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은 현재진행형

2023.08.21 17:40:46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윤동주. 알려진 대로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특유의 감수성과 삶에 대한 고뇌, 독립에 대한 소망이 서려 있는 작품들로 인해 한국문학사에 큰 기여를 한 문인입니다. 김소월, 한용운 등과 함께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시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의 유고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서시'는 지금도 자주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필자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과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문학을 전공하던 대학원 재학 시절, 전공과목의 기말시험에 '윤동주의 서시를 외워 적고 나름대로 작품을 해설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는데, 시에 있어서는 문외한에 가까운 필자이기에 '서시'의 전문을 암기하지 못함은 물론 해설조차 불가능했기에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런 인연 탓일까, 이천 년대 초, 중국의 연변 일대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을 때 윤동주의 시비(詩碑)며 생가를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습니다. 그곳을 돌아보며 한국인들만 관심을 가지고 찾을 뿐 중국인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어 아쉬웠던 기억 또한 새롭습니다.

최근 중국 당국이 랴오닝성 다롄에 있는 뤼순(旅順)감옥박물관 내의 '안중근 전시실'을 폐쇄하고, 인근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룽징(龍井)에 있는 '윤동주 생가'의 관람까지 금지시켰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내부 수리가 이유라고 하는군요.

망국의 아픔을 달래 준 두 사람은 한국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위인들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110여 년이 지났지만 그의 정신을 추모하고 계승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합니다. 윤동주 생가 역시 중국인이 장백산으로 칭하는 백두산을 관광하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그의 시비 앞에 서면 저절로 뭉클함이 느껴집니다.

중국은 왜 안중근 전시실과 윤동주 생가를 폐쇄했을까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중 갈등이 커지면서 중국지방정부가 중앙의 눈치를 보고 과도하게 움직인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중앙정부의 반한(反韓)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 관련 유적지를 홀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필자는 노후 시설을 보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중국 당국의 궁색한 폐쇄 이유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흔적을 없애기 위한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동북공정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이 동북부 만주 지역의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국가사업으로 추진한 연구 계획을 가리킵니다.

연구는 크게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로 나뉩니다. 주요 연구과제는 동북지방사 연구, 동북민족사 연구, 고조선사·고구려사·발해사 연구, 중국과 한반도 관계사 연구, 한반도 정세 및 변화와 그에 따른 중국 동북 변경지역의 안정에 관한 영향 연구 등입니다. 특히 고조선·고구려·발해 등은 고대 중국의 동북지방에 속한 지방정권인데, 북한과 한국의 학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왜곡하고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전제 아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위에서 거론한 중국 당국의 일련의 조치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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