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 국비확보 실패…정치권 '네 탓' 공방만

단체장·국회의원 '무능론'

2013.09.05 20:20:50

청주·청원 통합은 헌정 사상 최초로 이뤄진 '주민 자율통합'이다. 세 번의 통합 실패란 아픔을 딛고 지난해 6월 주민투표를 통해 결실을 거뒀다.

12월 대선에선 통합 청주시에 대한 각종 공약이 빗발쳤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통합 청주시를 충북 발전의 옥동자로 키우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통합 청주시 출범을 10개월 여 앞둔 지금, 청주·청원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4일 기획재정부 내년도 예산 최종 심의에서 통합 청주시 출범을 위한 국비 지원이 모두 누락되면서다.

청주시와 청원군은 행정정보시스템 구축비용 115억원, 통합시청사 건립 설계비 76억원, 임시청사 건립비 69억원을 안전행정부를 통해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으나 모두 묵살 당했다.

다음 달까지 진행되는 정기국회 예산심의에서 이른바 '쪽지 예산'이라 불리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끼워 넣기 편법이 남아 있긴 하나 박근혜 정부가 올해부터 쪽지 예산을 강력히 제재한다는 방침이어서 현실적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만약 국비 확보에 실패한다면 통합 청주시 출범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당장 행정정보시스템을 통합하지 못해 전산망에 마비가 온다. 각종 민원 서비스는 '올 스톱' 상태가 되고 만다. 최악의 경우 통합 청주시가 정상적으로 출범하지 못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일단 양 시군은 급한 대로 지방비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나 이럴 경우 통합시 출범 후 상생발전방안에 담보된 각종 사업들을 추진하는데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생발전방안으로 상당부분 지원을 약속받은 청원군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정치권과 지자체는 서로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제정된 통합 청주시 설치 및 지원 특례법에는 시청사 건립비용(600억원)과 통합 전 보통교부세 총액의 6% 10년 간 지원, 통합 전·후 재정부족액 차액 보정기간 4년 등의 재정특례가 담겼으나 나머지 국비 지원은 명시되지 않았다.

충북도와 청주시, 청원군 단체장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은 "특례법에 담보되지 않은 내용까지 최대한 국비 지원을 이끌겠다"며 주민들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그러나 이번 기재부 예산심의에서 추가 지원은커녕 특례법에 보장된 국비까지 받아내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통합시 출범에 관해서만큼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였던 여·야는 즉각 분열됐다.

민주당은 5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무관심과 무성의로 통합 청주시 출범이 발목 잡힌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국비지원 무산의 책임을 정부 측에 돌렸다. 변재일 도당위원장은 며칠 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충북 공약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내년 6·2 지방선거 때 '박근혜 정부 심판론'을 벌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공세가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민주당 소속 세 단체장과 청주·청원을 지역구로 둔 3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며 "자신들의 무능함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려는 발상이야 말로 잘못됐다"고 칼날을 겨눴다.

이 같은 책임공방을 바라보는 청주·청원주민들의 심경은 분노, 그 자체다. 다수의 주민들은 "이 같은 결과는 누구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지역 정치권과 단체장들 모두의 책임"이라며 "돌파구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란 판에 책임 공방부터 벌이고 있는 정치권을 보면 한심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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