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공항의 보안 검색요원

2024.03.31 14:18:21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오래전, 서유럽 여행길에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국제공항을 들른 적이 있습니다. 직항기를 타지 않았기에 환승을 위해서였지요. 세 시간 가까이를 기다려야 했기에 대기실로 나가기 위해 일행 모두가 검색대를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별생각 없이 소지품이 든 바구니를 검색대에 올린 뒤 발자국 모양이 그려진 지점에 바른 자세로 섰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 덩치에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보안 검색요원이 낯선 외국어로 소리를 지르더군요.

깜짝 놀라 쳐다보았지만 그가 소리친 이유를 알 길이 없었습니다. 이쪽의 반응이 없자 그는 다시 소리를 쳤습니다. 아랍어인 것이 분명한데 알아듣지를 못해 난감했습니다.

영문을 몰라 제 몸 이곳저곳을 살피며 문제가 될 만한 것을 찾아보았지만 그가 지적할 만한 요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는 계속 알아듣지 못할 말로 실내가 텅텅 울리도록 큰 목소리를 내더군요.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두려움은 없었죠. 문제가 될 만한 물건을 지니지 않은 데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들른 길이니 그 나라에 해악을 끼칠 아무런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요 속에 한참을 지체하자 뒤에 섰던 일행이 혹 신발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신발을 벗어 바구니에 넣어보라고 일러주더군요. 조언대로 신발을 벗어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그제야 통과하라는 손짓을 보내왔습니다. 신발에 붙어있는 금속조각이 문제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대기실로 나오자, 각양각색의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채 더러는 의자에 앉고 더러는 바닥에 누워 저마다 알아듣지 못할 말을 주고받으며 여행의 설렘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벌레 씹은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두고두고 보안 검색요원이 괘씸했던 것입니다. 여행객이 자신이 지껄이는 아랍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손짓을 통해 일러줄 수도 있는 일인데 막무가내로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질러댄 것이 너무도 괘씸했습니다.

공항은 세계적인 허브 공항답게 시설이 매우 좋았습니다. 다양한 음식점과 패스트푸드점, 약국과 안마 시설에 카페까지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초승달 모양의 메디컬 센터와 이슬람 기도실, 환전소, 호텔, 무료 샤워실도 있었습니다. 샤워실은 기도하기 전에 몸을 깨끗이 하라는 이슬람의 교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저는 그러한 훌륭한 시설들에도 불구하고 어금니를 잘근잘근 씹었습니다. 다시는 들르고 싶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만을 곱씹었습니다. 보안 검색요원의 불친절이 가져온 첫인상 때문이었지요.

비행기 안에도, 공항 내에도, 국가 차원의 관광 홍보물이 널려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싶었습니다. 생각 없는 개인이 무례하게 행한 언행 때문에 모든 것이 일순에 망쳐지는데….

첫인상은 젊은 남녀에게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국가의 관문인 국제공항을 통과하는 여행객에게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주는 첫인상은 너무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저는 지금도 두바이의 보안 검색요원에게서 받은 불친절 때문에 아랍에미리트라는 나라에 대한 불쾌한 기억이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습니다. 유감스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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