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朴 대통령 모시기 '딜레마'

이시종 지사 잇단 오송박람회 참석 요청
역세권주민 분뇨시위 안전 문제…청와대 난색

2013.04.11 20:33:44


충북도가 2013 오송 화장품·뷰티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가장 공들이고 있는 건 '박근혜 대통령 모시기'다. 박람회가 여성의 아름다움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한다면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시종 지사도 두 번이나 공식 요청을 했다. 한 번은 허태열 비서실장에게, 한 번은 박 대통령에게 직접 부탁했다. 그는 지난 4일 내포 충남도청사 개청식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기막힌 대화술을 보였다. "대통령께서 충남에 터를 눌러주셔서 앞으로 충남도정이 잘 될 것 같습니다. 이웃한 충북에서 다음 달 열리는 오송 화장품·뷰티 세계박람회에도 오셔서 터를 눌러주시면 박람회가 아주 크게 성공할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과 허 비서실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도 대통령 참석이 거의 성사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박 대통령의 안전'이 문제가 된 거다.

도대체 박람회의 무엇이 대통령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걸까. 다름 아닌 오송역세권 개발사업 예정지 주민들의 반발 탓이다.

그들은 얼마 전 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자 오송 화장품 박람회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선 "박람회장 앞에 거름을 쌓아놓거나 온 몸에 가축분뇨(소똥)를 바르고 행사장을 누비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화장품이 아니라 돼지 똥냄새가 나는 행사를 만들겠다"고 했다.

청와대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터. 이런 분위기에서 대통령을 참석하게 할 수 없다는 얘기가 회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참석할 만큼 행사의 취지는 좋지만, 어느 누가 소똥을 뿌린다는 행사장에 대통령을 모시고 가겠느냐는 반응이다.

도 관계자는 "벼랑 끝에 몰린 오송역세권 주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이 참석할 수도 있는 국제 행사장에서 소똥을 바른 채 시위한다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며 자제를 당부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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