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은 취임사

2020.07.27 16:24:29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사태를 두고 대통령 취임사가 다시금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습니다. 그들을 정규직으로 올리는 것이 옳으니 그르니 갑론을박이 한참이었지요. 이처럼 대통령 취임사는 틈만 나면 두더지처럼 출몰합니다. 특히 '평등'과 '공정' '정의'가 자주 화두가 되더군요. 지난 연말연시를 전후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두고 비아냥거리는 글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한희원 동국대 교수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7년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취임사에서 단연 호기심을 끈 것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였다. 꿈과 희망이 넘치는 자유롭고 강하고 더 잘사는 나라를 기대했다'며 일단 자신의 희망을 피력했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그러나 아니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일이 많이 벌어졌다. 경제 정책이 바뀌었고, 교육 정책이 뒤집혔다. 외교·안보 정책이 급변했다'며 아쉬움을 숨김없이 나타냈습니다. 이어 '범죄자가 법무부 장관을 하는 세상, 수사 경험이 없는 법무부 장관이 수사 체계와 검찰 인사를 뒤흔드는 세상, 세계를 선도하던 원전(原電)이 동력을 상실한 세상이 됐다'며 희망이 물거품이 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 또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라는 글에서 '문 대통령의 취임사는 모두 허언(虛言)이 됐다'며, '취임사에서 분열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는데 '현실은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인민재판과 같은 정치 보복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임사에서 권력 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했는데, '검찰이 조국과 선거 부정을 파헤치자 전대미문의 검찰 학살을 서슴지 않고 검찰을 정권 친위대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보 성향인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권경애 변호사 또한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밝힌 취임사를 거론하며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감금과 테러가 없을 뿐이지 수사의 조작적 작태는 이승만 시대 정치경찰의 활약에 맞먹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취임사를 걸고넘어지더군요. 당시 필자는 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취임사를 두고 비아냥거리면서 반감을 가지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해서, 문 대통령 취임 당시 모든 언론사가 앞 다투어 중계한 취임 장면을 필자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았기에 3년 전의 자료를 일부러 뒤져 취임사를 다시금 찬찬히 읽어 보았습니다. 모두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의미에서 그 주요 내용을 간추려 봅니다.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 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권력 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습니다. 한미 동맹은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할 토대도 마련하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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