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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28 19:25:2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난 3월22일 오후 카키색 롱코트를 입고 충북지방경찰청 인근에서 서성대는 김병일 전 서원학원이사장의 모습을 본 게 마지막이다. 그가 왜 이곳에 있을까 의아했다. 그러나 차를 몰고 지나던 터라 그에게 다가가 이유를 묻지 못했다. 당시는 바람 속에서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을 때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택시를 잡으려 했는지 옷깃을 여미며 쌩쌩 달리는 차량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넉 달이 지난 지금 그는 이국 땅(홍콩)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함께 지내던 그의 부인이 잠깐 귀국한 사이에 말이다. 홍콩 경찰은 그의 사인에 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4대학(소르본) 도시계획학 박사, 행정고시 합격, 서울시 대변인,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 서원학원 이사장 등을 거친 그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왜일까.

그가 홍콩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은 이렇다. 4·11총선을 약 보름정도 앞두고 정우택 후보에 대한 익명의 비방글이 홍콩 '야후'에서 개정된 'crime2guillty'(크라임투길티)라는 블로그를 통해 폭로됐다. 비방글의 내용은 정 후보가 충북지사 재직 시절 청년포럼 회원 등으로부터 제주도 골프접대와 성상납을 비롯해 불법정치자금 수수 및 배포 의혹 등 낯 뜨거운 이야기들이었다. 3선의 민주통합당 홍재형 후보와 해양부장관·국회의원·도지사 등 홍 후보 못지않은 풍부한 이력을 지닌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간 경쟁이 '박빙'인 상태에서 문제의 글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문제는 이 블로그가 다음날(3월15일) 김병일 전 이사장의 페이스북과 연동돼 지역사회에 알려졌다는 점이다. '크라임투길티'라는 블로그는 주소를 직접 알지 못하면 검색이 어려울 정도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더욱 의심을 받았다. 이후 정 후보측의 수사의뢰로 진행된 경찰수사도 김 전 이사장이 문제의 블로그를 어떤 경로를 통해 알게 됐는 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1차 경찰조사에서 "내 페이스북이 해킹당한 것 같다"며 고의성 여부를 부인했다. 이후 경찰은 해킹여부를 조사했지만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이를 캐물으려 했지만 김 전 이사장은 홍콩으로 떠난 뒤였다. 경찰은 그의 변호인을 통해 귀국할 것을 종용했지만 웬일인지 응하지 않았다. 한 달 뒤 그에 대한 체포영장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됐다. 그 후 넉 달이 되도록 그는 여전히 귀국하지 않았다. 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그를 지켜보던 가족들도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고 했다. 최근까지도 가족들과 지인들은 그에게 "귀국해 밝힐 것이 있으면 다 밝혀라"고 계속해서 설득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의외의 곳에서 새로운 단서가 포착됐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이 최근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중 신우코리아 대표 이왕재(43·구속)씨가 문제의 블로그에 8차례나 김 회장을 협박하는 글을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김 회장의 부탁으로 회사명의를 대여해 160억원을 대출받게 해 준 뒤 이를 빌미로 '크라임 투 길티'에 김 회장을 협박하는 글을 올린 뒤 3억8천만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다.

이왕재씨는 원희룡 전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2008년 총선 때는 민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07년 3월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한나라당을 탈당할 당시 그와 함께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고 그를 돕기 위해 전진코리아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구속되긴 했지만 현재 홍콩에서 인터넷 언론매체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이번 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청년경제포럼 핵심인사가 '친구'로 등록돼 있다. 이 인사는 지난 총선에서 흥덕갑 예비후보자였지만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인물이다. 정 후보의 제주도 성상납 의혹 자리에도 함께했다. 또 정 후보의 정치자금 수수 및 배포 의혹에도 깊게 관여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 역시 과거 이왕재씨가 모셨던 원희룡 전 의원의 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김병선 전 이사장과의 관계도 같은 당원인데다 사적으로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우선 문제의 블로그 운영자가 이씨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인터넷 공간은 글을 올린 게시자의 얼굴은 가릴 수 있지만 근거는 반드시 남는 만큼 실타래처럼 얽힌 이번 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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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