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세 번은 지나치는 곳, 사정리 저수지다. 대개는 수업이 있어 지나다니지만 어느 때는 머리를 식히거나 맛 집을 가는 길에 지나기도 한다. 삼형제 저수지인, 육령리, 백야리, 사정리 저수지는 모두 강태공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다. 하지만 약간씩 사랑 받는 이유가 다르다. 육령리는 대로변에서 벗어나 있어, 조용하게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하지만 백야 저수지와 사정 저수지는 대로변과 접해 있어 사람들의 접근성이 용이하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휴식보다는 드라이브나, 산책을 더 즐기는 듯하다. 그 중 사정 저수지는 사람들에게 제일 인기가 높은 곳이다. 지금이야 평택 제천 간 고속도로가 생겨 사정저수지를 지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그 전에는 서울을 가거나 대소에 있는 중부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사정저수지를 반드시 거쳐야만 했다. 그러니 사정저수지는 음성 근방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곳일 수밖에 없다. 사정저수지가 사랑 받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때문이다.
봄이면 저수지 가에 벚나무가 길게 서서 몽실몽실한 구름 같은 연분홍빛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래서 이유가 없어도 나는 부러 찾아 가기도 한다. 여름이면 사정지는 산들의 차지다. 더위에 지쳐서일까. 산은 그 큰 몸을 풍덩 저수지에 담그고 오수에 빠진다. 물빛도 어느새 짙푸른 색으로 물든다. 그 경치를 보고 있노라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리고 가을, 벚나무와 산 나무들이 합동으로 벌이는 단풍 축제는 정말 화려하다. 물속도 물 밖도 울긋불긋 만산홍엽으로 가을을 달군다. 모든 자연이 눈을 감고 묵언 수행에 들어가는 겨울, 사정 저수지도 그제야 조용히 휴식에 든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모든 자연을 세차게 채찍질을 할 때면 사정저수지도 한 겹 두 겹 단단히 얼음으로 중무장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용기 있는 누군가 얼음에 구멍을 내고 빙어를 불러내면 그때부터는 그 넓은 사정지가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요즘 들어 사정 저수지가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솔부엉이 캠핑장' 때문일 것이다. 사정 저수지와 가까운 곳에 있는 캠핑장은 원래 사정초등학교 건물이었다. 사정초등학교는 1995년 폐교되어 27년간 폐건물이었다. 그러다 2021년 솔부엉이 캠핑장이 개장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중이다. 캠핑장은 옛 초등학교를 묵묵히 지켜온 은행나무를 비롯한 노목들이 오랜 세월을 그대로 품고 있다. 또한 교정에는 아침이면 교장선생님이 훈화를 하셨던 교단과 이순신 장군 동상, 책 읽는 소녀상이 옛 모습 그대로 있어 추억에 잠기게도 한다. 캠핑도하고 낚시도 하고 가족 여행지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다.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삼형제 저수지는 요즘 변신 중이다. 사정저수지도 대로변과 접해 있던 중간쯤, 콘테이너 편의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작은 정원과 함께 휴식 공간으로 꾸며졌다. 가끔은 사정저수지를 지나다 차를 세우고 의자에 앉아 물멍도 해 보고, 어느 날은 깊고 넓은 호수를 보며 상념에 빠져도 보고 싶다. 계절마다 풍경이 바뀌니 어느 하루 좋지 않을 때는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