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가 내전이라고?

2022.06.27 16:35:30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사흘 전,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6월 25일을 지났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또다시 상기되는 한국전쟁입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초등 음악교과서에 실려 있는 이 '꽃밭에서'라는 제목의 노래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노래가 전쟁에 나가 돌아올 기약조차 없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지독히 슬픈 노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발표됐고 전쟁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그리는 노래입니다. 예쁘게 핀 꽃과 꽃밭을 만든 자상한 아빠와 딸아이를 상상하던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놀라게 됩니다. 가만히 불러보면 더 슬프고 애잔합니다. 전쟁으로 인해 돌아오지 못한 아빠를 그리고 있는 것을 상상하면 목이 메어 끝까지 부르기 어렵습니다. 한국전쟁이 시작된 6월과 3년의 전쟁 끝에 휴전된 7월, 모두 여름이었습니다.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이었고,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던 계절입니다.

작년인가, 김동률 서강대 교수가 '꽃밭에서'라는 노래의 유래를 자신의 글에서 밝혔습니다. 그는 군 출신의 친구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수없이 많은 애처로운 사연과 가슴 아픈 시련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한국전쟁을 왜곡하는 견해가 아직까지도 존재해 속이 터집니다.

세계사에 있어 한국전쟁은 1848년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이후 최초로, 그리고 냉전의 시작과 함께 드러난 공산주의의 계급투쟁과 폭력혁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기념비적인 사건입니다. 때문에 한국전쟁은 자유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 세계사적 이정표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남북한을 통틀어 500여만 명의 사상자와 1천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을 만들어낸 전쟁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전 국토가 초토화되면서 가히 계수로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의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시켰습니다. 유엔은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군에 의한 대한민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며 '평화 파괴 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처럼 유엔이 명확하게 규정을 했는데도 자칭 '진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국전쟁을 '내전(civil war, internal war)'이니, '조국해방전쟁'이니, '통일전쟁'이니, '혁명세력과 반혁명세력 간의 전쟁'이니 왜곡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 피 흘린 우방국들을 내전에 개입한 '제국주의' 세력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한 대표적인 정치 지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유엔총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유엔이 사상 최초의 집단 안보 개념을 적용해 참전함으로써 대한민국을 공산화 멸망의 위기에서 구출해 준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표현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2006년 캄보디아의 동포 간담회에서 한국전쟁을 내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2007년 10월 3일 평양에서 김정일과 가진 회담에서 대한민국을 김일성의 남침으로부터 살려낸 미국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제국주의 미국'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한국전쟁이 내전이 아니라는 증거는 '북한에 의한 무력 공격 및 평화 파괴 행위'를 규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82호 등 역사적인 자료, 해제된 구소련의 기밀문서, 러시아 옐친 대통령의 공식적인 언급, 생존자들의 증언, 38선 부근 주민들의 전쟁 초기 경험, 빨치산 포로들의 증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하다니, 참으로 슬픈 우리네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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