를 면제받았기에 목숨 바쳐 도와 줄 군대 동기나 후배가 전혀 없는 국군통수권자를 누가 도와줄 것이라고 그처럼 허술하고 성급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인지, 코미디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필자의 생각을 뒷받침하듯 계엄에 연루된 장성들이 계엄 해제가 선포되자마자 서둘러 언론과 야당 인사를 찾아 눈물까지 훔치며 비밀을 폭로하고는 살려줍쇼 머리를 조아리더군요. 애국심이나 충성심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그들을 바라보며 혀가 끌끌 차졌습니다. 만약 북한이 쳐들어온다면 저런 나약한 상관을 둔 이 나라의 병사들이 나라를 제대로 지켜줄까 싶은 걱정마저 들더군요.
푸념이 길었습니다. 어쨌거나 벌어진 일이기에 잘 수습이 되어 빨리 나라가 안정을 찾아야 할 텐데 난제의 해결을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그른 일이고, 반만년을 지탱해 온 이 나라의 과거가 그랬던 것처럼 말없는다수가 제자리를 묵묵히 지킴으로써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참으로 슬프고 한심스러운 이 나라의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