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과 부정 사이

2022.08.08 14:41:34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제갈량(諸葛亮)이 오장원(五丈原)에서 위나라 군대를 맞아 최후의 일전을 치를 때였습니다. 그의 군대가 행군을 하는 도중 거센 바람이 불어 그만 깃발이 꺾이고 말았습니다. 제갈량은 이를 매우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제갈량은 전장에서 병을 얻게 되었고 백방으로 처방을 구했으나 별다른 효험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을 두고 전혀 다르게 생각해 승리를 거머쥔 사람이 있었습니다. 청나라 2대 왕인 홍타시(洪他時)입니다. 명나라와 최후의 일전을 앞둔 아침, 그의 밥상 다리가 갑자기 부러졌습니다. 그 바람에 상 위에 있던 밥이며 국이며 반찬들이 모두 쏟아지고 말았습니다. 그 때문에 홍타시는 아침을 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홍타시는 그 순간 무릎을 탁 치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됐다.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겼다. 이제부터는 이런 나무 소반이 아니라 명나라 궁중에서 쓰는 금 소반에 밥을 먹으라는 하늘의 뜻이요, 계시다.'

의기충천한 홍타시와 그의 군대는 필승의 신념으로 명나라 군대를 격파하였고,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일에는 반드시 마(魔)가 많이 낀다는 말이지요. 이 말의 순서를 바꾸어 미리 마음의 채비를 했던 분이 있습니다. 바로 '천금말씨' '희망의 귀환' '무지개 원리' '잊혀진 질문' 등의 베스트셀러를 남기고 2019년에 타계한 차동엽 신부입니다. 그 분은 다마호사(多魔好事)라고 바꾸어 썼습니다. 안 좋은 일이 자꾸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통념상 재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그 분에게는 무조건 상서로운 징조, 곧 길조가 되었던 것입니다.

몇 년 전 어느 방송사에서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제작한 PD는 제작을 준비하며 국내외 책과 논문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착각과 행동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명해 줄 실험을 구상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랬습니다. 도화지에 손가락 하나가 없는 손을 그리고, 다섯 살짜리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물었습니다.

"십년 후 이 없는 손가락은 어떻게 될까요?"

일부 아이들은 어른들의 예측을 뛰어넘는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손가락이 자라나요."

실험 결과 손가락이 자란다고 대답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지능지수가 높았습니다. 바로 긍정의 힘입니다. 이는 살아가면서 겪는 실패와 좌절의 상황에서 스스로를 감싸는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제작자는 결론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긍정적 착각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고 발전시킨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울증 환자들은 절대 착각에 빠지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주변 상황을 냉철하게 보기 때문이다.'

여기, 긍정이 성공을 이루어낸 또 하나의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박물관에서 마룻바닥 청소를 하며 새 인생을 출발했던 청년이 있었습니다. 첫날 그는 박물관장으로부터 이런 핀잔을 들어야 했습니다.

"대학까지 졸업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일을…. 쯧쯧."

하지만 청년은 맑은 미소로 대답했습니다.

"박물관 마루라면 다릅니다."

청년은 매일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해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박제과(剝製課)에 자리가 생겨 정식 직원이 되었고, 몇 년 후엔 고래를 연구해 세계적인 고래박사가 되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공룡알을 발견함으로써 동물 연구에 큰 공헌을 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미국 자연사박물관장을 지냈으며 세계적인 동물학자로 이름을 떨친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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