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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둘레길 제10구간(군북면 석호리~군북면 추소리)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리움의 고향'

  • 웹출고시간2010.04.29 20:50:1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지당 앞을 굽이쳐 흐르는 서화천.

대청호 둘레길 제10구간...(군북면 석호리~군북면 추소리)

군북면 석호리 돌거리고개~이평리~보오리~용목리~이백리 이지당~환평리~추소리~서낭당 부소무니 (도상거리 16.1km 소요시간 6시간35분)

소화천과 대청호가 만나는 소화천 습지에서 안전하고 아름다운 둘레길을 찾아 헤메이는 대원들.

맑은물 굽이굽이 휘돌아가고 비단강 금빛모래 뛰어놀던 곳 어미소 한가로이 풀뜯던 벌판 오봉산 소쩍새 가냘픈 울음소리 꿈에나 그려지는 아득한 고향...석호리 마을 유래비에 새겨진 글귀에선 깊게 파인 깊이만큼 꼭 그만큼의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대청호 담수가 시작되면서 본래 마을이 있었던 곳은 모두 물 속에 잠겨 버렸고 주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다. 일부는 수몰선을 벗어난 인근으로 일부는 새로이 조성된 이주단지로 또 일부는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졌다.남은 사람들이나 떠난 사람들이나 지척에 있는 그곳이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개발논리에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이 아직 치유되지 않은 까닭이요 마을에 대한 그리움이 아련한 향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산과 호수 허름한 마을들과 실핏줄처럼 그어진 길 수몰의 한을 품은 채 삶을 영위하고 있는 대청호 주변 사람들이 그려내는 고향의 정취는 아픔과 이별 슬픔과 서러움 그 위로 덧칠된 그리움 때문이려나...한걸음 한걸음 발길 빌어 마주하는 풍광은 시리도록 아름답다.

대청호와 만나는 소화천 주변의 보리밭에서 동심으로 돌아간 탐사대원들.

대청호 둘레길 10구간은 옥천군 군북면 소재 석호리, 이평리, 보오리, 지오리, 이백리, 환평리, 추소리에 걸쳐 형성된 16.1km의 트래킹 코스로 산 깊고 물 깊은 오지와 오지를 잇는 사잇길 사이로 펼쳐진 전원 풍경과 환상의 S라인을 그리며 펼쳐진 회색빛 도로 무채색의 담백함이 오히려 고풍스러운 이백리 이지당 한폭의 산수화를 빚어놓은 듯한 추소리의 부소무니등을 접할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경부고속도로 옥천 IC를 빠져나와 37번 도로를 따라 보은 방면으로 가다보면 군북면 국원리에서 길은 석호리와 소정리로 나뉘어진다. 갈림길에서 석호리 방면으로 난 도로를 따라 산모퉁이 돌아가면 석호리 마을자랑비 서있는 돌거리 고개 갈림길(이평/진걸)이 나오고 그곳에서 이평 방면으로 난 도로를 따라 둘레길은 시작된다. 고갯마루를 넘어 산모퉁이 돌자마자 대청호는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내 도로 좌측으로 형성된 석결마을을 지나며 길은 야트막한 산등성을 넘어간다. 잠시 한적한 시골길의 정취가 펼쳐진다. '강변 하얀집'이란 민박집을 지나 만나게 되는 작은 마을이 이평리다.(돌거리고개에서 2.1km 35분 소요)

진흙탕 길을 뚫고 보리밭을 가로질러 물길을 돌아가는 대청호 둘레길10구간.

대청호 담수가 시작되면서 이평리를 이루고 있던 자연마을 중 마을을 이루고 있었던 '공곡재'를 제외하고 모든 집과 집터를 물 속에 놔두어야 했던 '구거니골'과 '추실'의 주민들이 이주해 새로 만든 마을이다. 구건이골, 공곡재, 추실 수몰 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마을을 포함한 3개 자연마을중 구거니골이 국원리 너머 군 쓰레기매립장을 지나 대청호변에 터를 잡고 있다면 나머지 자연마을은 대청호 건너에 있다. 같은 행정구역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상호 교류의 어려움이 따른다. 모두다 일하러 들로 나갔는지 인적이 끊긴 오지마을의 한낮은 햇살, 바람, 풀향기가 주인이다. 낯선 방문객들을 향해 왕왕 짖어대는 개들과 졸졸졸 흐르는 냇물 그들로 인해 그래도 마을은 생기가 돈다.

마을길을 따라 산등성을 올라서면 거대한 요새와도 같은 옥천군 쓰레기 매립장이 모습을 나타낸다. 확장공사가 진행중인 관계로 매립장으로 들고나는 육중한 트럭들의 움직임만이 분주하다. S라인을 그리며 휘어도는 쓰레기 매립장 도로를 따라 길옆으로 형성된 활엽수림은 이국적 풍경을 자아낸다. 둘레길은 활엽수림이 끝나는 지점에서 메타세쿼이어 사열하듯 서있는 우측 임도를 따라 내려서면 남향 비탈에 빽빽이 들어찬 올망졸망한 집들이 보이는 보오리 복골마을이다.(이평리에서 3km 1시간 10분 소요) 호적상으로는 지오리 행정상으로는 보오리 복골이라고 마을자랑비에 기록되어 있다. 버스는 하루에 네 번씩 들어온다. 도로 사정은 좋아졌지만 교통편은 여전히 어렵다. 호출택시 번호가 동네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골목 안 오래된 지게에 얹혀있는 둘둘 말린 멍석과 뽀얗게 먼지 쌓인채 일그러져 가는 빈집들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보오리를 나서 잠시 둘레길은 소옥천변을 따라 걷는다. 지오리앞 소옥천변엔 2010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인공 습지가 조성중이었다. 한창 공자중인 인공습지 부지를 지나 둘레길은 이백리 이지당에서 잠시 멎는다.(복골마을에서 3.6km 1시간 소요)

조헌선생이 지방의 영재를 모아 강론하던 서당인 이지당.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중봉 조헌(1544~1592)선생이 낙향하여 후학들을 양성하던 곳으로 앞의 강과 뒤의 산이 어우러진 배산임수의 지형적인 장소에 자리잡고 있다. 이지당이란 이름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산이 높으면 우러러 보지 않을 수 없고, 큰 행실은 그칠 수 없다'라는 문구의 끝의 한자를 따서 이지당이라 짓고 현판을 걸었다고 한다. 벚꽃 꽃망울사이로 걸러지는 이지당은 평화로움 그자체이다. 때마침 야외스케치 나선 아마추어 화가들의 손놀림조차 풍경의 일부가 된다. 숲이 무성할 때면 이지당 마루 끝에 앉아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순 없겠다.

이지당에서 바라본 이지당과 서화천의 모습.

이지당 마을 뒤켠으로 연결된 임도를 따라 둘레길은 고리산 산아랫길인 254군도와 연결된다. 대청호 수위가 잦아들때면 물가를 따라 이동이 가능하지만 물수위가 많을때는 도로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 때마침 줄어든 물수위로 환평들까지 내려가 본다. 드넓게 펼쳐진 보리의 초록빛 물결이 환상적이다. 무심히 놀던 고라니 한 마리 겅중겅중 푸르름을 건너 간다. 고리산의 명칭은 '고리환'으로 해석하여 환산이라 했듯 환평리는 환산이란 명칭에서 유래되었다. 본래 환평은 '고무실'이라는 전래의 명칭이 있었다. 고무딸기나무라는 식물이 마을을 덮고 있었기 때문에 '고무실'이라 불렸는데 환평이란 지명은 일제시대 이후 생겨났다. 지금도 옛 어른들은 '환평'이란 지명보다는 '고무실'이란 옛지명으로 불러야 쉽게 알아듣는다. 대청호변을 따라 환평리와 추소리, 대정리까지 이어지는 강변로는 산허리를 휘감아도는 유유자적과 함께 펼쳐진 수려한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이지당에서 2.8km 2시간10분 소요)

힘차게 굽이치던 소화천이 대청호 품안으로 안겨드는 환평리 주변의 모습

환평리는 대청호 수면보다 지대가 높아 수몰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환평리는 큰 변화를 겪지않고 예전처럼 길 주변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마을 주변은 산을 개간한 논밭이어서 환평리 초입은 길아래 다랭이 논과 밭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골마을의 모습으로 다가온다.·봄이면 등산객이, 사시사철 낚시꾼이 찾는 이곳이지만 아직은 농촌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그런 곳이다.

환평리를 지나 둘레길은 추소리로 이어진다. 일명 12폭 병풍바위(마을에서는 부소무니 앞산 또는 안산이라고 부른다)를 사이에 두고 추동, 부소무니 마을이 물에 잠기고 현재는 새로 형성된 본동과 절골, 서낭당이 추소리를 이루고 있다. '부소무니'란 예로부터 '숨은 병풍'이라고 불렀던 곳 이름 그대로 금강변을 따라 기암이 병풍처럼 펼쳐진 곳이다. 금강의 물줄기가 휘어감아 나가는 한쪽 자락에 암봉들이 끝없이 줄지어 서있다. 그 암봉을 왼쪽에 끼고 흐르던 강물은 암봉의 끝에서 산자락에 가로막혀 방향을 180도 틀어서 다시 암봉을 오른쪽에 끼고 흘러간다. 그 암봉 위의 전망대에 서면 앞으로도 뒤로도 금강의 금줄기다. 강이 급하게 곡류하는 지점엔 '육지의 섬'을 만들어 놓았다. 배를 타지 않고서는 가닿지 못하는 땅이다. 대청호 담수와 함께 마을의 절반쯤이 수몰되면서 이곳에서 살던 주민들은 대부분 이 땅을 떠났다. 갈수기가 되면 드러나는 옛마을의 돌담은 신비로운 광경이지만 수몰민들에게는 아픔이고 그리움이다. 병풍바위를 가려면 둥구나무 서있는 서낭당에서 능선따라 가면 된다.(환평리에서 2.3km 40분 소요)

고라니가 뛰어 노는 환평리 보리밭에서 철컥.

능선 중간 전망대인 청풍정까지는 길이 잘되어 있어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청풍정이후에는 깊이감을 가늠할 수 없는 푸르름이 오금저리게 하는 칼바위 능선이다. 갈 수는 있지만 다소 위험하다.(서낭당에서 왕복 2.3km 1시간 소요) 청풍정 난간에 서서 바라보는 감동의 언어는 침묵이다. 홀딱 반할 수 밖에 없는 추소리와 부소담악이 그곳 대청호 둘레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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