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따듯한 이름이다. '포옹의자', 이름만 들었을 때는 나도 그 의자에 안기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요즘 ENA채널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도 요즘은 챙겨 보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다. 그동안 법정에 관련된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무래도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다 보니 치열한 공방 속에서 밝혀지는 진실보다는 음모, 비열함 등이 난무해 나중에는 참담함을 느꼈던 순간이 여러 번이었다. 물론 다른 드라마도 그렇지만 유독 법정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는 데는 따뜻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우영우 변호사가 문제 해결을 앞에 놓고 고전을 할 때, 문득 고래가 헤엄쳐 다가오는 장면이 나타나면 우영호 변호사에게 해답을 안겨주곤 한다. 드라마의 각본은 감독의 몫이라 하지만 그 발상이 얼마나 동화적이란 말인가. 어쩌면 이런 변호사도, 이렇게 해결되는 일도 우리 현실에서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희망과 위로를 주는 드라마임에는 틀림이 없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청취자가 들려주었던 말이 생각난다. 요즘은 사내 직원들끼리 만나면 주로 하는 대화가 '우영우'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만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정말 이상하고 기이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관심사를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영우' 같은 변호사가 우리 사회에서 나와 주기를 바라는 발로는 아닐까.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장애인의 사회진출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만약 내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자폐를 가진 사람이라면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폐를 가진 변호사와 비장애인의 변호사가 있다고 하자. 두 사람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변호사가 되었을 뿐 아니라 능력 있고 유능하다면 우리는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답은 소이대동하리라 본다.
'포옹의자'는 어쩌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감독의 숨은 의도는 아닐까. 포옹의자를 실제로 본다면 그 말에서 느끼는 것보다 사실 그리 따뜻해 보이지는 않는다. 포옹의자는 프랑스의 산업 디자이너 알렉시아 오드레인(Alexia Audrain)이 디자인한 Oto 의자이다. 이 의자는 감각 과부화 증상을 보이는 자폐증 환자를 위해 만든 의자라고 한다. 결국 의료기라는 얘기다. 그런데 '감각 과부화 증상 완화 의료기'라고 하지 않고 '포옹의자'라고 이름 붙인 것은 참으로 환자를 배려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장애인이 보기에는 답답해 보이는 이 의자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고 자신을 지켜주는 의자다.
드라마는 모두 허구라는 인식으로 인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자칫 입방아거리로 오르내리다 사라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선다. 흔하진 않지만 사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존재하기는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모델일지도 모르겠다. 그 주인공은 미국의 헤일리 모스(Haley Moss)다. 그녀는 2019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로펌 'Zumpano Patricios'에 채용돼 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미국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는지 미국 언론에서 화제가 된 사람이었다.
우리 사회가 미국과 비교했을 때 아직은 열린사회는 아니라는 것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위한 '포옹의자'가 되어주길 희망해 본다. 주변의 수많은 '우영우'들이 우리와 함께 어깨를 겯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세상, 따뜻하고 포근한 '포옹의자'같은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는 것이 부디 큰 바람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